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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멘트 Oct 10. 2023

싫은 당신에게

그리고 서투른 대처로 후회하는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스스로의 모순과 위선을 내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과도 같을 때가 있다. 나는 과연 내가 경험하고 그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쓰는 글의 반만큼이라도 제대로 살고 있는가.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이번주는 내가 바로 직전에 쓴 글(나의 친절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과 거의 대치되는 태도로 살았는데, 이것도 나를 괴롭게 하는 이들을 상대하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름대로의 자기반성과 성찰의 결론을 남겨둔 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은 사람을 대하는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이번주도 대패했다. 나의 감정에, 그리고 나의 글에. 그렇게 내 마음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채 한주가 흘렀고 나는 어젯밤부터 폭풍후회와 자기 합리화를 정신없이 오가고 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도 싫은 사람들을 대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도 찾아봤다. 


환경을 바꾸어 그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기

그 사람과 내가 한 공간에 있는 공적인 목적에만 집중하기  

그 사람과 굳이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기

그 사람과의 교류 최소한으로 줄이기

그도 나와 같이 그저 이 피곤한 세상에서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여운 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심호흡을 하거나, 잠시 눈을 감고 다음 휴가나 여행 생각하기

감사한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며 이 괴로움의 크기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작음을 알아차리기    


개인적인 경험상, 누군가가 싫다면 그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표정이나 말이나 행동을 지속하는 한 나의 이 감정도 바뀌기 어렵다. 그러니 너무 애써서 그 사람을 좋아하려는 마음은 갖지 말고, 그 대신 나의 품위와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 필사적으로(!!) 지켜낼 것.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상하게할 권리가 없듯이 나또한 나의 감정으로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 그런데 여기서 내가 먼저 그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서로 불편해지고, 내가 그래도 너무했다는 식의 후회가 밀려온다. 후회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렇게 쓰고 떫은 감정에 휩싸여 괴로워하고 있던 중 하나의 시를 발견했다. 후회하고 있는 내게는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무언가에 깊이 후회하고 있다면, 당신에게도 이 시가 위로가 되어주기를.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나의 품위를 지켜낼 수 있기를.


아무것도 후회하지 마세요. 

단순히 그 요리사를 도대체 누가 죽였는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당신이 끝까지 읽었던 

잔인한 그 소설에도, 당신이 갖춘 지성과 교양에도 불구하고 

칠흑 같은 밤중 당신을 울게 만들었던 그 재미없는 영화들에도, 

당신이 떠나고 난 뒤 호텔 주차장에서 떨며 울었던 당신의 애인에도, 

당신이 먼저 앞섰던 사람에도, 붉은 드레스와 구두를 신은 당신을 두고 떠난 그 사람이나 

구두속 당신의 발을 타이트하게 조이게 만들었던 그들에 대해서도 후회는 하지 마세요. 

신들에게 욕을 하고 당신의 엄마를 증오하며 거실 소파에 개처럼 웅크려 

당신의 손톱을 물어뜯으며 외로움에 스러져갔던 그 밤들도 후회하지 마세요. 

당신은 김 빠진 맥주와 함께 그 연기 자욱한 밤들을 들이마시기 위해 존재했고, 

더러운 식당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오래된 어니언 링들을 쓸어 담기 위해 존재했으며, 

헐렁한 버튼과 타고 남은 성냥개비들이 가득한 주머니의 다 해진 코트를 입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당신은 이 길들을 수천번을 오가며 지금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 어떤 것도 후회하지 마세요. 

당신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 하며 허비했던 지난날들도, 

당신이 유일하게 믿음을 가졌던 빛이 그저 파티와 축제의 빛일 뿐이었을지언정, 

그것의 무용성을 사랑했을지언정, 그 어떤 존재로부터도 구원받기를 원하지 않았을지언정. 

당신은 당신이 한 모든 실수들을 통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피로하고 침울하지만 TV가 창문밖으로 던져진 후의 집처럼 평온히, 

고장 난 도끼처럼 무해하고 그 모든 기대를 내려놓은 채. 

편하게 쉬세요. 그 어떤 것도 기억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불 켜진 간판의 모퉁이 아래에 잠깐 멈추어 서서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자고요. 

- Dorianne Laux, <The book of Men: Poems> 중      


그리고 또 한가지 방법은 감정이 앞설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미소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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