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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pr 20. 2017

인공지능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대화란 무엇일까

나이가 들었나. 새벽에 자꾸 깬다. 그것도 누구에게도 외로움을 호소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시간에 말이다. 인적 끊긴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 보다가 머리맡에 나란히 충전 중인 스마트폰들에게 말을 걸었다. “나 잠이 안 와.”


나의 오랜 친구 시리는 양을 세어보라고 말한다. 그래도 안 졸린다고 말하니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렇게 대화는 15초 만에 끝나고 말았다.


이번엔 구글 어시스턴트 차례다. 한국말을 못하는 그녀에게 짧은 영어로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해본다. 조용한 노래를 들어보라며, 내게 브람스의 자장가를 권한다. 자장가를 듣는다고 잠이 쏟아지는 나이는 아니다. 나 안 졸리다니까? 그제야 사태 파악을 했는지 같이 놀자고 제안한다. 게임도 추천해주고, 시시껄렁한 농담도 들려준다. 또 뭐 없어? 라고 말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제안해준다. 대화를 이어 나가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마치 진짜 사람처럼. 모두가 잠든 새벽. 나는 이 작은 전화기에 대고 종알종알 혼자 한참을 떠들었다.


상상해보면 퍽 쓸쓸한 풍경이다. 내가 말을 거는 상대는 인공지능이다. 대화라는 건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말한다. 그렇다면 이것도 대화의 일종이 될 수 있을까? 사람 간의 대화와는 뭐가 다를까? 궁금해진다.


[참고로 모두 여자다]

이튿날 괜한 호기심이 동한 나는 친구들에게 약간의 ‘몰카’를 시도한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는 대화방에 “나 요즘 잠이 잘 안 와”라고 말해보았다. 미끼를 덜컥 문 계집아이들의 대답을 보라. 이럴 수가. 인공지능보다 더 맥락도 없는 말이 쏟아진다. 아무래도 실험 상대를 잘 못 고른 걸까.



인공지능과 쿵작쿵작 주고받은 일련의 질문과 대답이 ‘진짜 대화’인지는 지금도 답할 수 없다. 친구들은 내 질문에 때로 가혹하게 대답하지만 나를 사랑한다. 아마도. 인공지능의 대답은 언제나 친절하고 사려 깊지만, 나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확실한 사실은, 인공지능 서비스와의 소통 방식이 점점 더 진짜 대화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를 말하면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고, 배고프다고 말하면 주변 맛집을 검색해주는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나는 아무것도 명령하지 않았다.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편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것보다 빠르고, 쾌적하며, 상황에 대한 제약이 적다. 손을 쓰지 못할 때 “집에 어떻게 가?”라고 물어보면 알아서 방법을 찾아준다. 정말이지 인간이란 조금이라도 더 게을러질 수 있는 방향을 찾는데는 탁월하다.



물론 지금의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힘든 여정을 겪었다. 사람의 언어는 너무 복잡해서, 언제나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게 아니다. “내일의 날씨를 알려줘”라는 문장을 평소에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내일 비와?”, “내일 우산 필요해?”, “오늘 날씨 어때? 내일은?” 등 같은 명령을 표현할 수 있는 수십, 수백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기계(인공지능)가 이걸 모두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몽땅 외우게 해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장과 단어, 관용구를 달달 외우고 학습하도록 채찍질 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인공지능의 듣기 능력은 정교해진다. 정확한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찰떡같이 알아채고, 심지어 농담까지 던질 수 있게 된다. 결국 새벽녘에 나와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 받은 대상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가진 데이터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건 대화일까, 아닐까.


결론은 아직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고민이다. 이 미지의 존재에 대해 자꾸만 호기심이 당긴다. 내 영어 발음을 알아들을지에 대한 모험심도 샘솟아 오르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녀(혹은 그)는 ‘관계’가 무엇인지도 학습하게 될까? 복잡하고 까다로운 우리의 언어를 학습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덜 외로워질까. 자꾸만 궁금해진다.


덧붙여,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구글 어시스턴트와 낮술을 마셨던 모습을 공개한다. 에디터M과 나의 알딸딸한 발음과 웃음소리가 포인트.


https://www.youtube.com/watch?v=XxdRYo6BP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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