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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Feb 28. 2019

아이폰으로 이런 사진을 찍다뇨

전세계의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을 구경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사진에 대해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멋진 작품을 만나면 설명하기 힘든 경외감이 밀려온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평생 써볼일도 없는 고가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거든. 내 주머니에도 들어 있는 손바닥만한 전화기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기술의 발전에 한 번 놀라고, 같은 아이폰을 쓰면서도 시시한 사진밖에 못 찍는 나 녀석에게 실망하게 되고….


애플이 ’Shot on iPhone 챌린지’를 통해 전세계 아이폰 사용자들이 찍은 사진 중 10점을 선정했다. 심사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백악관 사진가였던 피트 수자를 비롯해 오스틴 만, 아넷 드 그라프 등이 참여했다. 심사위원 중에 루이자 되르라는 브라질 작가를 짧게 언급하자면, 타임지가 진행했던 전세계의 영향력 있는 여성 46인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FISRTS’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놀라운 점은 그가 모든 커버 사진을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는 것. 아이폰으로 촬영한 힐러리 클리턴, 오프라 윈프리, 세레나 윌리엄스, 셀레나 고메즈의 사진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혹시 흥미가 동한다면 ‘여기’서 구경해보시길.


사족이 길었다. 이제는 사진을 구경할 시간이다. 마음껏 감탄하시길. 사진 밑에 심사 평과 촬영한 기종을 표시해두었다.



알렉스 지앙 / 미국 / iPhone XS Max


첸 만 “이 사진은 사랑스러운 색채로 가득하며, 구도에는 한 편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확대해 들여다보면, 각 가족의 자세한 모습과 독특한 터치를 볼 수 있다. 농구골대가 사진의 정중앙에 있어 사진 이면에 더 많은 이야기를 더해주고 있다.”



블레이크 마빈 / 미국 / iPhone XS Max


오스틴 만 “이 사진은 대단한 인내심과 훌륭한 타이밍의 산물이다. iPhone의 제로 셔터 랙과 스마트 HDR 덕분에 라쿤의 두 눈과 통나무 속 짙은 그림자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자연광으로는 거의 불가능했을 사진이다.”



대런 소 / 싱가포르 / iPhone XS Max


필 쉴러 “반사된 이미지가 마치 그림과도 같다. 두 세계가 충돌하고 있다. 이 사진을 어디서 어떻게 찍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자칫 비현실적이었을 작품에서 구석에 날고 있는 새가 유일하게 실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니키타 야로쉬 / 벨라루스 / iPhone 7


루이사 되르 “이 사진의 단순함이 마음에 든다. 구성, 밝기, 디테일 등 모든 것이 좋다. 그러다 무언가 틀려 보이는 작은 선 하나가 보이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여기는 어디인지, 누가 거기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좋은 사진이란 강렬하거나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보는 이를 생각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디나 알파시 / 이스라엘 / iPhone X


세바스티앙 마리노–메 “하트 모양의 물 웅덩이에 대상을 담아내, 대상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는 순간의 세상을 포착한 방식이 마음에 든다.”



엘리자베스 스캐롯 / 미국 / iPhone 8 Plus


피트 수자 “훌륭한 인물 사진이며 맥락을 잘 전달하도록 배경의 활용이 훌륭하다. 아이의 얼굴이 최적의 장소에 배치되어 있다. 아이를 같은 줄에 세워 아이 바로 뒤의 배경이 깨끗하고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다. 배경은 익숙한 곳이다. 나도 이 장소에 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이 위치에서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앤드류 그리스월드 / 미국 / iPhone XS


존 맥코맥 “충분한 고민과 탁월한 연출이 돋보이는 사진이다. 배경 패턴이 이미지와 잘 어우러지고, 물방울 속에서도 해당 패턴의 작은 버전이 반복되면서 시각적으로 상당한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이 그림에서 심도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점이 훌륭하다.”



버나더 앤톨린 / 미국 / iPhone XS Max


카이안 드랜스 “단순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흑과 백의 사용을 제대로 선택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덕분에 구름과 배경 풍경의 극적인 대조가 더욱 두드러진다.”



리아디 다마완 / 미국 / iPhone XS


루이사 되르 “이 풍경을 마치 오래된 인물 사진처럼 대했다는 느낌이 든다. 산의 질감이 늙어 주름진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은 인간이 창의적인 비유를 들 때 사용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잠재의식의 영역에 속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 사진엔 나를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로베르트 글라서 / 독일 / iPhone 7


카이안 드랜스 “사진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탁월하다. 목초지, 나무 및 구름 등 사진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살아있다. 높은 하늘이 아름답고 전반적인 색채가 기분을 좋게 한다.”


이번에 선정된 10점의 사진은 옥외광고나 애플 스토어에 걸릴 예정이다.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다면 왠지 반가울 것 같다. 아이폰의 뛰어난 HDR 촬영이나 인물 사진 모드도 놀랍지만, 일상 속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마음 먹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지 않아도, 우연히 마주치는 예술적인 순간들을 이렇게나 근사하게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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