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바이어 Apr 25. 2018

크래프트맥주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MD인터뷰_ 김홍석 홈플러스 차·주류 바이어

김홍석 홈플러스 차·주류 바이어는 12년차 주류 바이어다. 2012년 세븐브로이IPA를 선보인 그는 국산 맥주 다변화의 가능성을 열고 지역맥주 시리즈를 기획·출시했다.


김홍석 바이어는 2011년 홈플러스 주류 파트장을 맡았다. 김 바이어는 주류에서 바이어의 역할은 소싱보다 트레이딩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주류는 아이디어는 좋으나 상품화가 어려운 상품들이 많다.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RTD, 향을 낸 저도주는 현재 매출 하락세입니다. 대신 오리지널을 찾는 소비자는 늘었죠. 술을 마시지 않던 소비자들의 유입은 상당히 적습니다. 주종을 바꾸는 기존 소비자가 대부분이죠. 지금은 저도주에서 원래 마시던 술로 돌아가거나 마시지 않는 추세입니다. 이런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야죠.”


맥주는 주로 이태원, 강남의 펍 등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크래프트맥주는 펍에서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고민하지 않지만 마트에서는 가격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김 바이어는 “술은 기호식품이기에 맛에 대한 기준은 소비자마다 다르다”며 “때문에 특별한 맛 보다는 가장 보편화된 맛의 술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편화된 맛의 기준은 시기마다 달라 이전에 들여왔으나 매출이 안 좋아 중단한 상품도 다시 론칭할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바이어의 역할이다.



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2005년 즈음 주류 바이어의 역할은 협력업체와 원활한 관계 유지가 주였죠. 협력업체의 상품을 언제, 얼마나 받느냐 정도만 결정하면 됐습니다. 당시 주류 매출의 80% 이상이 국산 소주, 맥주였어요. 수입맥주도 아사히, 하이네켄, 기린 정도가 주였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해졌죠.”


김 바이어는 주류가 화려해졌다고 말한다. 오프라인에서 유통이 가능한 주류는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 수 있는 키 아이템이기 때문에 구색, 디스플레이, 그룹핑, 상품 설명 등 다방면에서 공을 들인다. 일례로 세븐브로이, KCB 등의 국산 크래프트맥주는 국산맥주 구역에 배치하면 판매량이 감소한다. 가격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맥주 구역에 배치하면 판매량이 증가한다.


“홈플러스는 세계맥주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때문에 한국 크래프트 맥주도 수입맥주와 함께 구성할 수 있죠. 한글로 된 맥주가 세계맥주 구역에 들어오면 큰 장점을 갖습니다. 수입맥주가 60종이 들어와도 소비자가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반면 한글로 된 브랜드 맥주는 숫자는 적어도 인지도가 더 높죠.”


지역맥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알아보기 쉬우면서도 소비자들의 맥주 영역을 에일 등으로 자연스럽게 넓히고 있다.


“‘맛없다’도 반응입니다. 지역맥주는 대중적으로 반응이 옵니다. 맛이 없다면 다르게 만들면 돼죠. 소비자가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콘셉트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진짜 지역맥주의 출현


KCB의 여수 나이트에일. 지역맥주 시리즈는 홈플러스에 선출시하는 제품들이다.

4월부터 소규모 주류 업체의 주류가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에 유통 가능하다. 김 바이어는 크래프트맥주가 막걸리처럼 지역 밀착형으로 성장할 거라고 본다.


“주류 공장도 인근 지역에서 판매량이 높습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의 특색있는 크래프트맥주들이 유통된다면 지역마다 특색도 강해지겠죠. 수제 맥주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현재는 세븐브로이, KCB 정도만 대량 유통이 가능한 생산 설비를 갖춰 소규모 브루어리들이 바로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정말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맥주가 될 겁니다.”


지역맥주의 유통도 고민이 많다. 맥주는 멸균을 거치지 않고 생산 되자마자 마셔야 가장 맛있다. 맛의 유지에 관한 고민은 유통업체와 주류 브루어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말한다. 캔 맥주도 일반 펍에서 하는 실링과 공장에서 하는 실링이 다르다. 일반 펍에서 하는 실링은 강도가 약해 유통기한이 짧아 바로 마셔야한다. 공장 설비로 생산량을 늘리거나 안전한 소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인 해결 방안이지만 매출이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려워 소규모 브루어리들이 선뜻 설비를 갖추기 어렵다.


“바이어는 호불호나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맛, 브랜드, 주종, 업체의 규모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하고 가능성을 열어둬야죠.”


김 바이어는 주류 시장을 성장시키면서 소비자가 홈플러스를 찾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맥주를 포함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주류를 갖춰 술은 홈플러스로 인식하길 바란다. 이로 인해 막걸리, 위스키 등 현재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주종들도 성장시킬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색 있는 지역 막걸리를 발굴하고 유통하고 있습니다. 품평회도 꾸준히 열고 소비자, 홈플러스, 양조장 등 모두가 만족하는 수준을 만들려 노력하는 중이죠. 양조장들은 인지도가 올라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8월부터 열리는 아시안 게임 시즌에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인해 주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미세먼지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부보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2018년 4월 15일자 더바이어 303호에 게재 됐던 기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