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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즈 ciriz Nov 24. 2021

그동안 몰랐던 스우파 댄서들의 이야기

문명특급과 유퀴즈가 조명하는 댄서들과 댄스신

최근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큰 인기를 끌고 나서 스우파 출연 댄서들이 각종 광고, 라디오, TV 프로그램 등을 섭렵하고 있다. 

iphone 13 pro 광고 (c) KT


나는 Mnet 댄싱 9 시절부터 댄스에 진심인 편이라 ‘이런 프로그램 또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올해 상반기에 댄싱 9의 시즌별 정주행도 다시 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스우파 1회를 처음부터 TV 본방으로 시청하면서부터 제대로 빠져들었다. 1회를 보고 너무 좋아서 댄서들의 인스타와 그분들의 댄스 영상들을 다 찾아보고 각자의 배틀은 10번씩 넘게 돌려 봤다. 


최근 스우파 종방 후에도 런닝맨, 아는 형님, 유 퀴즈 온 더 블럭, 전지적 참견 시점, 집사부일체 같은 주요 예능과 문명특급, 모비딕 같은 유튜브 채널, 정오의 희망곡, 컬투쇼 같은 라디오까지 정말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댄서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c) jtbc '아는 형님'


그래서 스우파 언니들이 나온다고만 하면 방송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1,2개 프로그램 볼 때까지는 재미있었는데 한 3번째 프로그램쯤부터는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방송 프로그램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진행자가 같을 때는 종종 있다) 같은 에피소드가 반복되었고 흥미도 점점 떨어졌다. 


예를 들면, 주로 다뤄지는 소재는 아래와 같다.

허니제이&리헤이: 이전에 한 크루 소속이었으며 즉흥 배틀인데도 같은 동작을 소화함

가비: 아이키와의 대결에서 바지가 잘 벗겨지지 않았던 상황

효진초이: 무릎 부상을 심하게 입으면서도 배틀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상황

모니카: 립제이와의 오랜 우정관계

아이키: 유명 틱톡커

노제: 카이의 댄서로 화제 됐었음

리정: 국내 유명 크루 '저스트 절크' 최연소 댄서 출신


출연 댄서들도 연예인이 아닌데 같은 이야기를 매번 다른 프로그램에서 반복하느라 쉽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동일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자료화면까지도 똑같고, 스우파 팬 입장에서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소재인 데다 이미 스우파 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진 내용들이라 다소 식상했다.




그런데 최근 스우파 리더들을 섭외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던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MMTG’,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둘 다 원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이번에도 각 프로그램의 장점을 살렸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문명특급

문명특급은 SBS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고, 밀레니얼 세대의 제작진들과 기획, 연출, 진행도 같이 담당하는 재재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채널이기도 하다.

(c) 문명특급-MMTG


1 색다른 댄스 코너

스우파 아카데미 코너라고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상황에 출 수 있는 댄스들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1) 백신 맞고 팔이 안 움직일 때 흥을 표출할 수 있는 춤은? 2) 샤워할 때 내가 멋져 보일 때 3) 신입생 OT 장기자랑에서 출 수 있는 춤은? 등의 상황이었다. 상황들에 따라서 댄서들이 추는 춤은 제각각이었는데, 그녀들이 소화하는 상황별 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예능적 요소를 곁들여서 진짜 웃음을 유발하는 춤들까지 볼 수 있었다.

(c) 문명특급-MMTG

스우파를 촬영하면서 내내 경쟁적으로 대치되어있었을 텐데, 여기에서만큼은 장난스럽게 재능 낭비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기도 했다.



2 엄청난 조사량

허니제이가 초등학교 때 전교생을 데리고 조회시간에 ‘코요태-순정’을 가르쳐줬다는 이야기부터, 허니제이가 했던 인터뷰 대사 중 ‘멋있어졌는데?’가 인소(인터넷 소설) 재질이라며 그 시절 중고등학생이라면 공감하는 귀여니 톤의 이야기로 재재가 이끌어내서 진짜 한참을 웃었다. 

인소재질 허니제이 (c) 문명특급-MMTG


이외에도 센 언니인듯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안은 순두부 재질인 리헤이, LA 3개월 거주 썰부터 댄스 배틀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터키 아이스크림 댄스라 이름 불리는 짤이 공개된 가비, 2018-2019 Urban summer life 우승과 메가 크루 미션 때 댄서들에게 손편지를 썼다는 효진초이를 1편에서 소개했다. 

 

가비의 파격적인 터키 아이스크림 댄스까지 소개했다. (c) 문명특급-MMTG

나는 이미 가비 댄스 배틀을 알고는 있었다. 이 댄스가 터키 아이스크림이라고 불리는지는 몰랐지만 이 영상에서 다시 알게되었고 재밌게 즐겼다. 

그리고 2편에서는 할 말이 많아서 춤을 시작했고 회사 재직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 모니카, 제주도에 가서도 팀과 함께 틱톡용 댄스를 추는 아이키, 누워있기 좋아하고 노제 여보라는 별명을 가진 노제, 제시의 구찌 영상으로 더 유명해졌던 리정의 이야기까지 이전에 소개되지 않았던 댄서들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새로운 소재 때문인지 콘텐츠 자체가 훨씬 더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3 댄스씬 소개

리헤이의 이야기를 통해 잼은 '프리스타일을 계속 돌아가면서 서로의 스타일을 봐주고 응원하며 같이 춤추는 것’이라는 용어 소개가 있었다. 음악에서만 쓰이는 용어인 줄 알았는데, 댄스신에서도 쓰인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아티스트와 댄서의 협업 방식

그리고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댄서들은 어떻게 매칭이 되는 건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아티스트가 직접 댄서들을 원해서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주로 안무디렉터가 한 명씩 섭외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안무 의뢰를 받으면 시안영상 같은 걸 찍을 때는 하루 만에 외워서 촬영을 한다는 업계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안무 저작권

그리고 ‘춤에는 작곡, 작사와는 달리 저작권이 없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안무 저작권이 있긴 있지만 한 장면씩 캡처하듯이 등록이 되는 것이고 약간만 각도를 살짝만 달리 하면 저작권을 피해 가는 춤이 되어버린다고 모니카는 말했다. 애매하게 빼앗기면 큰일 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상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계신데, 지금까지 나온 것 중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계약을 할 때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경우 안무가에게도 소정의 몇 %가 지급되는 계약방식(=사용료 개념)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c) 문명특급-MMTG

무빙을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댄스 문화와 중요한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까지도 알 수 있어서 남다른 스우파 콘텐츠였던 것 같다. (문명특급의 콘텐츠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들 ㄱㄱ)


문명특급>

<모니카&아이키&노제&리정 편> 몰아보기

1편 : 리정 완벽한 완급 조절에 행복한 스우파 학부모님들

https://youtu.be/WbA74l8gH7s


2편 : 스우파 헤이마마로 아파트 한 채 장만?ㄷㄷ

https://youtu.be/xqqyiQspiLs


후공개 : 댄스계의 터키아이스크림 가비 직관한 모니카쌤 찐반응

https://youtu.be/1oAYGGqg4Uk



<허니제이&리헤이&가비&효진초이 편> 몰아보기

선공개 : AOMG 전문가 허니제이의 즉석 안무 짜기

https://youtu.be/AE1jQliiybQ


1편 : 유교걸 쓰러뜨린 스우파, 어딜 자꾸 뽐내시는데요ㅠ

https://youtu.be/nzOdX8k3hTs


2편 : 맵다 매워 스우파 인터뷰, 조심해 여긴 불바다야

https://youtu.be/OfrON8RTNkQ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은 저번에도 브런치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만큼은 스우파 리더들의 특집 편으로 진행되어서 방송 전부터 기대가 됐다. 

(c) tvN-유 퀴즈 온 더 블럭


1 댄스 등장

댄서들 답게 등장도 상징적인 배경곡에 맞춰서 춤을 추며 입장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래도 댄서가 요청한 곡을 깔아줬고, 그 음악에 맞춰 각 댄서가 직접 춤을 추면서 등장했다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곡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춤을 추며 등장하는 방식이야말로 그들에게 어울렸고 멋진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모니카 등장(무빙이 빨라서 캡쳐가 잘 안됐..) (c) tvN-유 퀴즈 온 더 블럭


2 라떼 댄스 

스우파 멤버들의 어린 시절 댄스에 빠지게 된 추억의 노래는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유재석이 과거 X맨의 MC였다 보니 2000년대 가요/팝이 공통으로 겹쳐서 케미가 좋았던 코너기도 했다. 

리헤이의 렉시-걸스, 효진초이의 하리수-Temptation, 가비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 toxic, 허니제이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dirty 등 나도 그 시절 이후로는 듣지 않았던 추억의 노래들과 댄서들이 추는 추억의 춤에 빠져 보는 재미도 있었다. 

가비, 허니제이 댄스 (c) tvN-유 퀴즈 온 더 블럭



3 스우파 리더들의 진솔 토크

유퀴즈의 전매특허 1:1 인터뷰를 통해 MC들과의 토크에서 들을 수 없던 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코너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2J_neqDzDQ

솔직 토크 유튜브 링크


마음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들을 다루다 보니 진정성이 제대로 느껴지는데, 그중 모니카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모니카 1:1 (c) tvN-유 퀴즈 온 더 블럭


1. '댄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거야', '춤은 나 좋으라고 추는 거야'라고 정의 내리지 않고 그냥 저런 댄서도 있고, 이런 댄서도 있구나 그런데 난 이런 댄서가 좋아라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씬이 되기 바라거든요. (관중도 댄서도)


2. 그러려면 저희가 많이 보여드려야 하고, 다양한 댄서들의 개성들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지기를 바라요. 소외당하지 않길 바라요.


3. “항상 저는 소외감을 느끼면서 살았어요”

춤을 취미로 시작했다가, 직업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도 제가 진지하지 않게 춤을 시작했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 걸 부딪히다 보면 ‘결국 진심은 눈으로 보여줘야 하는구나’ ‘끝까지 버티면 언젠간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춤을 계속 좋아하는 것을 찾고 연습하고 섞어보고 그런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4. 춤을 대충 하지는 않았는데,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연습하지 않았다고 많이 소외를 당했던 것 같아요


5. 근데 어느 순간 세상에 바뀌어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다가와 있던 다양한 댄서가 자기 소리를 내는 세상. ‘나만 겪는 아픔이나 도전이 아니었구나. 누군가들이 다 어디선가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움직여졌나 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요즘에는 되게 많이 마음이 편해졌어요


6. 자기주장을 펼치려는 아티스트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계속 버텨라 계속 보여줘라 익숙해질 때까지 “


7. 시간이 오래 걸려도 0.1cm씩 변하니까. 그러다 10년 지나면 세상이 변해있어요. 그걸 믿는 거죠



계속 버티고 계속 보여주라는 말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세상은 변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버티는 자세는 각자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나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싶고 나만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 모니카샘의 말에 힘을 더 얻을 수 있었다. 단지 댄서들이 좋아서 프로그램을 챙겨봤는데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 덕분에 위로까지 됐던 시간이었다.




학창 시절, MTV에서 방영되었던 비욘세의 콘서트를 Mnet을 통해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론 그때가 인생 처음으로 해외 아티스트 콘서트를 목격한 때였다. 듣도 보도 못한 어마어마한 콘서트 스케일과 퍼포먼스에 너무 놀라서 동생과 나란히 입 벌리고 봤었다. 그러다 동생이 갑자기 내게 말했다. (우리 집에서는 동생을 시험에 나오는 거 빼고 다 아는 아이라고 얘기한다)


동생 : 언니 그거 알아? 저기 옆에 있는 댄서들도 각자 팬이 있어서 어떤 댄서들은 가수보다 팬이 많데
나 : ???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당시 한국에서는 백댄서라고 불리면서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댄서들은 누가 있는지 몇 명이 있는지 거의 관심이 없던 분위기였기에(불과 얼마 전까지도) 나는 동생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1년 최근 몇 개월 사이 동생이 전해줬던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쇼미더머니만 하더라도 이전에는 댄서들이 래퍼들의 음원 무대를 장식해주는 역할에 불과했다면(과거 쇼미더머니에도 허니제이와 홀리뱅크루가 여러 무대의 안무를 담당했었지만 최근 조명됨), 최근에는 모니카가 안무를 디렉팅하고 직접 무대에도 참여한 조광일 무대에서 Monica Shin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이 됐다. 

(c) Mnet 쇼미더머니10


그만큼 스우파를 통해서 댄서들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지위가 올라갔으며 그들이 더 주목받는 분위기로 바뀐 건 틀림없다. 쇼미더머니 뿐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무대에서도 그들과 멋진 댄서들을 더 만나보고 싶다. 요즘 같은 댄스에 대한 관심이 스우파를 시작으로 더 많은 댄서들과 댄스신으로 확장되고, 나아가 댄서들이 아티스트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글을 쓰고 나니 이 언니들에 대한 마음이 예상했던 것보다 진심인 것 같다. 광클에 실패하여 11월 스우파 콘서트를 못 간 것이 정말 아쉬웠는데, 12월에 티빙이 독점으로 콘서트 영상을 업로드해준다고 해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스우파 댄서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더 꺼내 주신 제작진들에게 감사드리며, 스우파 그리고 댄서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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