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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小小한 장바구니, 미니소

대륙의 두 번째 실수 다이소 신촌1호점을 털어라!

by 디에디트

나란 사람이 원래 그릇이 좀 작다. 맥주 500을 시켜서 3분의 2쯤 마시면 취하고, 과자 한 봉지를 채 다 먹지 못 하고 남긴다. 그냥 위가 작은 건가? 근데 왜 살은 찌는 거야? 아무튼 나의 이런 작은 그릇은 물건을 지르는데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가끔 놀라울 정도로 큰 걸 턱턱 지르는 에디터H와 달리, 나는 값싸고 소소한 물건을 자주 지르는데 더 큰 기쁨과 환희를 느낀다.


이런 나에게 딱 맞는 브랜드가 한국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니소(MINISO)라니, 이름도 참 깜찍하지? 그릇이 간장종지처럼 소소한 나를 위한 곳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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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하겠다는 핑계로 에디터H에게 디에디트 공금 카드를 빼앗아 들고 미니소 신촌 1호점을 찾았다. 그리고 질렀다. 소소한 아이템을 무려 6만 원어치나! 역시 난 작은 그릇으로 큰 돈을 쓰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다.


오늘 지른 물건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일상생활에 작은 활력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스크롤을 내리기 귀찮다면, 그냥 영상으로 한꺼번에 해결하자.


미니소는 2013년 일본 기업으로 시작해 2014년, 중국에 인수됐다. 킁킁. 어쩐지 대륙의 스멜이 느껴지더라니. 이름부터 로고까지 다이소와 참 많이 닮았다. 샤오미가 대륙의 첫 번째 실수니까, 미니소는 대륙의 두 번째 실수 정도로 정리하자.


외부에서 물건을 사다가 다시 판매하는 다이소와 달리, 미니소는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는 일괄형 SPA 브랜드다. 그러니까 직접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소리다. 이를 위해 800여 명의 R&D 직원이 매달 200개가 넘는 신제품을 디자인하고, 700여 개의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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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지난 18일 서울 신촌의 1호점을 시작으로, 향후 전국 20개 이상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차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한다. 직접 가본 미니소는 살아 있는 것 말고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팔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자, 그럼 내가 지른 소소한 장바구니를 털어볼까?



품번1. 와인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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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2병이 주량인 에디터H와 맥주 350cc 주량인 나에게 맞춘 와인 글라스. 내 잔은 400mL, 에디터H 건 570mL 용량이다. 놀랍게도 와인잔의 크기에 상관 없이 가격은 4,900원으로 동일하다.



품번2. 보틀 오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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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제 어디서나 낮술을 하기 위해 준비된 여자니까, 가방 속엔 언제나 보틀 오프너를 상비해야 한다. 바닷가재 모양의 귀여운 보틀 오프너는 1,900원. 먼지가 좀 잘 묻는다는 게 함정.



품번3. 레인보우 시리즈5 알카라인 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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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소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다. 샤오미를 따라하다니, 짝퉁의 짝퉁. 짝퉁의 연쇄화. 더 뻔뻔한 건, 가격은 샤오미 건전지와 비슷한데, 건전지 갯수가 2개가 적은 8개라는 거다. 빨주노초 색깔은 참 예쁜데… 이거 혹시 폭발하는 거 아니겠지?



품번4. 어쿠스틱 시그널 마이크로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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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것 처럼 생긴 헤드폰. 가죽(처럼 보이는)과 스웨이드(처럼 보이는) 소재로 꽤 고급스러운 자태를 자랑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소리는 어떻냐고? 음… 마치 옆집에서 크게 틀어논 음악 소리를 내 방에서 훔쳐듣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달까? 저기 멀리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놀라운 거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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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헤드폰에 MINISO 로고도 너무 수치스럽다. 난 1만 900원을 길바닥에 버렸다.



품번5. 3 in 1 컬러플 스마트폰 모바일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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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부착해 어안과 광각 그리고 접사를 할 수 있는 렌즈다. 이 세개가 단돈 3,900원. 접사와 광각 렌즈 두 개가 같이 붙어 있다. 광각과 접사 두개를 합쳐서 찍으면 광각이, 광각 렌즈를 분리해서 찍으면 접사가 가능하다. 너무 신기해서 비포 애프터 이미지도 첨부한다. 이 가격에 이정도 성능의 렌즈를 구하다니. 히트다, 히트. 이건 꼭 사시길. 강력추천.


re-ba.jpg [위는 접사 렌즈로 아래는 광각 렌즈로 찍은 사진이다]

품번6. 초음파 딥클렌징 마사지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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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피부가 버석해진 에디터H를 위해 거금 1만 5,900원을 들여 산 아이템. 원래 초음파 마사지기는 브랜드 제품을 사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기기다. 하지만 역시 싼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배터리를 넣어야 작동을 할 텐데… 뚜껑이 안 열려. 뭘까? 이것을 여는 자, 초음파 마사지기를 갖게 되리라. 악력 좀 세다는 분 연락주세요. 이거 선물로 드리겠음.



품번7. 라운드 트위그 디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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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예뻐서 샀다. 시향도 안하고 정말 그냥 사봤다. 포장을 뜯어 맡아보니 나쁘진 않다. 방에서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가격은 6,900원.



품번8. 초코팅쵹 & 커널스팝콘 고르곤졸라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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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소에는 먹을 것도 꽤 많다. 배고파서 집어온 아이템. 과자는 역시 단짠단짠. 팝콘은 그냥 그랬고, 쵸코팅쵹이 맛나더라. 냠냠.



품번9. 스마트폰 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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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 거치대. 1,900원으로 소름끼치게 싸다. 영상을 찍을 때 에디터H가 둘둘 말아서 가지고 다니라며 죄다 분리해놨는데. 분리하라고 만든 제품이 아니다. 다시 조립이 되지 않아서 이렇게 이 거치대는 운명했다. 심지어 자기 잘못을 가리기 위해 영상에선 그 부분을 편집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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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처럼 보이는 속옷부터, 어디서 본 것 같은 화장품 까지. 미니소에선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물건을 보게 될 것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싸고 좋은 물건도 곳곳에 숨어 있다. 나처럼 소소한 지름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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