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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Nov 09. 2016

화웨이, 이름을 세탁해요

화웨이가 우리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나는 비싸다. 나는 고급 브랜드다. 나는 중국의 삼성이다. 샤오미와 비교거부. 넘사벽. 클라스 다름.


실제로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화웨이. 숫자로 한번 살펴볼까? 지난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과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게 화웨이다. 예전에 엎치락뒤치락 정답던 LG전자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잘 나가는 브랜드가 중국 기업이 가진 저가 이미지의 멍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은 ‘화웨이’라는 중화풍 네이밍으로부터 벗어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리내어 발음해보자. Huawei. 고민할 것 없이 중국식 발음이다. ‘중화민족을 위해 분투한다’는 거룩한 의미마저 담고 있다. 내수 시장만 생각한다면 모를까, 지금 화웨이가 품은 큰 꿈에는 방해되는 이름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 기업의 이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게 쉬웠다면, 진작 삼성부터 ‘쌤쏭’이 아닌 뭔가 간지나는 이름으로 바꿔버렸겠지.


화웨이는 화웨이를 덮기 위해 온갖 멋진 이름들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라이카와 포르쉐. 듣기만 해도 혹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두 브랜드를 등에 업고 탈대륙에 나섰다.


신제품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화웨이 메이트9. 자체개발한 최신형 기린 960 프로세서로 굴러간다. 기린 탑재 스마트폰을 몇 번 써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직접 칩셋을 생산하는 제조사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한(다시 말해 가장 위험부담이 큰) 부품을 직접 설계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뜻이고, 연구 개발에 투자할 자본이 받쳐준단 얘기다. 쉽게 말해 화웨이는 돈이 많다.


라이카와 협업으로 탄생한 카메라는 약간 잡음이 있긴 했지만, 이름 만으로도 절반 쯤 먹고 들어간다. 디테일을 표현하는 2,000만 화소 모노크롬(흑백) 센서와 색감을 담당하는 1,200만 화소 센서를 함께 품었다.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물론 저조도 환경에서도 고품질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벌써 궁금해진다.


디자인은 아주 좋다. 15일에 걸쳐 50가지 특수 공정을 거치고 샌드 블라스트 기법으로 가공했다는 메탈 바디는 새우깡 같은 자태를 뽐낸다. 매끈해서 손이 간다, 손이가. 메이트9은 5.9인치 풀HD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컬러는 블랙, 스페이스 그레이, 문라이트 실버, 샴페인골드, 모카 브라운, 세라믹 화이트. RAM 4GB.


오리지널 메이트9 보다는 리미티드 에디션에 더 끌린다. 포르쉐 디자인 메이트9 리미티드 에디션은 진짜 멋지다. 폼 잡으려고 작정한 제품 같다. 컬러는 그래파이트 블랙 단 하나. 전면은 5.5인치 커브드 AMOLED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갤럭시S7 엣지같은 느낌을 풍긴다. 제일 멋진 건 떡하니 박힌 포르쉐 디자인 로고. RAM도 6GB로 조금 더 고사양이다.


과거에도 포르쉐 디자인과 협업한 스마트폰이 있었다. 아련한 기억속의 포르쉐 디자인 P9981. 실물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침흘렸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포르쉐 디자인의 총애를 받는 영광은 화웨이에게로 넘어갔구나.


아, 가격을 말해야지. 화웨이가 이번에 어필하고 싶은 내용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가격인 것 같다. 화웨이 메이트9 기본 모델은 699유로(한화 88만 원대). 메이트9 포르쉐 디자인 모델은 1395유로(한화 176만 원대). 라이카, 화웨이, 포르쉐. 세뇌가 시작됐다. 마치 독일의 화웨이인 것처럼. 난 비싸! 난 비싸다고!



광고 및 제휴 문의 hell0@the-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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