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에디트 Oct 29. 2018

[디에디툰] 무심코 클릭했다가 헤어나오지 못했던 웹툰

연의 편지

안녕, 여러분. 웹툰 골라주는 여자 에디터H다. 간만에 돌아온 코너, 디에디툰이다. 전부터 정말 소개하고 싶은 웹툰이 있었다. 완결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이렇게 들고 왔다. 네이버 웹툰에 일요일마다 연재됐던 조현아 작가의 <연의 편지>다.



너무 너무 좋아서 그 애정을 절실히 전하고 싶을 땐, 괜히 서툰 말이 먼저 비집고 나간다. 몇 줄의 추천사를 써내렸다가 도로 지웠다. 지나치게 구구절절한 문장으로는 여러분의 엄지손가락이 연의 편지를 향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만화라는 장르를 과소평가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날 키운건 팔할이 만화였다. 사랑도 만화로 배우고, 역사도 만화로 배웠다. 컷과 컷 사이의 동그란 말풍선에 인생의 가르침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웹툰으로 소비되는 대부분의 스토리가 ‘킬링 타임용’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겠다. 스마트폰 화면을 쥐고 이리저리 떠도는 동안 잠깐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웹툰을 보기 마련이다.


어떤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와 웃음이 터져나오는 대사,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설정. 연의 편지는 이 중 어떤 것에도 특별히 해당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작화가 매력적이지만, 클릭하지 않곤 못 버틸 정돈 아니다. 재미있는 스토리지만 다음 편이 궁금해서 잠을 설칠 정도도 아니었고 말이다. 학교 폭력이나 갈등이 묘사되어 있지만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선 자극적인 소재 축에도 못들 것이다. 한 마디로 이 만화는 잔잔하다(지루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못보던 웹툰인데 이건 뭐지?” 무심코 클릭했다가 안정적이고 탄탄한 작화에 반해 스크롤을 쉬지않고 내린다. 캐릭터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힘들어가지 않은 펜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작화는 감정 라인을 따라가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색감을 잘 쓰는 작가다. 청록빛 컬러를 메인으로 써서 분위기를 만든다. 묘하고, 괜히 그리워지는 색감이다. 매주 연재되는 웹툰 치고는 배경에도 공을 들인 게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연상케하는 작화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다. 주인공이 당장 살아움직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류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정서가 조금 다르다. 남녀 사이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담백하게 끌고가는 감정선이 참 좋다. 주인공들이 너무 순수해서 판타지 같을 정도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가 품은 폭력성과 그에 대비되는 동화적인 설정들이 재밌다. 낯선 학교에 전학온 소녀는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외로움을 느끼다가, 책상에 숨어있는 편지를 발견한다. 익명의 편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장소로 소녀를 안내한다.



낯선 학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새로운 편지를 찾아다니는 장면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했다. 영화적인 장면 연출이 흥미롭다. 가까이서, 또 멀리서, 위에서, 옆에서. 정적인 장면에서도 화면이 지루한 법이 없다. 종스크롤 형태인 웹툰의 장점을 잘 살리는 연출력이다.



짧아서 아쉽지만, 간결해서 매력적이다. 서사가 완벽한건 아니다. 극 전반에 깔린 복선을 풀어내는 과정은 조금 허술하다. 치밀하게 계산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시콜콜한 완성도를 따져대며 깎아내리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마지막 컷을 보며 활짝 웃었다. 최근에 이렇게 날 기쁘게 한 일이 있었던가.


TITLE : 연의 편지
TYPE : 네이버웹툰
GENRE : 스토리


기사제보 및 제휴 문의 / hello@the-edit.co.kr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예쁜 전자담배라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