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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승환 Aug 22. 2015

잘 지내나요? 그대.

그대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꺠우침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김시천 /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어릴 적 나의 옛 친구들은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내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던 학창시절의 벗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세상살이에 지쳐 팍팍하게 돌아가는 나의 삶. 그들에게 안부조차 물을 수 없을만큼 바쁘게 허덕이며 살아온 내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 간혹 오랜만의 통화나 우연한 만남으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있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맘으로 안부를 묻진 않는 것 같아. 그래서 슬프기도 해.


진심어린 안부를 전하고 싶어


지금보다 키가 훨씬 작았을 때 벗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고, 서로를 믿고 의지 했었지. 작은 과자 하나도 나눠 먹으며 하하호호 웃고 떠들던 때를 기억하니? 그때의 서로에 대한 안부는 진정성이 넘쳐 났고 서로에게 더 나눠주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는 나날들이었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어. 내가 먼저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아낀다면, 그들도 내가 물어오는 안부인사를 인사치례가 아닌 진심어린 마음으로 느끼지 않을까?

그리고 잊고있던, 설사 오랜 세월에 나를 잊었다 해도 추억을 함께한 그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면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참 반갑고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



사실 우리는 쉽게 안부를 물을 수 있고,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마음만 먹으면 전자 기기로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게 되었어. 근데 난 아날로그적인 사람인가봐. 내가 안부를 묻는 그 사람이 보고 듣게 하기보단 만져보고 느끼게 하고 싶어. 우리는 오랜 추억을 함께 공유한 벗이었고, 내 기억 속에서 너희는 잊히지 않을 것이며 살아감에 있어 영원히 함께이고 싶다는 것을. 이런 나의 정성과 마음을.


그래서 오늘 난,

그동안 소홀했던 내 사람들에게 손으로 편지를 쓸 거야.

생각만해도 좋다. 사각사각 종이를 달리는 연필의 소리.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 있다.

메마른 갈비뼈 사이
바람소리로 갇혀있던 그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편지를 띄우고 싶은 날이 있다.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린다고 쓰고 싶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쓰고 싶다.

마음을 툭 털어
바다 한켠 때어낸 푸르디 푸른 그리움으로
펴닞르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가끔 우리 삶은 아득한 저음의
통곡소리처럼 외로운 것
아무도 오가지 않는 뒷골목에서
나즈막히 부르는 노래처럼 서러운 것
한번은 푸른 기억의 끝을 동여맨
긴 편지를 부칠 것이다.

어깨 너머 긴 휘파람 소리가 스쳐 지나면
한번쯤 봄비는 거리에 서서
누군가 보낸 편지라고 생각하라.

편지를 펼치면 푸른 바다가 출렁
추억으로 흔들릴 것이다.

이지현 / 편지를 쓰고 싶은 날

그래, 편지.

나의 손편지로 인해 마음이 콩!하기를. 입가의 미소가 활짝 피기를.


한때 모든 게 전부였었던 우리였지만, 이제는 만나기도 어려운 곳에서 서로의 안부만을 묻고 산다 해도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어. 왜 이렇게 편지 하나 쓰기가 어렵게 된건지.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변명으로만 들릴 것 같아. 그냥, 지금까지의 모습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조금만 너그럽게 서로를 바라보기로 하자.


자, 그럼 시작해볼까.


안녕, 사랑하는 내 친구. 잘 지내?



손으로 전하는 편지는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 중에 받았을 때 가장 기분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사람들 모두 어릴 적 주고받았던 그 느낌을 아직 잊지 못하는 거라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여행 떠나실 때 아이들에게 남겼던 메모라던가, 냉장고에 붙여 두었던 장보기 물품이라던가, 대신 전화를 받고 남겼던 메모부터 러브레터까지 우리는 항상 작은 편지를 남기고 살았다. 그런 것들로 인해 우리는 오랜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고,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우리 삶에 쓰여졌던 수많은 메모들


언제부터 우리는 버튼 하나로 서로 안부를 묻게 되었을까...

오늘은 마음 속에만 간직했던 누군가를 향한 소중한 인사를 건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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