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는 누구나 푸드파이터가 된다

by 디에디트

안녕, 디에디트의 푸드파이터 에디터B다.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피자 한 판만 더 먹고 올걸, 파스타 남기지 말걸, 젤라또 한 입만 더 먹을 걸. 시칠리아에서 남겼던 음식이 아른거린다. 서울에 있지만 아직도 마음은 시칠리아에 있는 것만 같다. 아니다. 마음이 아니라 소화기관이 시칠리아에 있는 건가. 긁적.


“밥 한 공기 더 시킬 걸”, “두 개 시킬 걸” 밥 먹을 때마다 자책하는 후회의 아이콘 백종원도 방송을 통해 시칠리아에 갔더라. 잔뜩 기대를 하며 봤는데, 시간 제약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은 음식이 소개되지 않았다. 시칠리아에는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다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은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시칠리아의 음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언젠가 당신이 이탈리아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참고로 파스타와 아란치나는 제외했다. 다른 기사에서 단독으로 다루었으니 그걸 보면 될 것 같다.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답게 순위를 매겨보았다. 1등은 칼조네다.


[1]

칼조네(calzone)

칼조네의 이름은 양말이라는 단어에서 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신는 발목 양말 같은 건 아닌 듯하다. 그 어원은 calza라는 단어인데, 긴 양말이나 스타킹 같은 의복을 뜻한다. 아무튼 칼조네의 생김새를 보면 ‘아 이래서 양말이라고 불렀구나’ 생각이 들 거다.


생긴 건 이래도 이 녀석은 피자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피자의 본질은 무엇일까. 둥근 형태가 피자의 본질이라 생각한다면 칼조네는 피자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밀가루 반죽 위에 토마토, 치즈 등을 올리고 화덕에 구운 조리법이 본질이라면 칼조네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피자가 맞겠지. 생김새만 좀 다를 뿐이다.

칼조네는 접혀있는 형태다. 화덕에 넣어서 굽기 전에 피자를 반으로 접은 다음 반죽 끝을 여미기 때문이다. 마치 만두처럼. 그래서 울퉁불퉁하게 구어진 칼조네를 보면 피자보다는 북촌손만두가 떠오른다. 만약 전국만두협회에서 만두의 날을 기념해 거대 만두를 만드는 행사를 연다면 이런 만두가 탄생할 것 같다.

나는 시칠리아에서 총 세 번의 칼조네를 먹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고 시칠리아 맥주를 파는 현대적인 핏제리아에서 오리지널 칼조네를 먹었고, 팔레르모 골목 어딘가에 숨어있는 곳에서 풍기 칼조네를 먹었다. 풍기는 버섯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 칼조네가 더 비쌌고, 토핑(왠지 피자소라고 해야 할 것 같다)도 다양했지만 내 입맛에는 첫 번째가 더 맞았다.


첫 번째 칼조네를 먹고 두 번의 충격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생김새였고 두 번째는 치즈 때문이었다. 칼로 피자를 반으로 자르니 치즈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치즈가 강을 이루었다.

바삭바삭한 반죽과 치즈를 함께 먹으면 그곳이 곧 천국이 된다. 나는 이날 이후로 숙소에서 “칼조네 칼조네 맛있는 칼조네 우리 모두 먹어요”하며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서울에서도 칼조네를 먹기 위해 열심히 수소문 중이다. 하지만 내가 주로 활동하는 마포구에는 칼조네를 파는 곳이 거의 없다.


[2]
젤라또(gelato)

사실 2등은 파스타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 파스타는 다른 글에서 한번 다뤘기 때문에 제외했다. 칸영화제만 봐도 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으면 남우주연상은 다른 영화에 주는 것이 그쪽 세계의 룰이지 않나. 송강호가 남주주연상을 못 받았듯이 말이야. 2등은 젤라또다.

젤라또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거다. 피자나 파스타만큼은 아니지만 젤라또는 꽤 알려진 먹거리다. 하지만 한낱 디저트 정도로만 생각하겠지.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브리오슈와 젤라또를 함께 먹기 전까지는.

내가 말하는 2등은 모든 젤라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브리오슈 젤라또만 해당한다.


젤라또를 주문할 때는 어디에 담아 먹을지부터 말해야 한다. 작은 컵, 큰 컵, 콘, 브리오슈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브리오슈를 선택했다면 이제 두 가지 맛을 고를 차례다. 반으로 가른 빵에 두 가지 맛을 슥삭슥삭 발라 줄 거다. 설탕이 많이 들어갔지만,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우기며 먹으면 끝.

나는 거의 매일 아침 브리오슈 젤라또를 먹었다. 그게 내겐 아침이었다. 디에디트가 있던 몬델로 해변에서는 못 봤는데, 실제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으로 젤라또를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몬델로의 젤라또 가게도 아침 9시부터 젤라또를 팔았던 거겠지.


매일 아침 다른 맛을 선택해 먹었다. 블랙멀베리, 레몬, 선인장 열매 등 스무 가지가 넘는 맛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살기가 끝날 때쯤엔 나름의 베스트 조합이 생겼다. 피스타치오 그리고 블랙체리다. 그 조합이면 아침부터 행복해질 수 있다.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젤라또에게는 쓸 수 있다.

[노룩 패스]

서울로 돌아온 뒤, 홍대의 유명한 젤라또 가게를 찾아가 피스타치오를 먹어봤다. 하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로마 공항에서도 먹어봤다. 하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더 절망적인 건 서울에서는 브리오슈 젤라또를 파는 곳이 아예 없다. 어쩔 수 없이 언제 한 번 브리오슈를 개인 지참해서 부탁을 해야 할 것 같다. “저 이거 브리오슌데 피스타치오를 여기다가 좀…”

사실 젤라또라고 해서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 어마어마하게 다른 건 아니다. 우유가 들어가고, 설탕도 많이 들어간다. 단지 재료가 좋을 뿐이다. 그날 판매할 젤라또를 만들기 위해 당일 목장에서 우유를 받아서 만든다. 모든 젤라또 가게가 그렇게 성실하지는 않겠지만, 맛있는 젤라또를 파는 곳이라면 그 원칙을 지키지 않을까?


아, 그리고 젤라또 특유의 쫀득함은 오버런의 차이에서 온다. 오버런은 아이스크림 속 공기함유량을 말하는데 공기함유량이 많으면 맥도날드 소프트콘처럼 부드럽지만 빨리 녹는다. 반대로 공기함유량이 적으면 하겐다즈처럼 쫀득쫀득해지고 천천히 녹는다. 젤라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말입니다. 혹시 이탈리아 본토의 젤라또 맛을 구현하는 가게를 알고 있거나 본 사람이 있다면 제보바란다.


[3]
프라이드 깔라마리(calamari)

사실 3등은 피자다. 하지만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한 기획사에게 상을 몰아주지 않는 것처럼 나도 균등하게 수상한다. 1등과 2등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지금까지는 설명이 길었는데, 3등부터는 단순하고 심플하게(같은 말인데?) 소개할 것이다.


3등은 프라이드 깔라마리이다. 깔라마리, 한국어로는 오징어.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먹는 오징어와는 쬐끔 다르다. 나도 실물을 본 건 아니지만 생물의 크기는 더 작고, 식감이 더 부드럽다고 한다. 솔직히 깔라마리만 먹었을 때는 “오! 이거 한국의 오징어보다 더 부드러운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차이는 조리 방식과 먹는 방식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오징어 튀김의 옷이 대부분 두껍다. 한국식 튀김이 입고 있는 것이 롱패딩이라면 시칠리아에서 먹은 깔라마리는 반팔 티셔츠 정도다. 얇은 튀김은 오징어의 식감을 살려줄 뿐 오징어의 맛을 방해하지 않았다.


한 달 살기 멤버들의 입맛은 제각기 달랐다. 누구는 해산물을 못 먹고, 누구는 내장을 못 먹고, 누구는 가지를 못 먹었다. 하지만 깔라마리 앞에서는 모두가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낯선 외국에 나가서 누구나 좋아할 맛을 찾기란 쉽지 않을 테니, 그럴 땐 깔라마리를 적극 권한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레몬즙이다. 레몬즙을 쫘악 짜서 한 입 먹으면…! 그곳은 또 천국이 된다. 조만간 집 근처 떡볶이 가게에 레몬 반 조각을 들고 가볼 생각이다. “저, 이거 오징어 튀김에 짜먹으려고 하는데…”


[4]
라비올리(ravioli)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언어가 다르고 지형도 다른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군만두와 닮은 칼조네만 하더라도 사이즈만 다를 뿐 남미에서 많이 먹는 엠파나다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라비올리 역시 우리가 먹는 만두와 비슷하게 생겼다. 칼조네가 군만두였다면, 이건 찐만두 혹은 물만두랄까.


조리 방법만 보면 만두랑 다를 바가 없다. 반죽 안에 야채나 고기로 된 소를 넣고 끝을 여민 뒤 익힌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만두와 차이점이 있다면 라비올리는 네모나고 넓적하게 생긴 것 정도? 그리고 만두소에 두부가 들어가지 않는 것 정도? 라비올리 말고 토르텔리니라는 만두도 있는데 이건 정말 우리가 먹는 만두와 비슷하다. 양쪽 끝을 이어붙여 둥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토르텔리니를 먹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내가 먹었던 라비올리는 안에 곱게 간 새우가 들어갔고, 그 위로 크림소스를 얹은 요리였다. 만약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피자, 리조또 말고 색다른 걸 먹어 보고 싶다면 라비올리를 먹어보자. 근데 라비올리도 파스타 계열로 분류하기는 하더라.


[5]
황새치 스테이크(swordfish steak)

시칠리아 사람들은 정말 해산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구글맵에서 식당을 찾다 보면 여기도 해산물 전문 식당! 저기도 해산물 전문! 저기 또 해산물! 곳곳이 해산물 전문 식당이다. 해산물 전문 식당이 씨유만큼이나 흔하다.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나라는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라 지중해와 맞닿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모두 해당된다. 내가 다른 나라에 안 가봐도 잘 모르겠지만, 시칠리아에서는 유독 돼지나 소고기 요리를 만나기가 힘든 것 같았다. 고기 요리가 별로 없는 것은 풍족하지 않았던 시칠리아의 역사가 반영된 것이라 들었지만, 내가 아는 거라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본 게 전부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아무튼 처음에는 해산물 메뉴가 많아서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성게 파스타, 내일은 정어리 파스타, 그 다음 날은 앤초비 피자도… 해산물도 한두 번이지…


그럴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이 황새치 스테이크다. 혹시 황새치를 직접 본 적이 있나? 나는 본 적 없다. 내가 봐서 물어본 게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황새치를 실물로 본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구글에 황새치라고 검색해보면 바로 알 거다. 주둥이가 창처럼 삐죽하게 나와있는 생선, 그게 바로 황새치다.

[오른쪽 요리도 황새치 요리. 황새치 위에 올리브와 가지를 넣은 토마토 소스를 올렸다]

뾰족한 주둥이 때문에 이름도 스워드 피쉬(swordfish)다. 생긴 것만 보면 황제를 지키는 기사단 같은 모습이랄까. 늠름하고 아름답다. 황새치 스테이크를 딱 한 번 먹어봤는데, 내가 먹어봤던 생선 구이 중에 가장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시칠리아에서 셰프 생활을 했던 박찬일 셰프는 황새치를 두고 ‘바다의 쇠고기’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더라. 고급스럽고 부드럽다고 느꼈던 것이 얼추 맞았나보다. 시칠리아는 황새치가 많이 잡히는 지역이라 해산물 식당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힘들게 잡아온 생선이 황새치라고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청새치다. 청새치도 주둥이가 창처럼 뾰족한 것이 황새치와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다.

[몬델로 해변에 있는 해산물 식당. Trattoria Da Piero. 세 번이나 찾아갔다. 사진 속 남자는 식당의 셰프]

만약 이 글을 한국에서 위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음…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서울에서 하는 이탈리아 음식은 모두 가짜야!” 그런 뜻이 아니라 맛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맛없는 걸 먹었다가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으로 결론 내릴까봐.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친구들은 나를 유럽병 걸린 환자 또는 이탈리아병 걸린 환자 취급을 하는데, 그런 게 아니다. 특히 젤라또, 피자, 파스타는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달랐다. 그러니 언젠가는 꼭 본토의 맛을 느껴보시길. 위에서 말한 다섯 메뉴가 아니어도 좋다. 시칠리아에 간다면 뭐든지 많이 먹고 오길 바란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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