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겨울이 싫은 이유-1

안녕, 나의 사랑.

by 보드라운 고슴도치

애초에 단짠단짠으로 단) 짠)으로 이야기를 구분해볼까 했다. 물론 애매할 이야기가 많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걸 단으로 넣어야 하나 짠으로 넣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앞으로 고민되는 건 단)짠)으로 넣어야지.

근데 생각해보니 짠) 같아서 짠)으로 넣는다. 2020년에 아이들과 헤어질 때쯤, 마음에 꼭 품어두고 있다가 마지막 날 준 편지를 여기에 남겨두려고 한다.




안녕 나의 사랑 6반이들,


이 편지를 쓰는 시간은 마치, 살면서 수능날 아침에 처음 느껴보았던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이란다. 그걸 문장으로 적 는다면 아마도 ­올 것이지만, 오고야 말 것이지만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날의 아침이 밝아버린 그런 기분이란다. 수능날 이후에 그런 날들이 살면서 왕왕 찾아왔지만, 그 기분은 덤덤해지지가 않아. 조금 익숙해졌을 뿐. 역시 인생은 점차적으로 탄성을 늘려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한용운 시인의 말처럼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정말로 꼭 이런 마음이 아닐까 해. 참 어떻게 저렇게 적확하게 적었을까. 형언하기 어려운 사람의 마음


내내 익숙해질 법하면 쉬어가는 한 해였지만, 어쩌면 그래서 나의 부족함도 많이 숨길 수 있었고(그러나 다 드러났겠지만 지만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고 보내주는 너희들의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마음들, 그 따뜻한 온기들을 함께, 그러나 또 하나하나 더 조용하고 차분하게 만날 수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어. 그래서 정말로, 가장 적게 보았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우리가 될 것 같다. 사실 고백하자면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처럼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의 존재를 마음에 들인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담임을 하지 않는 해에는 2주면 다 외우던 이름들을 담임을 하는 해에는 한 달이 걸려서 외우곤 했는데 그게 어쩌면 마음을 얼마나 집중하거나 분산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했었거든. 내 반이 아니라고 안 예쁜 제자들은 아니지만, 내 반이 생기면 내 반에게 고슴도치 맘 되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사실 올해는 시기가 시기여서인지 미안하게도 다른 반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도 못했거든. 그런데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은 보기 전부터 외워서 마음에 일찌감치 들여놓았으니까. 내내 내 마 음이 이만큼 집중되었던 해도 없었지 싶기도 한 마음이 문득 들었어. 올해는 유독 새로운 일들 때문에 더 힘에 부치는 시간들이 많았는데, 그때에 내 마음을 밝히는 온전한 빛은 6반이 아니었나. 그래서 너희들은 내게 2020년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었어. 신기하게 속도 많이 썩이지 않아서 되짚어보는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아이들.


길지도 않은 글을 쓰면서 잠깐잠깐 멈추어서 한 명 한 명을 떠올려본다. 나와 한참 이야기를 많이 한 아이들도 있고, 그러지 못한 아이들도 있는데, 그러지 못했던 아이들이라도 신기하게도 올해 네가 내게 보여준 아주 사소한 모습들까 지도 얼마나 눈에, 마음에 담아두었는지, 그게 얼마나 순간순간 감동이 되었었는지 알게 된다면 놀라지 않을까 싶어. 올해 처음으로, 아, 아이들을 키우면 왜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수도 있는 매 순간순간이 깜짝 놀랍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그런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희들을 잘 키워 보내주신 학부모님들이 하나하나 멋지고 존경스럽고 그랬었어. 6반 담임으로 마지막 편지인데 자꾸만 그 마음들이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서 한참을 쉬고, 쉬고 하고 있다. 나 원래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사람인데.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자꾸만 머뭇거리게 돼서. 어쨌든 부치던 20년 에, 너희를 만난 건 주님께서 내게 벅찬 한 해를 주신 대신에 주신 나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어. 어. 올해 왜 이렇게 힘들지? 하다가도 6반을 생각하면 아, 주님이 나를 많이 사랑하시는구나. 싶었으니까. :)


너희의 한 해는 어땠니? 아쉬운 것도 많았을 한 해지만, 각각의 마음의 속도에 느릿느릿 맞춰갈 수 있고 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한 해였기를. 쉼 없이 달려왔던 날들을 조금 돌아볼 수 있는 해가 되었기를. 살면서 어느 순간엔가는 예상 못할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조금씩이나마 대비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한 해였기를 바라.

나의 겨울은 아득한 심해 안에 있었단다. 이래저래 변화가 많고 유독 심난한 시간들이었거든. 어떤 날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아주 작은 희망에 일희일비하기도 하고. 온전히 나를 지키기 어려운 날들이 있기도 했었고 그랬어. 너희들에게도 간혹은 이런 날들이 있기도 했을 거고, 혹은 지금이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앞으로 그런 날들을 만나서 당황할 사람도 있겠지 싶고. 희망이라면 그런 날들이 아무리 길어 보여도 끝은 있다는 것이고, 조금 슬픈 점이라면 그런 일들이 인생에 한 번은 아니고, 나이를 먹어도 간헐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는 점이란다. 30대가 되어서도 더 크고 다양한 이유들로 왕왕 맞는 일이거든. 대신에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그때의 나에게 해답까지는 아니어도 중요한 열쇠를 쥐어주곤 한단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런 일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혹은 그때 나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를 알려주거든. 그래서 사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 는 이유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기 때문일 뿐이지 그게 다는 아니더라구.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그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단다. 뭐 도움은 받을 수 있지! 결국은 자기가 두 다리로 땅을 딛고 당당히 일어나고 버틸 수 있는 힘. 그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금 당장에 눈에 보이는 무엇이 없다 고 하더라도, 혹은 잠깐의 아득한 내리막이 보이거나 막막한 것이 있더라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다시 새로운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임을 잊지 말자. 아픈 날들이 오더라도, 막막한 날이 오더라도. 조금 지나서 보면 그 겨 울은 그랬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날들임을 잊지 말고, 혼자 감내하지 말고 필요하면 손을 내밀고. 또 많은 사람이, 그중에 한 사람인 나도 너희를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지금처럼 매일을 엮인 사람은 아니게 될 수 있겠지만, 그러나 따뜻하게 엮여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 그러니 매일은 아니더라도 라도 왕왕, 소식을 주고받으며 함께 지내자. :) 좋은 날들도, 힘든 날들도 자랑도 하고 투정도 하고 축하도 받고 위로도 받으며 우리 한 살 한 살 쌓여가는 시간들을 나누며 지내자.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했던 많은 말들 중에 갑자기 이해되는 말이 생겼더라면 그것을 또 나누고 그렇게. 우리의 한 해는 함께 나이 들어가기 위해 스며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 이제부터 시작이지. :-)


생각해보면 참으로 하나하나 어마어마했던 나의 아이들. 주님께서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주신다더니, 생각해보면 정말로 나의 모자람을 빈틈없이 채워줄 너희들을 내게 주셨더라고. 하나하나가 정말 어마어마한 씨앗처럼 알 면 알수록 빛나던 우리 6반이들. 올해는 더 열심히 자라고 줄기를 키우고, 잎을 피워낼 것이라고 생각해. 그 희망을, 온기를, 심지어 옆에도 나눌 줄 알고, 서로를 품을 줄 알았던 귀한 모습들을 잃지 말고, 더 크고 귀한 사람이 되자. 개인적으로 서정주 시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얄밉게도 시는 참 잘 썼더라고 생각하는데, 견우의 노래라는 시에서 그랬다지.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라고.

이별이란 끝이기도 하지만, 관계의 변곡점, 성장의 기점이기도 하다고 생각해. 스며든 우리의 시간들이 얼마나 짙은 색이었는지, 이제부터 알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닐까 생각해! 이 이상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알록달록한 우리의 모습을 담았던 사진처럼. 선명하게 스민 우리의 색깔들이 서로에게 든든한 응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며!


아득한 심해 속 겨울을 온전히 지나느라고, 샘이 미처 미리 준비하지 못한 선물과 내 마음은 좀 더 많이 생각하고서는 1차적으로는 내가 얼마나 너희를 열심히 살폈는지, 학기가 시작해야 확인할 수 있는 행특에도 남겨볼 예정이고, 그렇게 생기부와 행특을 끝내고 찬찬히, 새로운 시작이 너무 즐거워서 우리의 시간이 꿈처럼 아득할 어느 날 갑자기 찾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볼게.

내 삶에 너희들이 그렇게, 예상하지 못했지만 가장 찬란한 선물이었던 것처럼! :)


내 귀한 사람들, 너희들은 누가 뭐래도 내게 너무 귀한 사람들임을 잊지 말자. 나의 사랑 6반. 말로 표현하지 못해 뭔가 부족한 마음 내내 열심히 읽어줘서 고마워. :) 좀 더 부드러운 번외 편으로 찾아갈게.:) 한 해 잘 마친 거 축하하고, 더 행복한 날들을 함께하자. 사랑해 내 아가들 :) 안녕, 나의 사랑.

-회자정리 거자필반, 너희들과 스며들 수 있었던 시간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6반 맘, 경민쌤이 :)




아직도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읽다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던 그 겨울, 이제 고3이 된 녀석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지구 어디에선가의 내가 늘 기도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 가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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