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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l 22. 2020

욕망엔 다이어트가 필요없어

성공과 욕망에 대한 책 5

안녕, 난 디에디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책 얘기를 하게 된 객원필자 기명균이다. 평일엔 퍼블리를 위해 남이 쓴 글을 읽고, 주말엔 디에디트를 위해 내가 읽은 것에 대해 쓰고 있다.


이번 달에는 성공과 죽음, 욕망과 믿음을 주제로 한 책 다섯 권을 골고루 골랐다. 주제도, 작가의 성향도 다 다른 이 책들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읽으면서도 쓰면서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취향에 따라 한두 권 정도 장바구니에 넣어두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다.


[1]
<성공의 공식 포뮬러>

“지금까지 ‘운과 노력, 재능이 알 수 없는 비율로 버무려져 성공을 낳는다’라고 믿어왔다면. “

인정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는 사기꾼 냄새가 난다.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이 좀 많나. ‘이렇게 하면 100% 성공합니다’라고 해서 들어봤는데 뻔한 얘기뿐이라 실망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저자다. 전작 <링크>에서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로 이 복잡한 세상을 명쾌하게(심지어 재밌게) 정리해낸 사람이라면, 성공론 또한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성공은 모호한 개념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는 ‘성공’의 범위를 확 좁혀놓고 시작한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적인 성취감을 측정할 수는 없었기에 이 책은 ‘공적인 성공(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만을 다루겠다는 것. ‘뭐든지 다 안다’라고 얘기하는 사기꾼의 언어랑은 거리가 멀다. ‘내가 아는 건 검증한 것뿐이다’라고 말하는 과학자의 언어에 마음이 놓여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실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차이가 뭘까? 저자의 연구팀이 지난 20년에 걸친 성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핵심은 ‘연결망’이다. 학계, 재계, 예술계, 스포츠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과 접점을 많이 만든 사람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인맥’이 성공의 만능열쇠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실력’이라는 기반 없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으니까. 축구를 못했다면, 재미가 없었다면 호날두와 <해리포터> 시리즈는 결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실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데이터에 따르면 30대 초중반에 성공하는 경우가 특히 많은데, 그 이유가 의외다. 젊을 때 뇌가 가장 잘 돌아가니까? 땡! 젊을 때 가장 열정적으로 결과물을 내놓으니까! 나이가 들어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성공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즉, 성공의 비결은 ‘창의성’이 아니라 ‘생산성 유지’에 있다는 것.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뻔한 얘기도 데이터가 받쳐주니 이렇게 흥미진진하다. 


<성공의 공식 포뮬러>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 한국경제신문 펴냄 | 16,800원


[2]
<뉴타입의 시대>

“이 책을 읽는다고 뉴타입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올드타입이라는 건 알 수 있습니다.”

<성공의 공식 포뮬러>가 지난 20년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 책이라면, <뉴타입의 시대>는 다가올 20년의 성공 조건을 예측하는 책이다. 한 번 더 인정한다. 이 책도 제목에서 사기꾼 냄새가 난다. ‘다음 시대에는 이런 게 먹힐 겁니다’라고 떠드는 책이 좀 많나.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부제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돌파하는 24가지 생각의 프레임’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고 시작하는 미래 예측서라니, 그 솔직함을 믿어 보기로 했다. 24가지 돌파구 중 한두 개라도 내 입맛에 맞는 걸 찾으면 본전 뽑는 거라 생각하며.


저자의 주장을 떠받치는 건 ‘희소성’ 개념이다. 뭐가 됐든 공급이 많아 넘쳐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희귀한 것일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그러니 앞으로 무엇이 희귀해질지 한 발 먼저 알고 선점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이미 흔해진 것을 붙들고 있으면 점점 더 뒤쳐질 수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문제 해결력’이다.


인류는 수많은 불편을 해결하며 발전해왔다. 일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자연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해결할 문제가 없으니 그만큼 ‘문제 해결력’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젠 반대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시험을 거치며 ‘정답 찾는 능력’을 키워왔는데, 상황이 바뀐 것이다. 답 찾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문제를 발견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무엇이든 딴지를 걸다 보면 문제가 발견될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문제는 뭘까? 나만 못 찾고 있나?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뉴타입의 시대에, ‘올드타입’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뉴타입의 시대> 야마구치 슈 | 인플루엔셜 펴냄 | 16,000원


[3]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저자의 욕망을 응원하다 보면 같이 출세하고 싶어진다. 팔아줬으니, 팔아줘요.”

희소성을 중시하는 야마구치 슈의 지론대로라면, 이 책 제목에서도 ‘뉴타입’의 싹이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욕망을 감추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모두가 겸손을 떨다 보니, 반대로 자기 욕망을 당당히 밝히는 태도가 신선하고 멋져 보이기 시작했다. ‘욕망’을 주제로 매달 새로운 책을 출간하는 ‘먼슬리에세이’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첫 타자는 ‘물욕(<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었고, 뒤이어 나온 이 책의 주제는 ‘출세욕’이다.


글을 쓰고 또 쓰고, 작고 소중한 출판사의 연락을 받아 책을 내고, 기적처럼 칼럼 기고 제안을 받고, 꼬박 1년간 준비한 책이 엎어지고, 편집자와 술을 먹고, 술 먹을 때 한 얘기를 또 글로 쓰고, 이런 과정이 읽기 쉽게 쓰여져 후루룩 금방 읽힌다. 저자의 개그 욕심도 농도와 타이밍이 적절하고. 글을 쓰면서도 ‘계속 쓰는 삶’에 대한 욕망을 애써 외면해온 나로서는 “김애란, 이슬아, 임경선에만 열광하는 독자들”에게 느낀 서운함을 말하는 대목이 특히 반가웠다. 마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고개 드는 감정을 솔직하고 건강하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계속 쓰는 삶’의 원천이자 ‘계속 써온 삶’이 키워준 재능이리라.


난 멀지 않은 미래에 그가 ‘팔리는 작가’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다음 두 문장에서 드러나는 자신감. “베스트셀러 저자가 벌어들이는 돈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가 쓴 글이 부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만큼, 아니 어쩌면 그들보다 더 잘 써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은 와중에 ‘돈값 하는 작가가 된다는 것’을 고민하는 책임감. 근자감 넘치는 작가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책임감 투철한 작가는 처음이야. 희소성 있네! 역시 뉴타입!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이주윤 | 드렁큰에디터 펴냄 | 12,000원



[4]
<코넌 도일>

“추리소설의 선구자가 뭐 이리 힙해? (사실 힙한 건 코넌 도일이 아니라 셜록 홈스지만)”

역사상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중 한 명. 너어무 잘 팔려서 자기가 만든 캐릭터가 자기 삶을 휘두르는 지경에 이른 사람. 결국 그를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 그는 누구일까? 이미 책 제목에 답이 다 나와 있으니 이건 재미가 없는 퀴즈다. 그렇다면, 코넌 도일이 창조하고 직접 죽인 캐릭터는 누구일까? 이것 역시 재미가 없는 퀴즈인데, 코넌 도일보다 훨씬 더 유명한 ‘셜록 홈스’가 답이기 때문이다.


<코넌 도일>은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난다’라는 컨셉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20번째 책이다. <셰익스피어> 편을 쓴 황광수 작가는 책에 인용된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모두 우리말로 번역했고, <니체> 편을 쓴 이진우 작가는 무려 한국 니체학회 회장이다. 모르긴 몰라도 작가의 덕력이 책을 쓰는 데 핵심 동력이 되는 듯하다.


이다혜 작가의 덕력도 만만찮다. 일단 셜록 홈스 전집을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번 읽었고, 셜록 홈스 같은 명탐정이 되기를 꿈꿨다. 그리고 무려 고등학생 때 무삭제판 홈스 원서를 입수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다. 2018년에 펴낸 책 <아무튼, 스릴러>에서는 ‘셜록 홈스’를 통해 범죄물의 세계에 입문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코넌 도일>을 쓰기 위해 도일이 태어난 스코틀랜드와 홈스가 활약한 런던 일대를 방문했다. 책이 재미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이 시리즈의 특별함은, 작가 한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온 덕력과 필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금정연 작가가 준비중인 <조지 오웰> 편을 기대 중인데, 내가 금정연 작가의 팬이기도 하고 작가가 이 책을 준비하며 SNS에 올린 ‘조지 오웰’ 책 더미를 봤기 때문이다. 덕질은 위대하다.


<코넌 도일> 이다혜 | 아르테 펴냄 | 18,800원


[5]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미처 꺼내지 못한 말도 들어주려는 마음.”

홈스의 일이 ‘죽은 자의 흔적’을 들여다보고 범인을 잡는 것이라면,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 김완 대표의 일은 ‘죽은 자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는 것이다. 홈스의 활약은 왓슨의 입을 통해 낱낱이 전해지지만, 김 대표의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밀에 부쳐지는 건 죽음이다. 죽음을 감추기 위해, 김 대표 또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야 했다. 집값을 위해서든, 거주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든. 함부로 드러낼 수 없던 마음을 책으로 펴냈다. 사람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코넌 도일의 소설과 비슷한데,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마음가짐은 사뭇 다르다.


고백하자면, 죽은 사람의 흔적에 대해 당사자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추리소설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도 그저 범인을 잡기 위한 단서 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김 대표가 들려주는 죽은 사람의 흔적은 그만큼 극적이지 않다. 대개 평범하고 비슷하다. 죽은 이는 피를 쏟고, 부패한 시신엔 벌레가 모여들고, 그리고 외롭다.


동반자살한 부부의 방을 청소하다 침대 밑에서 뒤늦게 칼 두 자루를 발견한 김 대표. 홈스라면 칼이 거기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를 찾아내어 진상을 밝혔겠지만, 탐정도 경찰도 아닌 김 대표는 그 칼 두 자루가 사랑의 증거임을 믿는다. “자기가 보고 싶고 희망하는 세계만 만나려는, 편견 가득한 청소부의 근거 없는 믿음”이야말로, 매일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김 대표의 ‘일하는 마음’일 것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 김영사 펴냄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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