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이날들을 사랑하고
언론고시 진짜진짜 최종 끝.
교토의 오래된 거리들을 걸었다.
행복했고 예뻤고 궁금했고 감탄했다.
마침내 바라던 목표를 얻어낸 순간부터, 그 어떤 대상을 봐도 개인적인 상념을 덧붙이지 않게 됐다.
그것은 호기심이나 사색과 다른 일종의 청승이었다. 그리고 구김살이었다.
부산부터 이어진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도가 파도로, 언덕은 언덕으로 보인다.
이보다 평안하고 귀한 나날이 있을까...
그토록 원했던.
완벽한 타이밍을 찾아 벼르고 벼르던 이 시집-서점에서 늘 발췌독으로 탐미만 했던-을 제대로 읽을 때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본에서 먹은 거의 모든 게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지만
반신욕 후 읽은 이 쫄깃한 시집의 감칠맛에 견줄 순 없을 터다.
교토의 거리는 수많은 너들을 순수히 떠오르게 했다.
좋은 밤이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전은영 지난 생일, 이 시집을 사준 M양에 깊은 감사를.
첫사랑 회사로의 입사를 며칠 앞둔, 오사카에서 마지막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