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쉬워졌지만, 기준은 사라졌다

Chat 이후, 실행을 허용하는 판단은 어디에 남는가

by 더크림유니언

Chat UI는 종종 ‘단순화’로 이야기됩니다.
복잡한 메뉴와 버튼이 사라지고, 말로 요청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해주는 방식.
겉으로 보면 인터페이스는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 일은 다릅니다.
Chat UI는 복잡성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복잡성을 재배치했을 뿐입니다.







인터페이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사용자가 UI를 학습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사용자가 문장을 설계해야 합니다.


무엇을 말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맥락을 포함해야 오해가 줄어드는지,


조건을 어떤 순서로 제시해야 정확도가 높아지는지.

버튼과 메뉴 대신 우리는 '프롬프트'라는 새로운 입력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복잡성은 줄어들지 않았고, 단지 화면에서 사용자 언어 능력으로 이동했을 뿐입니다.







자연어의 장점은, 동시에 한계다


자연어는 유연합니다.
맥락을 품고, 의도를 암시하며, 상황에 따라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시스템의 관점에서 모호함은 미덕이 아니라 오류의 원인이 됩니다.


“조금 더 노을빛 오렌지로”
“적당히 안전하게”
“이전보다는 나은 방향으로”


사람에게는 충분히 이해되는 표현이지만,
시스템에게는 해석의 여지이자 책임이 빠져나갈 공간이 됩니다.

자연어는 의도를 공유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정확한 기준을 고정하는 언어로는 불완전합니다.







문제는 실행이 아니라 승인이다


AI 시스템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실행 오류가 아닙니다.

실제 문제는 어떤 상태에서 실행이 ‘허용되었는지’가 기록되지 않는 구조에 있습니다.

누가 승인했는지는 남아 있습니다.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도 문서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결정이 내려진 순간의

맥락, 압박, 불확실성, 판단 기준


즉, 판단 상태(judgment state) 는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후에는 모든 판단이 합리적으로 재구성됩니다.
하지만 그 당시 왜 ‘go’가 허용되었는지는 증명할 수 없습니다.







자연어는 실행 언어가 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어는 설명 언어일 수는 있지만, 실행 언어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자연어는 '설득과 공유'에는 강하지만, '책임과 경계'를 명확히 고정하는 데에는 취약합니다.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을 하고 싶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 허용되었는가” 입니다.







Chat 이후, 필요한 것은 기준 언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판단을 실행으로 전환하는 기준

승인과 책임의 경계를 고정하는 언어

모호함을 구조로 치환하는 방식입니다


Chat은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착지는 아닙니다.

Chat 이후의 논의는 결국 이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기준으로 실행이 허용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는 시스템은 아무리 유창하게 말해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기준은 말이 아니라 구조다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판단이 멈추는 지점을 기록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모두가 합의 가능한 언어로 남기는 일입니다.


자연어는 흐릅니다.
판단은 고정되어야 합니다.


Chat 이후, 우리가 다시 묻게 될 질문은 이것입니다.




무엇이 실행을 허용했고, 그 판단은 어디에 기록되어 있는가.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판단과 기준을 제시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