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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Oct 23. 2017

카메라가 필요한 순간, M100

캐논 M 100

오늘 리뷰할 제품은 캐논 EOS M100. 작고 귀여운 미러리스다. 솔직히 말할까. 써보기 전엔 내겐 너무 애매한 카메라라고 생각했다. 이미 플래그십 바디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데다, 가벼운 맛에 쓰기엔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도 충분히 좋으니까.



일 때문에 묵직한 카메라와 노트북을 매일 가지고 다니다 보니, 무거운 제품엔 이골이 난 터다. 그래서 요즘엔 출장이 아니라 여행 갈 땐 카메라를 따로 가져가지 않는다. 그냥 아이폰만 들고 가서 간편하게 사진을 찍곤 한다. 햇볕 쨍한 낮에 찍는다면 스마트폰으로도 꽤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이폰7 플러스로 촬영한 오사카 야경 사진]

지난여름 끝물에 온 가족이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오사카로 다녀온 짧은 여정이었는데, 엄마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설레어 보였다. 온 가족이 내가 카메라를 챙겨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여행 전날까지 야근에 시달린 첫째 딸이 스마트폰만 달랑 챙겨간 것이다. 엄마는 약간 섭섭해했다. 사진도 약간 섭섭하게 찍혔다. 특히 밤에 찍은 게 그랬다. 남동생이 “야, 너는 똑딱이도 하나 없냐!”라며 나를 무시하더라. 카메라는 많지만 무거워서 놓고 왔다! 라고 응수했다간 불효녀가 될 것 같아서 다물었다. 첫 가족여행에서 깨달은 건 하나다. 반드시 카메라가 필요한 순간은 있다는 것.



자, 돌아와서 다시 제품 얘기를 해보자. M100의 특징은 명료하다. 300g도 되지 않는 가벼운 바디. 본체 무게만 따진다면 266g 수준이다. 내가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8 플러스의 무게가 202g이니, 스마트폰과 별반 다르지 않은 휴대성인 셈. 가볍다. 가볍다는 것만큼 강력한 장점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알겠지만, 이 제품은 전문가를 위해 파워풀한 사진 성능을 제공하는 모델은 아니다. 일상에서 쉽고, 즐겁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조작부를 바라보면 고민의 여지가 없다. 카메라 초보라도 어떻게 쓰는 거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필요가 없다는 뜻.



카메라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최소한의 버튼을 배치했다. 전원을 누르고 카메라가 켜지면, 검지가 본능적으로 셔터 버튼을 누르게 된다. 학습이 필요 없는 깔끔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다.



대부분의 조작을 화면 터치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모르겠으면 터치해보면 된다. 보통 카메라의 수많은 

메뉴들이 곳곳에 숨어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관적인 아이콘과 터치 조작으로 화이트밸런스나 조리개 등을 빠르게 만질 수 있다.


셀프 촬영이 용이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LCD를 180도 들어 올리면 셀프 인물사진 모드의 아이콘이 나타난다. 여기서 예쁜 피부 효과를 선택하면 마음 편한(?) 셀프샷을 촬영할 수 있다. 머리카락이나 옷 질감은 고화질로 담으면서, 피부 표현은 뽀샤시하게 만들 수 있다.



전작인 M10에서 그랬던 것처럼 귀여운 페이스 커버로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매력적인 요소다. 전작은 동전이 없으면 페이스 커버를 벗기고 입히기가 조금 번거로웠는데, 이번 제품은 한결 수월해졌다.


페이스 커버 자체에 무슨 대단한 기능이 있는 건 아니다. 오른쪽 그립에 적당한 볼륨감이 있어 한손으로 잡고 쓰기 조금 더 수월해진다는 것 정도.



하지만 정말 귀여운 시도가 아닌가. 대부분의 경우 카메라는 한 번 사면 몇 년 단위로 사용하게 된다. 디자인을 쉽게 바꿀 수 없는 제품이란 뜻이다. 그런데 레드나, 민트, 스트라이프 커버처럼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커버를 씌우면 쓰는 재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테크에 스타일을 덧입힌 좋은 예다. 매일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M100의 아이덴티티에도 어울리고 말이다.



리뷰하는 동안 나의 최애 커버는 옐로우와, 스트라이프. 톡톡 튀고 귀엽다. 가방에서 꺼낼 때마다 친구들이 다른 카메라인 줄 안다.



이제 M100으로 찍은 사진을 좀 더 구경해보자. 긴 추석 연휴 동안 나는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5년 만에 찾은 아버지의 고향이었다. 우리 시골집은 100년쯤 된 기와집인데 진짜 나무로 짜서 만든 기둥이나 반질반질한 대청이 참으로 아름답다.


아빠는 열일곱에 서울로 올라왔다. 고작 열일곱 해 살았던 장소지만, 고향집에 대한 아빠의 애정은 실로 각별하다. 늘 스마트폰에 담아두고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M100과 렌즈 두 개를 챙겼다. 22mm와 15-45mm. 대부분의 촬영 환경을 커버할 수 있는 흐뭇한 조합이다.


이 카메라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No Stress’. 전원을 켜자마자 촬영 모드로 들어가는 기동성이 좋고, 즉각 AF를 잡는 빠릿함도 좋다. 그냥 전원 켜고, 셔터를 누르면 그만이다. 전작인 M10에 비해 AF 속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촬영 환경을 한결 쾌적하게 만드는 업그레이드다.


자그마한 미러리스지만 촬영한 사진을 모니터로 옮겨서 확인하면 해상력은 기대 이상이다. 솔직히 스마트폰 카메라와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시골집에서 촬영한 사진 두 장으로 보여드리겠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폰으로 담장의 나뭇잎을 찍었다. 사실 이걸 찍고, 충분히 잘 나온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흔들림 하나 없이 나뭇잎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표현됐고, 오묘한 색감도 과장 없이 잘 담겼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목에 걸고 있었던 M100으로도 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비교해보니 확실히 다르다. 색감은 훨씬 생동감 있게 표현됐고, 훨씬 더 입체적인 사진이 담겼다. 이건 어떤 사진의 화질이 더 뛰어나고, 말고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이 주는 깊이감이 다른 것이다. 고급기종도 아닌데 스마트폰 카메라와 진짜 카메라의 차이는 생각보다 드라마틱했다. 센서 크기에서 오는 차이는 뛰어넘을 수 없을 새삼 실감했다. 참고로 두 사진 모두 보정을 따로 하지 않았다.



이건 마당에 널려 있던 양파의 모습.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보다 캐논으로 찍은 사진의 색감이 훨씬 화사하고 예쁘다. 평소에 아이폰 카메라의 색감을 굉장히 선호했었기 때문에 이 결과에 꽤 충격받았다. 이 사진까지 찍고, 그다음부터는 시골집에서 찍은 모든 사진을 M100으로 촬영했다. 그나저나 양파 주제에 뭐 이리 예쁘고 난리. 어딜 찍어도 그림같이 나온다. 따사로운 가을볕이 시골집 여기저기를 비추고 있었다.



M100을 구입하신다면 22mm 렌즈를 정말 강력 추천한다. 풍경사진 외에는 어떤 피사체를 찍어도 멋지게 담을 수 있는 사진이다. 이 말린 옥수수 사진은 찍어놓고 스스로 감동해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다. 아웃포커싱된 풍경의 보케도 아름답고, 피사체의 디테일을 선명하게 담아준다.



할머니의 고무신도 찍어보고.



담장 밖의 감나무도 찍어본다.



이번 출사(?)에서 감사진에 너무 심취하여, 사진의 절반 정도가 감사진이다. 여러분은 피사체를 다양하게 찍는 습관을 가지자. 날씨 좋은 날에 찍으면 하늘의 색감을 과장 없이 아주 예쁘게 담아주는 카메라다. 감나무 뒤로 보이는 파스텔톤의 하늘색이 보이시는지. 이 역시 무보정 사진이다.



몇 해 전에 시골집의 낡은 기와에 문제가 생겨서, 새로 공사를 했다. 그때의 고즈넉한 느낌이 조금 훼손된 것 같아서 아쉽다.



22mm 렌즈는 접사에도 뛰어나다. 난 인물 사진이나 풍경사진 보다는 제품의 디테일을 찍을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런 렌즈를 선호한다. 여러분 위의 사진 속에 있는 게 뭔지 아시는지. 할머니가 마당에서 마른 콩같은 길쭉한 식물을 잔뜩 따오셨다. 사이를 벌리니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알갱이가 잔뜩 들어차있다. “할매, 이게 뭐야?”라고 말하며 셔터를 찰칵.



이 반짝이는 것의 정체는 ‘결명자’였다. 태어나 결명자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아름 따온 결명자 속을 털어서 바가지에 가득 담았다. 보석처럼 예쁘다. 또 렌즈를 가까이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본다. 근사하다. 할머니가 깔깔 웃는다. 이게 뭐라고 사진을 찍냐면서.



15-45mm 렌즈는 넘나 가벼운 줌렌즈. 뒷마당에서 줌렌즈로 촬영한 사진이다. 최대 줌을 하면 장독대 사진만큼 당길 수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콤팩트한 사이즈로 만들 수 있어 편하다.


PC 모니터로 옮겨 확인했을 때의 해상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디자인과 크기만 보면 일반 콤팩트 카메라 급의 화질을 예상하게 되는데, 센서도 훨씬 크고 저조도 환경에 대한 대처 능력도 뛰어나다. 작… 작은 고추가 맵다는 식상한 표현을 던져본다.



평소에는 인물사진을 잘 찍지 않지만, 캐논 카메라를 리뷰할 땐 꼭 한 번씩 찍어본다. 피부를 표현하는 색감이 예뻐서다.



햇살 좋은 날 막내 에디터의 우아한 모습을 한 장 찍어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면 오해다. 신비로운 컨셉을 잡았을 뿐!



그림자 진 곳과 햇볕이 드는 곳의 노출차가 심했는데, 날아가거나 어둠에 묻힌 곳 없이 잘 나온 사진이다.



기사엔 담지 않았지만, 시골집 담장 앞에 선 할머니의 모습도 찍어두었다. 좋은 사진이었다.



와이파이 연결이 되기 때문에, 아무 때나 전용 앱으로 사진을 넘겨받아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다. 음식사진도 예쁘게 나오니, 친구들과 맛집에 갈 때 꼭 챙겨가자. 저조도에서도 스마트폰보다 훨씬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구조상 LCD를 들어 올려야만 SD카드를 넣고 뺄 수 있으며, 페이스 커버를 부착한 상태에선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하다. 계속 액정에서 라이브뷰와 터치 조작을 사용하다보니, 배터리 시간도 짧은 편이다. 난 두 개씩 충전해 다니며 사용했다.


영상용 카메라는 아니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찍기 좋다. 사실 1박 2일의 도쿄 여행에 M100을 들고다니며 영상을 찍어봤는데, 꽤 괜찮게 나왔다. 4K 촬영이 가능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다. m100으로 촬영한 도쿄 브이로그 영상이 궁금하시다면 ‘여기’서 구경하시길.



카메라는 정직하다. 크고 비싼 카메라로 촬영하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전문가가 아니고. 무거워서, 비싸서, 어려워서 카메라를 멀리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가장 빠르고, 편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EOS M100의 포지션은 명확하다. 스마트폰 다루듯이 가볍고 편하게, 훨씬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엄마 아빠와의 첫 해외여행,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시골집의 기억, 다시 오지 않는 순간. 카메라는 기억을 담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감성적인 기기다. 멋진 순간은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멋지게 기억된다. 하지만 가끔씩은 더 선명하게 담지 못해 아쉬운 순간이 온다. 작고 가벼운 카메라가 필요한 날이 있다. 그리고 M100은 그런 순간을 위한 어여쁜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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