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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쓴 글로 리뷰

아이코스의 뒤를 이은 신제품, 글로

by 디에디트

여러분 안녕, 전담 유목민 에디터M이다.


아이코스와의 지난 연애는 깨끗하게 정리했다. 우린 몇 가지 이유로 잘 맞지 않았다. 스타일은 좋은데 손이 좀 많이 갔달까. 결국 난 익숙한 전 남친에게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한 번 맛본 외도(?)의 자극을 잊을 수 없었다. 결국 난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래. 오늘은 BAT가 선보인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거다. 얼마 전, 화려하게 데뷔한 글로와 난 요즘 썸을 타고 있다. 새로운 연인의 바로미터는 바로 전에 만났던 사람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이코스 vs 글로. 영상에서 꽤 자세하게 설명을 했으니, 글로의 사용 방법이나 전반적인 느낌이 궁금하다면, 일단 영상 시청을 권장한다.



“음… 나쁘지 않네”


글로는 뭐랄까. 투박하다. 다양한 컬러와 화려한 스킨으로 몸치장을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단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 피는 날씬한 아이코스와 달리, 손가락 2개에서 3개 정도의 두께다. 글로는 쥐고 피우는 방식부터 투박하기 이를 데 없다.



좀 더 솔직히 말해볼까? 솔직히 첫 인상은 그냥 그랬다. 사진으로 봤을때 크게 눈길이 가지 않는 디자인이다. 못생기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예쁘지도 않은 수수한 모양새.



“사진보다 실물이 더 좋으세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면 생각이 조금 바뀐다. 생각한것보다 작고, 가볍다. 조약돌처럼 매끈한 기기는 손에 쥐었을 때 착 하고 감긴다. 여자치고 손이 작은 편인 내가 쥐었을 때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아니 오히려 손에 착 붙는 편이다.


생각보다 많이 어색하진 않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만나보기 위해 극복해야 할 건 단 하나. 담배를 피울 때 손가락이 아니라. 주먹을 내 입 근처로 갖다 대야 한다는 사실이다.



“속내를 알기 어려운 스타일은 아니더라구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귀찮음이다.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이유도, 수박이 제일 싫은 과일인 것도 다 나의 귀차니즘 때문이니까. 그런 나에게 아이코소는 너무 성가신 존재였다. 충전용 포켓과 홀더, 그리고 히츠 스틱까지 챙겨야 할 것도 많고 피우는 과정은 또 얼마나 어렵던지.



반면 글로는 단순하다. 조금 투박한 기기 하나면 된다. 아이언맨의 심장, 아크원자로처럼 생긴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몸을 부르르 떨고, 눈을 반짝이며 예열을 시작한다. 동그란 원에 들어오는 불빛이 서서히 차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언제쯤 입을 맞출 수 있을까 하염없이 글로를 바라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 약 30초 후, 예열이 끝나면 다시 한번 살짝 떠니까.


속을 알기 쉬운 녀석이다. 이 동그란 라인을 따라 들어오는 불은 충전상태, 예열 정도, 마지막 한 모금을 빨 수 있는 시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말해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금 투박하다. 밀당 따위는 없다. 단순하고 쉽다. 연애하기 쉬운 타입이랄까.



“너, 오래 가니?”


아이코스와 가장 다른 점은 줄담배를 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거다. 아이코스의 경우 한 대를 피우고 나면, 충전용 포켓에 넣고 4분을 충전해야한다. 4분은 생각보다 길다. 누구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아이코스를 두 개나 구입했단다. 부자가 틀림없다. 하지만, 글로는 예열시간 40초를 포함 1분안에 다시 새로운 스틱을 피울 수 있다.



그렇다고, 글로가 압도적으로 스태미나가 좋다고 하긴 어렵다. 글로가 끽연을 할 수 있는 시간은 3분 30초. 피우다 보면 어느순간 부르르 진동이 오는데 그럼 20초가 남았다는 소리다. 이때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무화량도 확연히 줄어든다. 반면 아이코스는 약 6분 정도를 피울 수 있다(하지만 실제 느껴지는 시간은 약 4분 남짓이다).


4분을 피우고 또 4분을 기다리느냐, 아니면 3분을 피고 1분을 기다렸다 또 3분을 피느냐.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아, 물론 지나친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



“느낌이요? 그게 말로 표현이 되나요”


이제 스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맛에 대한 이야기를 건드려보자.


아이코스는 히츠스틱, 글로는 네오스틱이라고 부르는 궐련을 끼워서 핀다. 말보루와 아이코스를 만든 필립모리스, 그리고 던힐과 글로를 만든 BAT. 사실 두 회사 모두 담배회사의 큰손이니 담뱃잎을 만드는 노하우는 충분하다.



차이는 스타일이다. 아이코스의 히츠스틱이 짧고 굵으며 성긴 느낌이라면, 글로의 네오스틱은 길고 가늘고 쫀쫀하다. 히츠스틱의 경우 필터가 조금 헐거워서 이나 입술에 힘을 주고 피우면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네오스틱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플로우 필터’를 그대로 적용 했음에도 꽤 단단한 편이다.



글로를 피우고 나면 하얀 종이가 쿠키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코스가 담뱃잎에 직접 가열판을 꽂아 사용하는 반면, 글로는 종이를 포함한 스틱 전체를 쪄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타격감은 글로가 훨씬 강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무화량도 글로가 조금 더 많은 편. 그리고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 맛, 구수한 맛은 아이코스가 훨씬 더 강하다.



“아직은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에요.”


내가 보기보다 쉽게 마음 주는 타입이 아니다. 글로와 나는 아직 친한 오빠 동생사이. 우리 사이가 얼마나 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이 간질간질 썸타는 관계를 충분히 즐겨봐야지.


이혜민.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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