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과 기준을 제시하는 일,

과연 에이전시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by 더크림유니언


AI, 그리고 AGI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자동으로 생성되는 디자인, 스스로 최적화를 제안하는 운영 시스템,
맥락을 이해하며 기획을 보조하는 도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 앞에서 에이전시 업계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으로 일해야 할까요.”


최근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판단’, ‘결정’, ‘기준’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언급됩니다.


다만 이 키워드들이 과연 에이전시라는 업의 미래와 정확히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판단과 기준은 왜 중요해지고 있을까


AI의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희소해지는 요소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잘 만드는 능력

빠르게 실행하는 속도

많은 안을 만들어내는 생산성


이 영역들은 이미 기술의 몫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책임입니다.


왜 이 안을 선택했는가

무엇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가

이 판단의 결과를 누가 감당하는가


이 지점에서 ‘판단과 기준’은 분명히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떤 업의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문제는 키워드가 아니라, 에이전시라는 형식일지도

전통적인 에이전시는 요청을 받아 결과물을 만들어 전달하는 구조 위에서 성장해왔습니다.

이 구조 안에서 “우리는 판단과 기준을 제시합니다”라고 말할 경우,

다음과 같은 반응을 마주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그건 컨설팅의 영역 아닌가요?”
“결과물은 누가 만드는 건가요?”


이는 판단과 기준이라는 개념이 틀려서라기보다는,

기존 에이전시의 형식과 충돌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즉, 방향은 맞을 수 있으나

현재의 업의 포맷 안에서는 그 가치가 온전히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습니다.






미래형 에이전시는 ‘판단만 하는 조직’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형 에이전시가 판단과 기준을 다룬다고 해서 실행을 내려놓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미래형 에이전시는 판단이 실행을 지배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조직에 가깝습니다.


먼저 기준을 정의하고

그 기준이 디자인, 콘텐츠, 운영 전반에 번역되며

실행 과정에서 기준이 흐트러질 경우 개입합니다


이는 말만 남기고 떠나는 컨설팅과는 다르며,

기준이 실제로 작동하는지까지 책임지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에이전시는 이런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에이전시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판단을 설계하는 레이어입니다.
무엇이 통과되고, 무엇이 보류되며, 어떤 경우에 중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의합니다.


둘째, 기준을 실행으로 번역하는 레이어입니다.
판단 기준이 디자인, UX, 콘텐츠, 운영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구조화합니다.


셋째, 실행을 감시하고 개입하는 레이어입니다.
속도와 효율에 밀려 초기 기준이 붕괴되는 지점을 감지하고 조정합니다.


이 세 레이어가 함께 작동할 때, ‘판단과 기준’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업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이전시는 무엇을 제공하게 될까

이 구조에서 에이전시는 더 이상 결과물만을 제공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가치를 제공합니다.


판단 구조를 설계하는 비용

실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뢰

AI가 대신할 수 없는 책임의 영역


그에 따라 계약의 형태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발성 결과물 중심의 프로젝트 계약이 아니라

판단 프레임과 운영 관여를 포함한 관계 중심의 계약


에이전시는 점차 ‘만들어주는 조직’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파트너에 가까운 위치로 이동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판단과 결정, 기준을 제시하는 일’은 에이전시의 미래와 어긋나는 키워드는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지금까지의 에이전시 형식과는 맞지 않을 뿐입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에이전시는 판단을 말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 판단이 실제 실행을 지배하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조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에이전시라는 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조용히 진화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현장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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