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아니라, 그 직전의 순간

AI 시대, 디자이너는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

by 더크림유니언


디자인은 오랫동안

결과를 다루는 일로 정의되어 왔습니다.



사용자가 보게 될 화면,
전달되어야 할 정보,
완성된 상태의 경험.



UX/UI 디자인 역시 이 전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고,
디자인은 그 결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관여하는 역할로 호출되었습니다.



디자인은 거의 항상 '결정 이후'에 등장합니다.



무엇을 실행할지,
언제 실행할지,

어떤 리스크를 감수할지는

디자인이 개입하기 훨씬 이전에 정해집니다.


그 결과, 디자이너는 점점 익숙한 문장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게 됩니다.


“요구사항대로 진행했습니다.”
“비즈니스 결정이었습니다.”
“정책적인 판단이었습니다.”


이 순간, 디자인의 역할은 고정됩니다.

결과를 장식하거나, 결정을 번역하는 위치로.





다른 차원의 레이어로 이동하는 디자인

여기서 한 단계 다른 질문이 등장합니다.


결과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아니라,
이 결과가 실행되어도 되는 상태였는가.


흔히 말하는
“결과 디자인이 아니라, 판단 디자인”이라는 표현은

스타일을 위한 수사가 아닙니다.


이는 디자인이 작동하는 레이어 자체가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관점에서 디자인이 바라보는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행 이전의 상태

여러 결과가 아직 열려 있는 순간

‘Go / No-Go’가 결정되기 직전의 찰나


여기서 디자인의 대상은 더 이상 화면이나 버튼이 아닙니다.


판단이 이루어지는 조건

멈출 수 있는 지점

유예가 허용되는 상태

책임이 분기되는 구조


이 영역은 지금까지 거의 설계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인터페이스 이전’이라는 말의 오해

‘인터페이스 이전’이라는 말은
와이어프레임이나 리서치 이전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확인’ 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인지 상태를 의미합니다.


결정 이전.
책임 이전.
실행 이전.


이 영역은 대부분


회의의 분위기,
보이지 않는 압박,
일정과 마감,
조직이 공유하고 있지만 명시하지 않는 기대.


비가시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지 않는 레이어가 조직의 대부분의 '결정'을 좌우합니다.

결과는 문서로 남지만, 그 결과가 허용된 판단의 상태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왜 이 문제는 디자이너의 영역인가

판단은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각과 구조의 문제입니다.


엔지니어는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획자는 목표를 추구하며

법무는 규정과 책임을 점검합니다


하지만


균형, 밀도, 과부하, 그리고 언제 멈춰야 하는가에 대한 감각은
오래전부터 디자이너의 영역이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책임의 언어로 고정할 방법이 없었을 뿐입니다.


설명은 있었지만,

판단 상태를 고정할 '언어'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과는 관리하지만,
판단은 관리하지 못한 채 실행을 반복해 왔습니다.





자동화 이후에도 남는 질문

AI는 점점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인터페이스는 자동화되고, 인터랙션은 표준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 실행해야 하는가.”
“멈추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닌가.”



이 질문은 자동화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질문을 명확한 구조와 언어로 붙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각을 오랫동안 다뤄온 직업이 디자이너였습니다.




앞으로의 디자인은

결과를 더 잘 만드는 일을 넘어서,
조직의 결정을 의도적으로 늦출 수 있는 지점을

어디까지 설계할 수 있는가를 묻게 될 수 있습니다.



:



그 지점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다시 열리기 시작합니다.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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