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줄을 몇 번을 지웠다 썼는지 모른다. 고등학교 교사로? 선생님으로? 일하고? 살고? 이렇게 몇 번이나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내가 정말로 교사로 '일했'는가. 사실상 교사로 '살고'있지 않나 하는 고민에서였다. 무엇이 다르냐면 내 인생에 교사가 몇 프로 섞여있었는가? 하는 부분에서 두 단어는 엄청 확연히 다르다.
사실 '교사'보다 '선생님'이라는 문법에 어긋나는(사실 '님'은 자기한테 쓰기는 애매한 요소다. 그렇다고 선생으로... 하자니 조금 느낌이 이상하다.) 표현이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페이스메이커로 살기 위해서 이 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왜 학원 선생님으로 나가지 않고 지난하게 교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지 누군가 물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답했다.
"학원은 애들이 돈 있어야 다니잖아."
정말 나도 모르게였다. 나는 일단 돈이 있든 없든, 애들이 학원을 다니고 싶든 아니든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 일차적으로는 충만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학교가 부족해서 학원으로 돌아다니고, 자기의 선택과 상관없이 돈 없으면 양질의 교육을, 재미있는 시도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일단 나부터 아이들 하나하나가 돈인 상황에 놓이기가 싫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다들 싫어하는 방과후를 항상 개설하려고 했었고,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려고 좀 진심을 다했던 것 같다. 여태까지 방과후비가 얼마인지를 잘 모르는 것을 보면 돈이 1순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로 스터딩 방과후라든지, 힐링할 수 있는 독서모임 같은 것들을 방과후로 많이 했었다. 오늘도 책을 읽으면서 자기 계발 방과후를 한 번 해봐?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쩜 그렇게 소름 돋게 회로가 한 군데로 이어져있나. 그런 거 보면 나는 교사 일에 참 진심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제자가 교사가 된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중에 나를 종교처럼 따르는 아이들도 있고, 나만 보면 나 때문에 교사가 되고 싶어 졌다고 수줍게 말하는 아이들이 매년 있다.
아냐 그거 아냐, 안 돼.
그 아이들의 기대를 꺾기 위해 대충 살 생각은 앞으로도 없긴 하지만 이 지독한 일은 내 대에서 끊어야 한다. 너는 좀 더 많은 가능성 속에서 돈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누굴 보고 뭐가 되고 싶어져..?ㅠ
그러나 사실 나는 저 말을 할 자격이 부끄럽게도 좀 없다. 왜냐면 나는 11년째,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교사하지 말라고 하지만 매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시험을 보고 면접을 봐서 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결코 주어진 삶을 이어나가는 매너리즘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은전 한 닢의 거지마냥 내 삶은 내게 절실해왔다. 반대로 학원강사 등으로 이탈할 기회도 매번 있었다. 그런데 그걸 박차고 이 삶을 이어나가는 것도 나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교사가 된다면 말리고 싶다. 왜? 사실 거기에서부터 출발이다. 어디서든 열심히 살면 스카우트당하기도 하고 자기 커리어가 쌓여가기도 하고 연봉도 훅훅 뛰어 올릴 기회가 있는데 교사는 아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산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교사를 꿈꾼다고 하더라도. 특히나 아이들이 꿈꿀만한 '좋은 교사'따위로는 어림도 없다. 내가 교사를 꿈꾸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던 '좋은 교사상'은 사실 학교에서는 딱히 좋은 교사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꾸 일을 벌이고, 자꾸만 눈에 띄는 사람이다. 어떤 능력치가 대단한 사람은 다른 능력치가 부족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학교에선 아니다. 그냥 '조용조용히 무난하게 대부분의 능력치가 평균이며 일 안 벌리는 사람.' 그게 학교가 원하는 인간상이다. 그러면서도 꼭 저렇게 날개를 오독오독 부러뜨려놓고 필요하면 멀리까지 나는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또 부러진 날개로 날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마 교사를 꿈꾸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사'와는 정반대의 입장에 선 사람이 될 것이다. 아마도 교사를 꿈꾸는 아이들은 보통 순하고 제도 친화적이라 전혀 저런 상황은 예상도 못하고 불꽃같이 좋은 교사의 꿈을 태우고 있을 것이라 더 안타깝다. 아냐. 생각보다 행정업무 훨씬 많고, 집단도 좀 구리고 학교마다 문화가 너무 다르며 게다가.....
사실 어떻게든 기간제 교사를 끝내는 그날 쓰려고 했던 글들이다. 11년간 학교를 옮겨 다니며 별꼴을 다 봤기 때문이다.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의 장점은 정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교사들보다는 더 크고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대학 때부터 그러려고 학보사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이어나가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든, 단점 같은 기간제 교사 생활을 오히려 좋아! 하면 그렇게 되긴 하지만, 꼭 오히려 좋지만은 않다. 나는 '기간제 교사'로서 동료 교사들과, 아이들과의 관계를 경험했으며 그 입장에서 답답한 학교 조직의 부정적인 모습도 많이 보고, 갑질도 당했으며 심지어 갑질이나 아이들의 비뚤어진 부분을 그냥 두는 건 교사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꽃같이 고소도 해서 승소한 경험이 있다. 교사가 고소를 했다고?라고 생각한다면 반대로 묻고 싶다. 교사는 사람이 아닌가? 애초에 그런 질문이 나올 만한 집단에서 고소씩이나 했다면 얼마나 큰 일이었을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그랬을지. 교사 집단이 답답한 이유도 그런 것들일 게다. 학교는 '무난한 사람'을 좋아하니까. 근데 인간으로서의 나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면 나 같은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 곳이 학교다. 가장 인간적이어야 할 학교는 가장 개미지옥과도 같은 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사실을 교사를 꿈꿀 때는, 심지어 사범대생일 때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어렴풋이 들어왔던 '요즘 애들'이 어쩌고를, '학교 조직 문화'가 어쩌고를, 심지어 고소를 걸어야 할 정도로 대형 범죄를, 그저 '새끼 악마'에 지나지 않는 녀석들을 '애들이잖아, 넘어가.' '너 선생이잖아.' 하면서 오만 가스라이팅을 일삼고 교사 하나 조용히 삭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 저런 새끼 악마들이 다수의 선량한 애들을 망치도록 그냥 방관하거나 오히려 협조하는 썩은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걸 이겨내고 다수의 선량함과 학교를 믿고 있는 아이들과 새끼 악마들로부터 피해를 보고 그게 평생의 걸음에 영향을 받게 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고소를 걸고 승소했을 때, 그제서야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놈의 중립기어 풀고 돌아올 때까지 외로운 싸움도 했어야 했던 것을. 그걸 모르고 학교에 들어오면 오래 버티지 못하거나, 지금 네가 싫어하는 사람처럼 살게 되거나, 혹은 번민하다 죽음을 선택하게 되거나. 그런 사람들을 모두 본 입장에서 나는 아끼는 네가 교사가 되는데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누가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알려줬더라면 나조차도 한 번은 망설였을 것이다. 물론 설득력 있게 잘 써서. 꼰대같이 결론만 말하는 거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되고 싶다면,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년 차 교사로 살고 있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물론 나쁜 것만 있었다면 진즉에 그만뒀겠지 나도. 하지만 좋다. 무한 긍정맨인 '오히려 좋아'맨인 것을 빼고도 학교 생활은 눈물 젖은 간장계란밥처럼 먹어도 질리지는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눈물 젖은 밥인 건 좀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래서 정말로 11년간 좌충우돌해온 이야기들을 풀어내서 교사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한 번의 갈림길을 내보여주고 싶다. 아직 젊을 때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들어오게 되면, 각오 단단히 하고 똑바로 잘 해서 학교에서 오래 보자고. 그래서 학교에서의 강력한 단짠단짠을, 교사 지망생들과 나누는 글로 함께하고자 우당탕탕 교사 라이프를 기록해보기로 했다. 혹시 이거 보고 교사 꿈을 접거나 가드 올린 교사가 되었다면 꼭 후기 전해주시기 바란다. 교사는 병적으로 그런 후기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엊그제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를 가르치다가 문득 천명에 대한 고뇌를 하는 화자에 공감해버렸다. 교사로 사는 게 천직인 거 같기는 하고 다른 일을 해볼 생각조차 안 해봤는데 교사가 된다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픈 사람. 누군가 대체 왜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사교육에 나가지 않냐고 물었을 때 “학원은 돈 있어야 오잖아.” 했던 것, “나는 십 년 동안 잃어버렸던 겨울을 갖고 싶어.”라고 했던 것. 생각보다 돈 안 되는 일을 즐거워해서 번 돈 쓰면서 행복을 사가는 교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그래서 윤동주가 등불을 조금 켜 어둠을 몰아내는 마음처럼,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성스러움 같은 거 다 지우고 좌충우돌 리얼 교사라이프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좌충우돌 교사라이프에 대해서 솔직하고 가감 없지만 해학적으로 풀어내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명처럼 스스로 교사로 살고자 하는 이유를 정리해보려 한다. 여러분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