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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소통가 조연심 Feb 20. 2018

성실의 무게

나는 왜 늘 나에게 밀리는 걸까?


“배우는 정말 많아요. 이번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죠. 그래서 늘 절실합니다.”

얼마 전 끝난 비서들의 이야기 [저글러스]의 여주인공 백진희의 말이다.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저글링은 공이나 접시 따위를 연속적으로 공중에 던지고 받는 묘기를 말한다. 저글러스는 상사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되어 한 손에는 상사의 일정을 살피고, 한 손에는 상사의 기분을 살피는 비서의 삶을 대변하는 단어다. 저글러스가 어쩜 저리도 완벽하게 비서라는 직업을 대변하는 단어로 적합한지는 드라마를 보면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가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실제보다 더 공정하고 용기 있고 실력 있는 모습의 검사, 형사, 배우, 변호사, 탑스타, 비밀요원, 대통령, 정치인, CEO, 과학자, 직장인, 작가, 비서까지 우리 삶 어디에서건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부터 비범한 사람까지를 연기하는 배우에게서 진정 ‘나 답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은 어제까지의 익숙했던 나를 버리고 무대가 원하는 내가 되는 것에서 진짜 배우다움을 완성해 나간다.

극 중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진짜 비서처럼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비서 학원에 등록하고, 매력적인 아나운서의 모습을 위해 단숨에 몸무게를 줄이고, 스님처럼 삭발을 하고, 의사들과 몇 달간 합숙을 하고, 반복해서 수술 연습을 하고, 해당 분야 전문용어를 달달 외우고, 무술을 배워서라도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삶을 연기하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숙제는 수고했다는 격려보다 시청률이라는 무거운 성적표다.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대중의 기억에 머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매 순간 타협하고 싶어 하는 자기 자신에게 밀리지 않고 주어진 무대 하나하나에 절실함을 가지고 대하는 성실함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가?

치열하지만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정의로운 척하지만 자신에게만 정의롭고, 대범한 듯 하지만 지극히 소심한 그래서 더 인간적이라 여기는 사람들 천지다. ‘나 답다’는 것의 정의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때에만 무리하지 않는 수준으로 해내는 사람들에게 일의 미래가 불투명한 건 어쩌면 직업이 기대하는 성실이라는 무게를 제대로 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아니어도 될 거야, 나 아니어도 되겠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와 같은 나를 방어하는 수많은 핑계와 이유들 앞에서 늘 속수무책 무너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건 어제와 같은 나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늘 그렇듯이, 전례에 따라, 눈에 띄지 않게 일처리 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에게 마법에 걸린 개구리 왕자가 미녀에게 키스를 얻어내는 것이나 잃어버린 구두를 찾아주는 왕자를 만나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일과 같은 우연은 일어나지 않는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비법은 실력과 성실이라는 두 개의 공을 양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유능한 저글러스가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성공= 실력 x 성실이라는 방정식에서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바로 제로가 되어 버리는 것을 우리는 흔히 경험하며 산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성실함이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자칫 방심하다 떨어뜨려 내 삶 전체의 경력에 흠집을 낼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식소통가 조연심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놀고먹고 글 쓰는 삶을 꿈꾸며 작가, 강사, 브랜드 컨설턴트, 토크쇼 진행자, CEO로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기 위해 브랜드매니지먼트사 엠유를 운영하고 있고, 1년에 한 권 책 쓰기를 통해 글 쓰며 사는 삶의 행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나를 증명하라, 골드칼라의 시대], [과정의 발견], [300 프로젝트(공저)], [나는 브랜드다], [퍼스널 브랜드로 승부하라(공저)] 외 다수가 있다.

yeonsim.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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