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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즈 ciriz Feb 13. 2019

요즘 뜨는 힙플레이스의 비밀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을지로'

요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는 그곳.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Olive의 ‘밥블레스유’에서도 주목한 곳이 있다.

나의 최애 밥블 언니들이 #힙플레이스로 방문한 곳은 바로 을지로!

을지로는 집에서 가까워서 요즘 더 좋아하는 지역이기도하다.


(c) Olive 밥블레스유


을지로에는 주로 철물, 공구, 조명, 인쇄소 등의 오래된 가게들이 즐비하고 있는데,

‘진짜 여기에 사람이 가는 가게가 있다고?’라는 반응이 나올만한 곳에서 뜬금없이 카페, 바, 레스토랑 등의 힙플레이스가 등장한다.



커피한약방

을지로의 대표적인 힙플레이스로 카페 '커피한약방'을 꼽을 수 있다

커피한약방은 '카페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잡는다'는 일반 가게들의 공식과 달리, 찾기 힘든 골목길에 숨어있다.

커피한약방은 '乙支路삘딍'이라고 쓰인 현판에서부터 쁼딩시절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개화기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을지로 '커피한약방'

커피한약방을 방문하는 몇몇 고객들은 이 곳이 커피한약방의 이름덕분에 기존의 한약방을 개조했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커피한약방 이전에는 타일 창고로 쓰이던 곳이었다고 한다.


타일 창고에서 커피한약방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직원 어머니의 혼수용품으로 쓰던 자개장, 건물을 헐기 직전에얻은 바랜 창틀, 을지로 동네의 몇십 년 된 문, 거뭇한 빠레트용 나무 바닥 등으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를 위해서는 자재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서울, 지방, 심지어 해외라도 직접 대표님이 찾아가 구매하거나 기증받은 받은 경우가 많다.

오래된 건물이기에 건축양식도 현대 건물과는 다른 특징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을지로의 옛것을 버리지 않고 건물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본디 원했던 커피한약방만의 개화기 컨셉 디테일을 더했다. 자재하나도 여러번의 고민 끝에 이어붙이고 뜯는 과정을 반복했고, 벽체도 오래된 페인트 칠을 하나씩 벗겨가면서 빈티지 무늬도 얻어가며 작업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움을 찾는 젊은이과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장소를 찾는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거듭났다.



완전 느낌 있어! - 본래 지역특성과의 신선한 조합

최근에는 을지로 뿐 아니라 힙플레이스로 대두되어온 곳들이 몇 군데 있다. 성수동, 익선동 등의 동네인데 이곳들을 접하는 순간, 새로운 비주얼과 공간이 내 눈 앞에 펼쳐지면서 ‘완전 느낌 있어!’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완전 느낌있는 느낌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는 것 없다지만, 또 새로움을 경험하고 싶어하고 추구한다. 우리의 느낌있는 탄성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허름한 공장과 멋진 카페, 오래된 건물과 힙한 젊은이 등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요소들이 서로 묘한 조화를 이룰 때 새로운 매력과 생명력을 갖는 것이다.


'다시, 을지로'를 쓴 김미경 작가는 "을지로는 저렴한 임차료와 편리한 교통을 찾아 이동해온 젊은 예술가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새롭게 재발견한 곳"이라며 "장사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아티스트들의 표현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을지로에서는 동네의 분위기와 산업을 살려 그 어느 누구와도 다른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로 담아냈다. 성수동도 이처럼 임대료가 저렴한 옛 공장터를 개조하여 대림창고, Onion 등이 탄생했고, 익선동의 많은 가게들은 한옥의 일반 주택가를 보존하면서도 적절히 개조하여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동네로 자리매김했다.


이 지역들에 새로 들어오는 젊은이들이 이 지역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살려 본인들의 업과 어우러지게 조화시켰다. 그 결과 기존 동네의 특색과 카페, 레스토랑, 펍의 이색적인 만남은 개성이 강력한 공간으로서 매력을 더하게 되었다.



나만의 느낌 있는 경험

떠오르는 힙플레이스들은 '나만의 공간'을 대신 충족시켜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힙플레이스를 자주 찾아다니는 밀레니얼 세대(약 1980년생-2000년생)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특별한 경험은 아무도 잘 모르는 새로운 공간에 가보기, 기존에는 겪을 수 없었던 신선하고 재미있는 체험하기, 비싸지 않아도 나의 아이덴티티에 꼭 맞는 물건이 될 수도 있다.

힙플레이스에서는 색다른 공간에 들어가고 이색적인 메뉴, 아이템 등의 경험으로 기존에 겪어왔던 회사, 집, 학교 등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신선한 차별화를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밀레니얼 세대들은 힙플레이스를 더 사랑한다. 이들은 주로 힙플레이스를 어떻게 접하게 될까? 힙플레이스를 알게되고 방문하는 경로는 주변인의 입소문과 SNS로 인한 정보 체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방문하게된 공간에서의 경험은 그들을 매료시킨다. 그들은 자신의 겪은 재미있는 경험을 SNS에서 공유함으로써 있어빌리티*를 선보이고, 그 주변인들은 그 정보를 통해 공간과 브랜드를 인지하게 된다.

*있어빌리티: ‘있다'와 영어 '어빌리티'(ability)의 합성어로, SNS상에서 연출과 설정을 통해 있어 보이도록 만드는 능력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접한 주변인은 ‘유사한 경험’을 위해서 혹은 '있어빌리티'실현을 위해 새로운 힙플레이스를 방문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해시태그, 광고, 지인 포스팅, 지인 추천 등을 통해서 알게 된다 > 그 장소에 방문하고  >  주위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추천한다  >  공유로 접하게 된 또 다른 유저는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이 메커니즘은 이커머스에서도 중요시하는 Marketing funnel의 과정과 유사하다. 고객들이 SNS 공유와 오프라인에서의 입소문(Funnel의 Referral)으로 과정의 선순환을 일으키면서 느낌 있는 장소는 힙플레이스로 거듭나게 된다.

Marketing Funnel (c)Fast Campus



제2의 힙플레이스 전망

을지로에서는 많은 이들이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을지로에서 가게를 열 수 있었지만, 현재(2019년 1월 기준)는 월세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을지로 일부 지역에 서울시의 재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어 다른 곳으로 터전을 옮겨야 할 위기가 닥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든 재개발의 이유이든 바깥으로 내몰리는 젊은 예술가와 업자들, 주민들은 또 다른 저렴한 지역을 찾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따른 비판도 없지 않다.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과 돈이 몰리고, 결과적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힙플레이스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을지로뿐 아니라 또 다른 지역에서도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기존 지역의 주민들과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성을 모색하여 서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때, 고객들이 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제2의 힙플레이스로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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