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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Jul 26. 2018

쌀국수의 원조가 프랑스라고?

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 투어_ 쌀국수

프랑스 파리 18구, 크리메역 앞에는 쌀국수집 샴루앙 크리메(Chamroeun-Crimée)가 있다. 셰프는 베트남인이다. 그 자리에서 3대째 쌀국수를 만들고 있다. 짜조를 크게 썰어 올리거나 진한 국물맛을 살린 그집 쌀국수는 파리지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최근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한 TV프로그램에 나와서 맛있는 쌀국수를 먹으려면 미국과 프랑스로 가라는 말을 했다. 그는 왜 베트남 대표 요리로 알려진 쌀국수를 미국과 프랑스에서 먹으라는 것일까. 쌀국수의 기원은 두 가지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주로 먹던 쌀국수 ‘포’가 베트남 전쟁 이후 세계로 뻗어나갔다는 설과 프랑스의 포토푀가 베트남식으로 변했다는 설이다.



베트남에서 쌀국수에 대한 기록은 1920년대 등장


필자는 먼저 후자의 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베트남에서 쌀국수가 처음 기록된 시기는 1920년대다. 다만 농경국가로 소가 신성시되던 베트남에서는 쇠고기로 육수를 내고 고명을 얹은 쌀국수는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프랑스가 베트남을 점령했을 당시 쇠고기 육수가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기록에 의하면 베트남에 정착한 프랑스인은 일반적으로 쇠고기를, 베트남인들은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쌀국수의 전신이라고 말하는 포토푀(pot-au-feu)는 프랑스의 전통 음식이다. 쇠고기, 채소, 부케 가르니를 물에 넣고 약한 불에서 장시간 고아 만든 스튜다. 12~13세기 냄비에 고기를 물에 넣고 끓이는 요리법이 등장하면서 발달한 요리다.

오늘날과 같은 레시피는 17~18세기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기를 굽지 않고 물에 넣어 채소와 함께 끓이며 깊은 맛과 향을 우려내는 것이 특징이며, 육수뿐 아니라 고기와 채소를 동시에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육수는 크루통과 치즈를 얹어 먹고, 건져낸 고기와 채소는 큰 접시에 담아 먹을 만큼 덜어 먹는다.

1867년 발간된 프랑스의 ‘라루스 백과사전(Larousse Encyclopedia)’에 따르면 포토푀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미라보가 ‘프랑스의 토대(The foundation of empires)’이자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와 구별 되는 프랑스 요리’라고 말했다. 이는 포토푀가 고기와 채소의 깊은 맛과 향을 우려낸 육수와 삶은 고기, 채소를 모두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요리일 뿐 아니라, 이후 전통 스튜 요리의 기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쌀국수가 포토푀의 변형이라는 설에 식품 역사가로 알려진 에리카 피터스(Erica Peters)는 2010년 반박하는 주장을 내놨다. 쌀국수는 베트남에서 시작해 차츰 쇠고기 육수 등으로 식문화가 변화하면서 등장한 것이지, 포토푀의 변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초기 쌀국수의 기원이 베트남이라는 사실을 프랑스인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들은 쌀국수는 1900년대 초 베트남 북부에서 시작되어 베트남 전쟁 이후 난민들에 의해 세계로 퍼졌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점은 쌀국수가 프랑스 포토푀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은 대부분 서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쌀국수의 기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옛 기록을 통해 추정할 뿐이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것은 프랑스에 정착한 쌀국수는 프랑스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우옌 루(Uyen Luu) 셰프는 현재 유럽의 쌀국수는 일종의 캐서롤을 함께 곁들여 먹는데, 이는 프랑스의 식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BBC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다시 프랑스 파리 크리메역 앞 샴루앙 크리메로 돌아가자. 친절하지 않은 웨이트리스, 어설픈 불어를 말하는 베트남인 셰프. 그러나 커다란 캐서롤을 얹은 쌀국수로 그는 파리에서 아시아 음식을 선도하고 있다. 잘 만든 음식 한 그릇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를 휩쓸었다. 원조가 어떻든 간에 말이다.


2017년 8월 15일자 더바이어 287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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