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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l 09. 2019

성격 검사하는 그거 에니어그램, 직장에서 해보니

안녕 내가 누군지 관심이 많은 에디터B. 대학생 때였다. 친한 친구는 내게 “참 이상하고 별나다”고 말을 했다. 칭찬이 아니라 부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그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척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을 하더라. 책이나 영화, 신기하거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게 척하는 것 같다고. 그때 그 친구와 사이가 안 좋을 때라는 것 말고는 워낙 오래전이라 정확히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처럼 안 생겼지만 나다]


그리고 몇 년 뒤 나는 에니어그램 테스트라는 걸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벼운 성격 테스트라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를 보니 이건 마치 에디터B 자기소개서를 읽는 것 같더라. 그 뒤로 한국에니어그램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 강의까지 들으며 나를 알고 싶어서 공부를 했다. 에니어그램은 인간의 성격을 9가지로 분류해 설명하는 성격 유형 검사다. 나는 4번 유형인데 4번은 자신에게 꽤 관심이 많은 타입이라더라.


테스트를 하고 깨달은 건 나에게 당연한 게 남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 생각이 인간관계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 전에는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면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지금은 아니다. 달라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달까.


[제페토를 이용해 만든 에디터B. 돈이 없어서 머리를 못 바꿨다]


에니어그램 책에서는 테스트의 목적이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의 능력과 개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데 솔직히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단, 나와 남을 더 알게 도와주는 건 확실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생김새를 살핀다. 거울에 비친 나의 눈, 코, 입이 어떤 모양인지 자세히 알게 된다. 에니어그램은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난 외로울 때 이렇게 변하는구나, 나는 자신감이 넘칠 때 이런 모습이구나.



나는 종종 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하는데, 입사한 지 2개월이 되어가니 401호 사람들이 어떤 유형일까 궁금해졌다. 다만, 이 글은 재미로만 보자. 그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에디터H –1번 유형(완벽주의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글은 처음 기획과 조금은 달라졌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에니어그램으로 에디터들의 성격을 분석해보겠슴다!”라고 했지만, 큰 문제가 있더라. 내가 그들을 잘 모른다는 거. “이러쿵저러쿵, H는 이런 사람이구요, M은 이런 사람이네요”라고 말하려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뭐 어때 재미로 보는 건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안하다.  4번 유형은 그런 게 용납이 안 되는 걸.


아무튼 그런 고민을 담아 썼다는 점을 알려둔다.



에디터H는 1번 유형이 나왔다. 우리 엄마도 1번 유형인데,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뜨거운 정이 있는 타입이다. 에니어그램 책에 ‘1번은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나오진 않지만, 내가 해석하자면 그렇다.


1번은 다른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하고, 삶에 기꺼이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기를 원한다. 물론 이건 멘탈이 괜찮은 상태에서 그렇다는 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삐뚤어져있는 상태라면 다른 사람을 자신의 높은 기준에 맞추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1번에게 ‘기준’은 중요한 단어다. 이들의 내면에는 높은 기준이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달린다. 에니어그램에서는 1번 유형을 ‘완벽주의자’라고 부르는데, 이런 성향은 무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주변 사람 중에 항상 나서서 계획 짜는 사람을 한 명 떠올려보자. 여행을 가면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하나하나 정해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 아무도 하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하거나 남이 하도록 만드는 사람. 그 친구는 1번일 확률이 높다.


이들이 좋아하는 문장은 ‘나는 매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일 거다.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답답해하며, 완벽주의자답게 계획에 대한 이상이 높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 “괜찮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완벽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항상 완성도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며 “해야 한다, 해야 해”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한다.



뭐든 열심히 하는 1번은 그래서 워커홀릭이 되곤 한다. 예전에 H도 자신이 워커홀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같이 일하고 있지 않았을 때라 머릿속으로만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H를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매일 일을 하면서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핫플레이스를 다녀오고, 넷플릭스 신작까지 챙겨본다.


1번 유형은 이렇게 남들이 봤을 땐 시간을 촘촘하게 쓰는 사람이지만, 스스로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일을 정성껏 하지 못하면 직성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에니어그램에 대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여기서는 좋은 유형, 나쁜 유형이 따로 없다. 위에서 내면의 생김새를 아는 거라고 말했는데, 세상에 좋은 외모 나쁜 외모는 없으니까. 다만, 어떤 직업에 어울리는 성향은 있다.


[서로 잘 맞는 유형이 있다]

에니어그램에는 ‘날개’라는 개념이 있다.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유형의 옆 유형 중 더 높은 유형이 그 사람의 날개가 된다. H는 9번 날개를 가진 1번 유형이다. 날개는 후천적인 성향에 가까운데, 완벽주의자의 성격으로 사는 게 평탄치 않으니 9번 성격으로 보충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유형에 대한 설명은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참고했는데, 그 책에는 1W9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인간관계에서 실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혼자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 우월감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려고 한다” 그런가? H의 속마음은 H만 알겠지.


그리고 난 에니어그램 자격증 강의를 마치지 못해 날개 이론은 배우지 못했다. 긁적긁적. 그러니 H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에디터M -5번 유형(고독한 사람)


가끔 에디터M은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 에니어그램 테스트로 그런 걸 알아낼 수는 없다. 다만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예전에 팟캐스트 <지대넓얕>을 들었는데, 진행자 채사장은 다른 진행자들에게 소시오패스라고 놀림을 받곤 했다. 그 사람의 에니어그램 유형은 5번. 그리고 M 역시 5번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M이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성격과 5번 유형이 가진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바로 냉소적인 성격. 자, 5번의 성향을 한 번 읊어볼까.


조금 고독한 사람이다. 그런데 또 그 고독을 사랑하고 즐긴다. 감정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절친이라는 이유로 혹은 연인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야 있어야 해”라고 믿는 사람과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5번이 항상 고독해 보이는 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교적이고 말도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를 수 있지.


[속은 고독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교적인 것과는 별개로 감정을 사용하는 데 관심이 없거나 서툰 타입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데도 긴 시간이 걸리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남들보다 빨리 지쳐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5번의 매력은 이런 특징들이 친한 사람에게는 예외라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츤데레 스타일이랄까. 그러니 평소 시크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만 감정 표현이 많다면 그는 그 사람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5번에 대해 알아보며 한 가지 의외였던 게 있는데, 물질적인 것에 별로 욕심이 없다는 거다. 대신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킬수 있는 것에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타입이란다. 그래서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을 계속 모은다. 그지식이라는 건 책일 수도 있고, 웹페이지일 수도 있고, 잡지일 수도 있다.



내 생각에 5번은 되게 멋있는 유형이다(이제 와서?). 진심이다. 감정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시크한 사람이니까.


장점을 너무 거론하지 않은 것 같아서 몇 가지만 말하자면, 그들은 창의적이다. 그리고 번뜩이는 창의성으로 발견한 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좋아한다. 역시 디에디트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M이 단체 메신저에 링크를 하나 던졌다. “이거 되게 흥미롭다. 기은이랑 석준이가 좋아할 거 같은데?” 소름 돋는다. 그리고 더 소름 돋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장난스럽고 쾌활한 면이 있어 유머를 사용하여 무겁고 따분한 주제를 흥미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유튜버는 M의 운명이었을까?



에디터 기은 -8번 유형(도전하는 사람)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여러 번 해보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유형이 두 개 있다. 7번과 8번. 7번은 끼가 많은 낙천가 유형인데, 직업적으로는 연예인들이 많다고 한다.  8번도 처음 봤다. 바로 여기 디에디트 사무실에서 말이다. 에디터 기은이 바로 8번인데, 이들에게는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 유형은 어딜 가나 리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다. 500년 전에 태어났다면 전장을 누빌 장군이 되었을 사람.


알다시피 리더는 “나, 이제 리더 할 꼬야”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지지해주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8번은 믿을 만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관계 맺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따르는 타입이다. 그래서 장군이라는 말을 한 거다.



8번은 리더로서 좋은 성향을 가졌다. 표현이 애매하지 않고 직선적이며 굳건한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애매하지 않다는 것은 표현부터 행동, 사고까지 해당한다. A를 A라고 말하며, 그 뒤에 다른 의미를 숨겨놓지 않는다. 하지만 장점은 곧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가 될 수도 있고, 징기스칸이 될 수도 있으며, 체 게바라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다.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사람은 7번에 가깝고, 8번의 마음속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으며 그것을 통과한 사람들만 그의 서클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패밀리가 된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며 파티를 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휴식이다. 그리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별명답게 놀 때도 격렬하게 논다. 정적이지 않고 역동적으로.



좋은 말 많이 했으니까 이제 약점 차례. 아까 말했듯이 강점이 곧 약점이다. 8번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약함을 마주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드라마에 나오는 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가족에게 약한 모습 보이려 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짊어지게 된다. 8번 유형 자체가 위험한 일에 도전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버거운 순간이 반복되다 보면 멘탈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8번에게 필요한 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태도다.



권PD -4번 유형(개인주의자)


에니어그램을 하면서 가장 많이 나왔던 타입은 4번이었다. 그 이유는 4번이 가진 기본적인 성향 때문이 아닐까. 개인주의자라고 불리는 4번은 자기 자신에 엄청난 관심이 있다. 내가 어떤 유형인지,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진 사람들인지. 그러니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에니어그램이라는 검사가 있구나”라고 흘려들을 때도 열심히 참여한다.



4번 유형을 단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나는 나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타인과 다르고 특별하다”가 된다. 7번이 연예인을 떠오르게 한다면, 4번은 예술가에 가깝다. 개인주의자라는 별칭 말고도 낭만주의자, 우울한 사람, 탐미주의자, 특별한 사람 같은 이름을 가졌다. 4번에 대한 느낌이 오지 않나?


8번이 강한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가진다면, 4번은 자신을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 정체성이 깨지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특징은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와 굉장히 어울린다. 똑같은 것을 경멸하다 보니 남들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점과 약점은 종이 한 장 차이.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정체성은 약점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평범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과 거리를 둔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장소일 수도 있고, 조직일 수도 있다. 그래서 4번이 조심해야 할 점은 지나친 이상을 버리고 현실에 적응하는 거다. 매번 특별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유년기의 환경과 관련해서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 4번 유형이 많이 들어봤을 말은 ‘다르다’라는 말이다. “너는 다른 아이들과 달라” “너는 특이해” 4번은 그 말을 인정하고 또 부응하면서 그 말을 정체성으로 강화시킨다.



처음에 말했듯이 사람을 유형으로 규정짓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내게 에니어그램을 가르쳐준 강사도 자신의 유형을 알기 위해 몇 개월 동안 테스트를 받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니 이 테스트 한 번으로 사람에 대해서 말한다? 어림없다.


하지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나는 이 테스트가 진짜 나를 찾는 여행의 첫번째 발자국이 되길 기대한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겼다면, 친구와 손잡고 에니어그램 카페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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