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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Dec 19. 2016

하루 세 번 네가 생각나

북유럽 감성 터지는 유마키 칫솔 

기분이 울적해서 뭘 좀 샀다. 계획에 없던 소소한 지름.


봉투 안에 있던 건 칫솔이다. 1만 9,800원. 칫솔 치고는 가격이 있는 편이라 망설이긴 했지만, 난 양치성애자니까.




“무취의 영역에 돈쓰기”


당신이 사는 물건은 알게 모르게 당신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소비는 취향과 직결된다. 하지만, 수많은 물건 중에 칫솔만큼 취향이 없는 물건도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트에서 할인 판매하는 6개 세트의 칫솔을 사서 쟁여두고 쓴다. 난 이런 무색무취(취향의 ‘취’ 올시다)의 물건에 나만의 이상한 취향을 얹어내는 게 좋다. 에디터H는 나에게 티 안나게 돈 쓰는 재주를 가졌다고 핀잔을 주지만, 뭐 어때. 내가 행복하면 됐지.


선지름, 후검색. 일단 지르고 나서 브랜드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집 화장실에 북유럽 감성을 몰고 온 이 녀석은 유마키(yumaki)의 제품.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회사와 100년 넘게 오랄케어에 대해 연구해온 일본 제조사가 함께 만든 브랜드다. 킁킁 어쩐지 북유럽 냄새와 무인양품의 냄새가 나더라니. 차갑고 실용적이던 구강관리 카테고리에 위트와 유연함을 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손잡이에는 정말 아주 가까이에서 봐야만 보일 정도로 은은하게 브랜드 이름을 새겨놨다.


유연하게 흐르는 곡선의 손잡이는 특수 처리한 대나무로 만들어졌다. 방수와 안티 박테리아 처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건 나무니까, 사용하고 나서 잘 말려줘야 한다.


손에 쥐면 가볍고 따듯하다. 코를 박고 킁킁대면 잘 말린 나무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대나무를 가로지르는 알루미늄선으로 에지를 더했다. 보면 볼수록 내 취향. 마음에 쏙든다.


몸체는 조신한데, 머리가 날라리다, 나처럼. 칫솔모 한 부분만 브릿지를 한 것처럼 색이 다르다. 그나마 이건 얌전한 편. 유마키의 다른 칫솔도 모두 형형색색 염색을 했더라.


자, 어쨌든 칫솔을 샀으니 양치 소감을 말해야겠지.


조심스럽게 칫솔모 위에 치약을 짜고 입안에 넣는다. 다른 칫솔모다 머리가 커서 입안이 꽉 찬다. 나무를 깎아 동물을 털을 붙여 양치를 했다던 원시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위아래 위아래 손을 움직여 양치를 하는데, 칫솔모의 탄력이 엄청나다. 내 이를 찰싹찰싹 때린다는 기분이 들 정도. 거칠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건 시원한 쪽에 가깝다.


이 칫솔의 진가는 닦고 나서 알 수 있다. 탄력 있는 칫솔모가 덕분에 닦고 나면 잇몸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입안이 시원하다. 잠깐, 세상에 잇몸 마사지라는 게 있던가?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런 게 있다면 아마 이런 느낌일 거다. 오래된 치석까지 모두 박박 긁어내린 느낌. 거칠다는 말이 아니라, 칫솔모의 단단한 탄력 덕분이다.


칫솔모의 탄력은 혀를 닦을 때도 유용하다. 혀의 모든 유두(혀의 돌기를 유두라고 한다. 오타도 야한 말도 아니다) 사이에 낀 설태가 말끔하게 없어진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양치성애자다. 양치를 자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칫솔과 치약을 사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그 나라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치약을 사고, 일단 새로 나온 칫솔과 치약은 사고 본다. 왜 이렇게 칫솔과 치약을 좋아하냐고? 양치는 기분이 찝찝할 때마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리프레시 할 수 있는 의식이라고 믿으니까. 아니 사실 내가 원래 이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걸 사는 걸 즐긴다.


아무튼 꽤 많은 칫솔과 치약을 섭렵한 나의 경험을 토대로 말하면, 유마키의 이 칫솔을 꽤 괜찮은 물건이다. 이 녀석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몇 번은 행복해질 것 같다. 또 이 닦으러 가야지 룰루.


유마키 Shinsen
Price –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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