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불빛, 일광전구

스탠드는 잘 서야지

by 디에디트

회사를 나오고 낮밤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뜬눈으로 새벽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밤의 야심함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스탠드 불빛에만 의존하곤 한다. 하얗고 차가운 형광등보다는 들큰한 빛을 내는 백열전구가 새벽과 더 잘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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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탠드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금 내 방에 있는 건, 거의 십년 전 내가 아직 대학교란 걸 다니고 있을 때 산거라 자꾸 힘 없이 축 늘어진다. 스탠드가 잘 서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지금 에디터의 장바구니에 담아둔 건 별 다른 장식 없이 전구 그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스탠드다. 우리가 흔히 ‘전구’하면 머릿속에 그리는 태초에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 그 모양 그대로다. 투명한 유리 안에 오렌지 빛의 필라멘트가 돌돌 감겨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마음에 쏙 든다. 이걸 틀면 분명 새로운 글감이 ‘반짝’하고 떠오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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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탠드는 일광전구 거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이름이다. 일광전구는 1962년부터 지금까지 반백년이라는 시간동안 오직 백열전구만을 만들어온 곳이란다. 난 이런 외길을 가는 곳이 좋더라. 게다가 일광전구는 지금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백열전구 회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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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make light
빛을 만들어 세상을 밝히고 따듯하게 만들자.

일광전구의 슬로건이다. 전구 만큼이나 예쁜 사훈이다. 이런 기업의 물건은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 좋다. 자, 어서 나에게도 와서 내 밤을 밝혀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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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 ARCHI stand Wire Blue
Point – 올빼미족을 위한 새벽 감성 증폭기
Price– 70,000원


written by _ 디 에디트 이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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