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by 보드라운 고슴도치

시즌이 종료되었다. 그 어느 시즌보다 바닥조차 없어 날것의 불안함을 견뎌야 했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기회가 불쑥 연달아 찾아와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와중에 조금이라도 기대하는 순간 무너졌던 경험들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눈치를 주어서 그런 기대들조차 애써 꾹 눌러왔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갈팡질팡하고 현타도 많이 왔던 기간들. 그래서인지 더욱 작아지고, 또 스스로를 부정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하나씩, 결과로 돌아왔다.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해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납득하고 싶지 않았고, 그러나 납득했어야 하는 결과였다. 이유가 알고 싶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반복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억까에는 운명을 탓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대체 이렇게까지 들었다 놨다 하는 이유가 알고 싶었다. 작년에는 하나, 올해는 셋이니까 내년엔 다섯인가? 이쯤 되면 한 번은 괜찮을 수도 있었을 텐데. 혹은 내가 그 시그널을 알아듣지 못하고 이 길을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제법 내가 열심히 산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얼마나 몰아붙였는데. 나만의 무언가 크게 잘못된 생각일까?


허나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에 붙잡혀 있을 수는 없다. 올해는 병오년이라 좀 더 괜찮을 거라고 하는데, 무엇이 괜찮을지. 어떻게 하면 그걸 잘 알아볼 수 있을지. 생각할 따름이다.


어쩌면 나는 이만큼을 와버린 것일까. 나 말고는 많은 이들이 나 대신에, 나보다 더 기분 나빠하는 것조차 나는 사실 그러려니 했다. 대체 어디가 얼마나 고장 난 것일까.



문득 블로그에 글을 쓰러 오는데, 마침 보이는 글의 제목이 가수 이재가 골든글러브 주제가 상을 받으면서 수상소감으로 했던 말이다. "거절은 끝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이었다." 수없는 거절이 그런 뜻이었던 것을 나는 미처 몰랐던 것일까. 어디가 환대받을 수 있는 길일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 것일까. 허나 이 길에서 머뭇거리며 서성이는 나는 마침내 인정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노력해야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내게는 안 될 일인 것일까?


부쩍 생각이 많아지는 밤, 바짝 구운 고기와 하이볼로 턴다.


툭툭,


그러면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낭만과 문학성을 그리며.(feat,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