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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May 16. 2020

10개월 간의 회사 생활이 내게 남긴 것

10개월 간의 직장생활, 3가지를 얻고 3가지를 잃었다

20대에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책 한권을 꼽으라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다.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착취관계를 명료하게 설명해낸  책은, 내가 절대로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32살이 되도록 직장이라는 곳다녀본 일이 없었다. 취업 하느니 나의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의 삶을 살아가던 중 서른 두살의 봄과 여름 사이. 알고 지내던 분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고민도 하지 않고 그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분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었고 내가 하던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선택지는 나쁘지 않아보였다. 또 개인적으로도 사실 직장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있던터라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번 경험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분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내 인생의 첫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제 나도 직장에 다닌다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직장생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분 내게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주셨고, 직장생활 이전부터 해오던 나의 일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상황도 좋았다. 어찌됐든 그렇게 첫 출근을 하고 대략 10개월이 지난 2020년 5월 15일. 나는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이유는 즉슨, 코로나19로 인해 회사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인력감축을 했기 때문이다. 10개월이라는 나의 직장생활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경험한 직장생활은 내게 많은 것을 주기도 했지만 많을 것을 가져가기도 했다. 원래 세상사가 공짜는 없는 법이고,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주어야 하는 법이다. 10개월간의 직장생활 끝에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보았다.





직장생활을 하며 얻은 것 3가지



1. 월급의 달콤함


월급의 달콤함. 월급이 아니라 월급의 달콤함이라고 쓴 이유는 월급은 사실 입금과 동시에 로그아웃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남은 것은 월급이 아니라 월급에 묻어있던 달콤한 뿐이었다. 이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할때는 월급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내가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버는 구조였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어보니 한달에 연휴가 얼마나 끼어있든간에 날짜가 되면 따박따박 입금되는 월급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당장 다음달 달력을 넘겨서 휴일이 몇일이 있나 살펴보는 그 마음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정신없이 일에 치여있으면 어느덧 월급날이 다가오는 직장생활은 프리랜서 생활과 비교해 정말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정말 그 달콤함은 정말 아카시아 꿀과 같았다.



2. 사람


직장생활을 하기 전, 나는 대부분 혼자서 일을 했다. 글을 쓰는 것도, 영상을 만드는 것도 오롯이 혼자서 해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작업을 해야했다. 아니 꼭 일은 같이하지 않더라도 아침에 커피를 한잔 나누고, 일과를 공유하고, 식사를 함께하는 회사생활은 내게 사람을 얻게 해주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회사생활은 상사든, 동료든, 부하든 뭔가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들에게 함께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내가 가려는 길에 함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다.




3. 커리어의 성장


회사에 입사하기 전, 프리랜서로 일을 하던 내게 회사생활은 자칫 커리어의 단절을 불러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이 부분을 충분히 배려받았고 다행히도 내가 하려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있던 일들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서는 해보지 못했을 여러가지 시도들도 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커리어의 성장은 월급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성장은 개인으로는 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조직이기에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의미한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많은 배움과 성장이 있었다.






물론 10개월간의 직장생활이 내게 좋은 것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아마 그랬다면 나는 회사를 더 다니거나 다른 회사를 구하고 있었을 것이다. 얻은 것이 있는만큼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잃은 것들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잃은 것 3가지



1. 자유


'공무원 = 공노비, 회사원 = 사노비' 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노비라고 표현한 것은 지나친 비약일수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자유롭지 못 점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나의 경우 출근시간이 아침 9시, 퇴근시간은 오후 5시였다. 이 시간에는 내가 그날 할일이 많든 적든 간에 회사 책상에 앉아 있어야 했다. 정말 아무리 할게 없어도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효율성이 굉장히 강조되는 회사지만, 동시에 그에 못지 않게 형도 중요한 이 회사다. 그래서 결국 월급을 받는 대가로 내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희생해야 하는 것은 자유였다.




2. 건강


직장생활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건강이 아닌가 싶다. 10개월 전과 비교해 몸무게는 10kg 정도가 늘어났고, 아침에 커피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만큼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실제로 법인카드로 먹는 점심의 유혹은 거부할 수 없기에 배가 부르 부르지 않점심을 꼭 먹었고, 정말 가끔 있는 회식은 별로 즐겁지 않지만 참여해야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삶의 루틴이 점점 망가지고 있었고, 나는 서서히 건강을 잃게 되었다. 정말 TV프로그램이나 점심시간에 나오는 직장인들을 보면 배가 나온 경우가 많았는데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3. 독립심


월급의 달콤함에 한달 한달 취해 살다보면, 어느순간 내가 이 월급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공포감이 때가 있다. 나의 경우 분명 직장 없이도 32년동안 잘 살아왔는데, 월급을 한 10개월 받아보니 그 월급에 맞춰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고, 그 월급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사실 내가 받은 월급은 정말 작은 금액이었는데도 말이다.)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던 월급 익숙해질수록 내 삶은 점점 월급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의존성이 커질수록 나의 독립심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을 할수 없게 되었다. 어느 책에서 신입사원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도록 가장 먼저 할부로 차를 사게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빚이 생기면 그 빚을 갚아야 하니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직장생활을 해보니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갚아야할 카드 빚이 잔뜩 있는데 어떻게 회사를 그만두겠는가. 회사에서 주는 월급에 점점 내 삶 맞면 나는 점점 홀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10개월 간에 짧다면 짧은 직장생활을 해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회사를 나가지 않으니 이제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잃었던 것들을 다시 얻게 될 것이고, 회사생활을 하며 얻었던 것들을 다시 잃게 될 것이다. 역시 인생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나보다. 그러니 어떤 삶이 어떤 삶보다 더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보다 내게 주어진 삶에서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고자 한다.



10개월간 어쩌면 인생에서 없었을 직장생활을 무사히 해낸 나에게 박수를 치면서, 새로운 삶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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