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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pr 07. 2017

우리 모두가 비디오를 만들 수 있어

이 시대의 영상은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정신을 차리니 우리는 모두 카메라를 보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대륙에 살고있는 파란 눈의 소녀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눈 앞에서 보고, 낯선 이가 라면 여섯 개를 끓여 먹는 모습을 감상하며 맥주를 마신다. 아침 출근길부터 화장을 지우는 모습까지, 일상의 모든 장면이 콘텐츠가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비디오고 방송국이다. 이토록 희한한 세상이 왔다.


말해 무엇하리. 이 모든 일이 가능해진 건 주머니 속의 작은 전화기 덕분이다.


애플이 재미있는 iOS 앱을 공개했다. 솔직히 이건 대박이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분들은 이 리뷰를 보고도 다운로드할 수 없으니 애석할 정도다. Clips는 동영상 제작 앱이다. 쉽고, 빠르고, 근사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실행해보면 어떻게 쓰는 건지 금방 알 수 있다. 사실, 구구절절 설명해야할 만큼 복잡한 기능도 없다.


‘눌러서 녹화하기’ 버튼을 탭하면 녹화가 시작된다. “안녕!”을 외치고 끝나는 2초짜리 클립을 만들어도 된다. 오랫동안 탭한 상태로 “안녕! 나는 디에디트 리뷰 요정 에디터H야, 오늘 점심엔 망원동에서 명란크림파스타를 먹었는데 꿀맛이었어! 거기 위치가 어디냐면…”하고 한참 떠들어대도 상관 없다. 각 클립의 분량은 내 마음대로다.


물론, 사진을 촬영해서 음성을 덧붙인 클립도 만들 수 있다. 사진 보관함에서 기존에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가져와서 새로운 클립으로 추가해도 무방하다.


이 앱의 목적은 단순하다. 짤막 짤막한 여러개의 클립을 쭈욱 이어 붙여서 하나의 비디오로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각각의 클립은 연속적이면서도 독립적이다. 클립마다 각각 다른 필터와 효과, 말풍선, 이모티콘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여러분은 “이제 대박을 보여줘’라고 생각하시겠지. 평범한 영상 편집 앱과 별 다를 바가 없으니까. Clips 앱은 정방형 비율만을 지원한다. 게다가 기본 설정으로 전면 카메라를 사용한다. 후면 카메라로 전환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 앱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주는 요소다.


이건 아무나, 아무렇게나, 아무때나 영상을 만드는 앱이다. 거창한 편집도구도 필요 없고, 멋진 배우나 스토리도 필요 없다. 일상 속에서 몇 번 ‘톡, 톡’ 탭하는 동작만으로도 그럴싸한 비디오를 엮어주는 목적이다. 그리고 이 영상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같은 소셜 미디어에 바로 업로드 된다.


소셜 미디어에서 영상을 소비할 때의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짧은 영상을 가볍게 즐기고 넘어간다. 볼륨은 켜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용 영상엔 늘 자막 작업이 필요했다. 애플은 이 부분을 영리하게 캐치했다.


Clips 앱은 라이브 타이틀이라고 불리는 자동 자막 생성 기능을 지원한다. 자막 위치나 크기에 따라 몇 가지 스타일을 지원하는데,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고 녹화를 시작하면 된다. 녹화하는 동안 내가 하는 말이 자동으로 자막이 되어 따라 붙는다. 녹화 후에 다시 재생해보면 내가 말하는 속도에 맞춰 자막이 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한글도 지원한다. 문장 속에서 영어로 말한 것도 따로 구분해낸다. 내 발음이 형편없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음성인식이다 보니 간혹 오타가 나기도 하는데 그럴 땐 자막을 살짝 터치하면 바로 수정할 수 있다. 아, 정말 놀랍다. 영상으로 자막 작업 좀 해본 분들은 이게 얼마나 많은 수고를 덜어주는 기능인지 알 것이다. 물론, 한정된 폰트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크게 아쉽긴 하다.



소셜 미디어 속 영상은 볼륨을 죽인 채로 재생되는 일이 많다지만, 그래도 비디오에 배경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Clips 앱은 다양한 사운드 트랙을 제공한다. 저작권에 대한 이슈가 없는 음원이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팝이나 여유로운 분위기, 감성적인 분위기, 유쾌한 분위기 등의 음원 중에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자. 영상에 배경음악이 적용된 모습도 인상적이다.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는 배경음악 볼륨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사람 음성이 들어가지 않은 클립에서는 배경음악 볼륨이 올라간다. 영상이 끝날 때 절묘하게 페이드 아웃되는 것까지 끝내준다. 별 다른 설정을 하지 않아도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준다는 게 놀랍다.


https://www.youtube.com/watch?v=YxQpoM1uym0


재밌는 앱이다. 에디터M과 나도 Clips 앱으로 요즘 유행한다는 Vlog를 찍어보았다. 우리의 시시한 일상을 구경하고 가시길. 여러분의 일상도 어떨지 궁금하다.


Clips
Store – iOS
Point – 최소한의 노력으로 멋진 영상을 만든다는 것
Price –  Free
Download – 클릭!


기사 제보 및 제휴 문의 / hello@the-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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