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신뢰를 증명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증거 중독’ 사회
매년 소비자 트렌드를 연구, 분석해서 리포트로 발표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팀 김난도 교수 등의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지난 12년간의 메가트렌드로 ‘소비자는 신뢰에 목마르다’는 내용을 선보였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소비자들은 기업이나 정부가 내놓는 다양한 정보에 대해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보는 많아지고 사회는 진보한다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소비자의 신뢰는 ‘날 선 사람들의 도시’에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점점 악화되고 있다.
MBC TV에서 방영한 [PD수첩] – ‘국정원과 가짜 보수’ 편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 상당수가, 그것도 국가권력의 최고라 할 국정원에서 나온 정보가 특정 정당을 옹호하기 위해 급조되고 위조된 거짓이었음을 보도했다. 국정원 자금을 풀어 화이트리스트에게 지급하고 그들을 통해 온갖 여론을 조작해왔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반면 블랙리스트에 속했던 언론인, 연예인을 비롯한 평론가, 작가에게 가해졌던 억압과 위협은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할 정도였다. 이제 국정원의 발표도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예전에 대중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소비하던 시대에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광고가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니까, 대기업이 만드니까, 명품이니까, 당연히 좋을 거라는 전제를 받아들였던 거였다. 이젠 SNS를 통해 기업의 일방적인 광고 말고 소비자가 직접 올린 정확한 제품 후기와 가격비교를 통해 똑똑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야흐로 진짜 좋은 제품이나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을 증명해내지 못하면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도 제대로 팔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또는 확인 가능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것만 믿는 ‘증거 중독’에 빠져 있다.
일의 미래에도 ‘신뢰’의 가치는 그 빛을 더한다. 스펙에 해당하는 학점, 토익, 졸업장, 자격증 등의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각종 위, 변조는 물론 실제 스펙에 준하는 실력을 발휘할 거라는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해낼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한, 그리고 자신이 잘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할 수 없는 한 일자리나 일거리를 얻을 기회가 현저히 줄어드는 실력 증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기업이나 개인 모두 ‘신뢰’를 얻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분산 장부에 정확한 사실을 기록하게 되고 그 기록은 절대 위, 변조, 해킹 등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는 ‘블록체인’ 기술이 뜨는 이유도 신뢰 프로토콜을 토대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자신이 어떤 분야에 속하건 자신의 ‘신뢰’를 증명할 핵심적인 증거를 시각화해 신뢰를 회복하거나 유지해나가야 한다. 신뢰는 반짝하는 이벤트로는 결코 쌓을 수 없는 절대가치이기 때문이다.
지식소통가 조연심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놀고먹고 글 쓰는 삶을 꿈꾸며 작가, 강사, 브랜드 컨설턴트, 토크쇼 진행자, CEO로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기 위해 브랜드매니지먼트사 엠유를 운영하고 있고, 1년에 한 권 책 쓰기를 통해 글 쓰며 사는 삶의 행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나를 증명하라, 골드칼라의 시대], [과정의 발견], [300 프로젝트(공저)], [나는 브랜드다], [퍼스널 브랜드로 승부하라(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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