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둘이나
얼룩말은 검은 것과 흰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나는 어느 쪽일까?
얼룩말은 검은 창살에 갇힌 걸까, 흰 창살에 갇힌 걸까?
둘 중에 하나면 좋겠다고
이도 저도 아닌 얼룩말은 마치
내와 네
내가 좋아
네가 좋아
이 둘의 발음이 잘 구분 안되는 것처럼
얼룩말은 미로처럼 수많은 길을 가진
무늬 때문에 고민한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저 멀리서 얼룩말 무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모두 같은 고민을 가진
무늬들이 함께 다니며 힝힝, 먼지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나는
검은 말도 흰 말도 아니어도
좋은 말이라고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겠다고
* 경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 편으론 외롭고 한 편으로는 풍성하다. 풍성함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