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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Jun 20. 2023

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기 위하여


삼 남매의 엄마인 나는 나의 의무에서 해방된, 집에 혼자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을 갈망한다. 모두가 가고 집에 혼자 남겨진 시간. 그런데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은 흩어져 버렸다. 주로는 핸드폰 때문이었다. '이것만 처리하고',  '이것만 답장하고'  마음먹고 집어 든 핸드폰에 들어가는 순간 나의 귀중한 시간은 삼십 분,  한  시간, 아니 몇  시간이  속절없이 공중분해되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황금 같은 시간을 날려 보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많이 자책했다.

지금 여름 시즌이니 나의 인스타그램에는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간 게시물들이 가득하다.  


아,  나도 휴가 계획을 해야 하는 데.....  리조트와 여행을 검색한다.  아,  친구 간 곳이 어디였더라....?  다시 인스타그램에 접속한다.  그러면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친절하게도 나의 게시물 피드에 여행지를 주르륵 나열해 주기 시작한다.  지금 결제하지 않으면 방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해 주는 광고를 따라 또 이동한다.  그렇게 나의 시간과 돈은  잃어버렸고,  인스타그램의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벌었다.  인스타는 절대로,  공짜 앱이 아니다.  


이것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SNS를 안 하면 된다고 말이다.  맞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만큼 대다수 나를 표현할 만한 공간과 시간, 능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사업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작은 사업이든,  큰 사업이든   손쉽게 광고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고, 내가 관심이 있는 기관들, 미술관들을 팔로우하면 가장 손쉽고 빠르게 정보를 볼 수 있다.


자기 PR의 시대,  소셜미디어는 가장 손쉽게 타인에게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쫓기며 살고 있기에,  매번 친구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안부를 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그저 나의 친구들의 근황이 궁금해서 인스타에 접속할 것이다. 가끔 알고리즘이 정말 '난리를 치며'  내가 검색한 제품을 사라고 사라고,  강요하는 것이 짜증이 나지만 소소하게 나의 삶을 내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문제는 나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나의 정신적 에너지를 쌓고, 나를 쌓아가야 하는 시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드에 그 시간을 잃는다. 시간을 잃는 경험도 쌓이고 쌓이면, 나 자신을 잃는 것이다.


하염없이 보내는 시간 속에서 책들이 나를 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내가 한정된 나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봐 주었고 이것들이 쌓여 결국에는 내가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그리게 했다.


"핸드폰 하지 말고 책을 읽으라"는 조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내 경우에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 나의 관심사, 내가 근본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서점에 가게 될 경우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이 책을 살 것인지, 이 책이 살만한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나는 나의 책장에 '그저 그런 책'이 쌓여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말 좋았던 책, 귀한 책들만 내 서가에 꽂히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서점에서는 읽을 자리도 드물고 돈을 써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좋은 책을 골라야 한다는 목적이 책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

최근 읽고 있거나 읽은 책들.

반면 도서관은 최소 7권을 고를 수 있고, 이 모든 고민에서 자유롭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관심사를 가진 사람인지 스스로 모르겠다면, 도서관에서 고른 그 7권에 책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는 경제공부 좀 할까 싶어 도서관에 갔는데, 막상 골라온 책은 미술책, 글쓰기책이 주였다. 내가 무엇을 하든, 이것들에서부터 찬찬히 쌓아 올리면 될 것이었다. 그리고 2주에 걸쳐 그것들을 읽어 내려가는 시간이 참 소소하게 행복했다. 내 시간을 채우니 나 자신도 채워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왜 시간을 나로 채우기보다 SNS피드에서 헤매었는지를 알았고(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쓰기까지 이어져야 내가 읽은 것에 완결성을 더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블로그 글쓰기/이재범).


나의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듯이, 블로그나 브런치 같은 플랫폼에서 쌓여간 기록들이 전문성이 되고, 축적된 내가 되어간다.


나도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 나의 계정에는 아이들의 그림 같은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끝없는 집안일, 산처럼 쌓인 빨래더미, 아이들에게 훈육해야 하는 상황들, 분주하게 밥 차리는 상황 속에서도 아주 짤막하게 아름다워서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강을 바라보며 둘째가 오빠를 백허그하는, 그런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순간들 말이다.



하지만 그'그림 같은' 사진들 속에 나는 없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사실 나도,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며 주야장천 올라오는 나의 친구들의 아이들보다, 내 친구가 그리운데 말이다.

사진을 찍을만한 몰골이 아닌 것을 잘 알기에 친구를 닮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굳이 정의하자면 나의 경우에 SNS는 '나이지만 정말 나는 아닌'것 같다. 분주하고 정신없는 삼 남매 육아에 그렇게 평온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이 나의 인생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 잠들기 전, 지친 상태에서 그런 사진들을 보며 '그래, 오늘도 잘 살았다. 아이들을 이렇게 웃게 해 줬으니....' 하는 위로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면 글은, 내가 맞다. 그래서 오늘도 인스타그램에 아이들 사진 하나 올리고, 여기에 나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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