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의 탈을 쓴 괴물이
시뻘겋게 달군 쇠붙이를 들고
내 몸 위를 지질 때면
홀로 밤안개 낀 강둑으로
저승사자 만나러 갔습니다
저를 제발 데려가 달라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매달렸습니다
볼 일 다 본 괴물이
식은 쇠붙이를 들고나갈 때면
강 건너에 있던 저승사자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죄스러운 맘으로 돌아섰습니다
하루에 수십 번
죽을 힘을 다해 만나러 갔습니다
이 강을 건너게 해 달라고
이 강만
지금은 괴물이 가고 없습니다
하지만 괴물이 남기고 간 낙인이
지금도 몸뚱이 구석구석 새겨져 있습니다
잊으려 해도 몸뚱이가 기억합니다
살을 지지던 그 냄새
타들어가던 그 고통을
지금도 수시로 만나러 갑니다
언제쯤 데려가실지
밤안개 맞으며 만나러 갔다가
새벽안개 필 때쯤 원망하며 돌아오는
이 삶을 지금도
2016.01.03
위안부(慰安婦)는
평생을 창살 없는 감옥에서 시들어가는 위안부(萎犴婦)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