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는 마요네즈, 마요데일리
자고로 연말은 지나간 시간을 차분히 마무리하라고 있는 것이고, 신년은 새로운 다짐을 다지라고 있는 것인데 나의 2021년 새해는 영 우당탕탕이었다. 30대의 마지막 해라는 쓸데없는 자각 때문인지 아니면 하필 때맞춰서 읽어버린 '유튜버의 일'이라는 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급해져버리고 말았다.
조급증은 위험한 병이다. 이성적인 생각이 불가능하고, 오래도록 지켜온 신념을 쉽게 무너뜨린다. 눈 앞에 보이는 것 붙잡기에 급급 해지며 타인들의 뒤꽁무니만 쫓는 실수를 저지른다. 상상 이상의 수익을 내는 유튜버들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게 전에도 앞으로도 나의 목표는 아니지만서도 기대하는 목표치가 없지는 않다. 수치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순수한 척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 콘텐츠는 일단 많이 봐주어야 한다.
마요네즈를 시작할 때부터 하루에 한 영상씩 올리는 채널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는 최소한 2-3일에 한번. 하지만 나는 그렇게 달릴 수 있는 전업 유튜버가 아니다. 그렇다고 사이드잡도 아니다. 그러니까 메인이면서도 올인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고, 에세이집과 브랜드 북과 인터뷰집 등의 책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대기 중에 있다. 그래서 아무리 잠을 줄이고 밥을 줄이며 노력해도 평균 일주일에 한 개 정도 업로드할 수 있었다.
구독자와 조회 수는 영상이 업로드되고 하루 이틀 정도, 그리고 이벤트가 걸려있을 때에야 비로소 소폭 올랐다. 새해를 맞이한 나는 이 페이스를 견딜 수 없어서 스피드를 올리기로 했다. 그래서 일상적인 모습을 담던 '마요데일리'를 '매일 만나는 마요네즈'라는 컨셉으로 약간 비튼 후, 개인적인 취향저격 브랜드들을 대방출시키는 5분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만들었다. 아이를 재운 뒤 한밤 중에 차를 마시다가 찍고, 새로운 택배가 도착하면 찍고, 일하고 들어오자마자 찍고, 이런 식으로 나를 갈아 넣으면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씩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몇 편 올라간 마요데일리는, 처참했다. 이렇게 조회수가 안 나온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조회수 따위가 아니었다.
마요네즈의 근간은 인터뷰다. 다양한 가치와 소신을 담은 '취향'이라는 기준을 갖고 단단한 사람들이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브랜드의 속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이벤트 상품.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서 대중적으로 폭발하진 않았어도 깊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알리는 것이 마요네즈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마요데일리'는 그런 것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나의 취향을 공유하는 것에도 의미는 있지만 그게 주객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거기에 가면 훌륭한 브랜드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걸 만든 사람의 취향이 이렇다더라'가 되어야지 내가 무엇을 사고 쓰는지가 더 앞으로 나아가서는 안 되었다. 유튜브의 장점 중 하나가 변화의 속도, 즉 시도와 개선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채널 홈페이지에서 콘텐츠를 전체적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어느새 '마요데일리'의 핑크빛 타이틀이 야금야금 땅을 따먹고 있었다. 브랜드의 기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요네즈는 절대 속도가 핵심인 플랫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느려도 신뢰도를 이유로 뽑은 파아란 색의 인터뷰 콘텐츠가 주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마요데일리'의 촬영 및 업로드 횟수를 대폭 줄였다. 그 시간에 인터뷰이 섭외에 더 힘을 기울였다. 역시 구독자들은 인터뷰를 더욱 반겨주었고, 나는 갈 길을 확인받은 기분이 들었다. 아주 잠깐 흔들렸다가 살짝 돌아왔을 뿐인데도 더 단단해졌다.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잘 모른다. 살짝 벗어나 봐야 비로소 진짜 중심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매일 만나는 마요네즈, 마요데일리' 중 가장 많이 봐주신 What's In My Work Bag?
나머지. 브랜드들 자체는 너무 훌륭하다. 다만 이런 방식보다는 진한 인터뷰로 담을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