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에디터B다. 내가 대학생일 때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어머니는 동네 사람 말고는 같이 노는 사람 없어요? 있잖아요 왜, 고등학교 동창이라든지 이십 대 때 같이 놀던 친구들.” 돌아온 대답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살다 보니 연락이 자연스레 끊어지더라’는 말만 어렴풋하게 떠오를 뿐이다. 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인간의 휴먼네트워킹지수(HNP)를 보면 20대에 정점을 찍기 마련이다. 각 지역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 낯선 선배들, 귀여운 후배들, 동아리 친구들, 똑똑한 친구, 잘 노는 친구, 술 잘 마시는 친구를 골고루 알게 된다. 그리고 직장인이 되면 인간관계는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한다.(직장인이 되는 데 실패하면 더 급격하게 줄어든다) 참고로 HNP는 내가 급조한 단어다. 나는 김난도만큼이나 신조어 만들기를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되더라. 나는 결혼에 큰 욕심이 없고, 친구랑 노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친구가 줄어드는 건 정말 큰 위험이 아닌가. 석유 고갈 이후를 걱정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처럼 무슨 수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쉐어하우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는 나처럼 미혼이며,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즐기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거든. 쉐어하우스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다. 실제로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그래서 말을 걸었다. 역삼역 인근 쉐어하우스 트리하우스에 살고 있는 이원창, 고민국 님이다.
나도 언젠가는 쉐어하우스에 살까? 모르겠다. 한 편의 청춘드라마처럼 왁자지껄해 보이는 일상이 부럽기도 했지만, 월세를 감당하기엔 버겁지 않을까.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마샬 헤드폰과 하만카돈 스피커와 시네빔을 포기하면 두 달 정도 살 수는 있을까. 아니면 고민국 님이 말대로 6개월 정도만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지.
이런저런 현실적인 고민들이 가라앉자 고민국 님의 한마디 말만 남았다. “회사랑 집 밖에 몰랐는데, 삶의 반경이 넓어졌어요” 그래, 그것만으로도 살아볼 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