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한 달 만에 다시 등장한 객원 필자 남필우다. 지난 편에서 필름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소유에 대한 욕망의 불 지펴볼까 한다. 고로 지난 연재를 보지 못했다면 꼭 읽고 오기를 바란다.
01. 필름 카메라 입문의 첫 단추
02. 추천 카메라와 구매처
03. 필름의 선택과 인화의 트렌드
이 시간에는 추천하는 필름 카메라와 구매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데, 앞서 이야기했듯 언급될 거의 모든 필름 카메라가 이미 단종된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이 콘텐츠는 입문자를 위한 내용임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스크롤을 내려줬으면 한다.
추천을 위해 우선적으로 카메라의 유형을 좀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골치가 아파진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이 페이지를 벗어날 준비를 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기에 최소한의 설명만 하고 바로 카메라 추천으로 넘어가야겠다. 정말 쉽게, 클래식한 외관으로 뭔가 렌즈로 교환할 수 있을 것 같이 생긴 수동 카메라와 플라스틱 재질의 바디로 그냥 네모난 모양의 자동카메라로 나눠보자.
수동 카메라는 렌즈교환식 모델이 많은 편이다. 다시 말해 본체의 성능 + 다양한 렌즈의 조합이 가능하고 그만큼 결과물 또한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다. 렌즈 값도 상당.. 아니다. 이런 이야기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다시 하겠다. 수동 카메라는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SLR 방식과 RF 방식이 그 분류다. SLR(Single Lens Reflex)과 RF(Range Finder)의 가장 큰 차이점은 뷰 파인더에서 보이는 영상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인지 카메라 렌즈와 분리된 별도의 삼각 측량 방식을 이용한 거리 측정장치를 이용하여 초점을 잡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미지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내부 거울에 반사되어 펜타프리즘을 거쳐 … 아.. 쉽게 못 말하겠다. 아래의 이미지로 대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SLR은 부품이 본체 안에 많이 들어가 있기에 무게가 무겁다. 하지만 뷰파인더와 실제 작업물과의 시각차가 없고 쉽고 빠르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사진의 심도를 예측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촬영자가 의도를 가지고 원하는 작업물을 얻기에는 최적이다. 자동차로 치면 자동변속기가 아닌 기어를 넣는 매뉴얼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RF는 시각차가 있어서, 생각했던 사진과는 조금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된다. 하지만 본체 내부에 미러가 없기 때문에 SLR 방식의 카메라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우며 고장도 적다. 카메라 전면 외관을 봤을 때 카메라 렌즈만 있으면 SLR, 상단에 렌즈 같은 게 보이면 RF라고 쉽게 구분하면 되겠다.
자동카메라는 일명 ‘똑딱이’라고들 칭하는데, P&S(Point & Shoot) 카메라라고 한다. 필름을 넣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될 정도로 간단하고,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본체가 플라스틱으로 된 카메라들이 많다. 수동 카메라를 다루는 유저들도 여행지나 일상 속에서 스냅용 P&S 카메라를 많이 사용한다.
자, 그럼 카메라들을 기준 없이 한번 늘어뜨려 볼까? 설명보다 외관의 아름다움으로 마음에 들어오는 카메라가 있기를 바라며…
출시: 1982 / 브랜드 : Nikon / 국가: Japan / 방식: SLR, 렌즈교환식
지난번에도 소개했던 필자의 입문 카메라였다. 명기라고 소문날 정도로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사랑하는 모델이다. 모든 게 철저히 수동이라 겁은 나겠지만 카메라를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다.
출시: 1976 / 브랜드 : Canon 캐논 / 국가: Japan / 방식: SLR, 렌즈교환식
니콘에 FM2가 있다면 캐논에는 AE-1이 있다. FM2와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대로 구할 수 있어 입문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빛이 들어오는 노출값을 스스로 맞춰주어 사용자들은 초점만 맞춰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카메라 역사상 최고의 히트를 친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출시: 1966 / 브랜드 : Yashica 야시카 / 국가: Japan / 방식: RF, 렌즈고정식
일명 ‘가난한 자의 라이카’. 저렴한 가격에도 사진 결과물이 잘 나와 붙여진 별명이다. 재밌는 것은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던 전자제어식 노출 시스템을 Electro 35가 라이카 M 시리즈보다 훨씬 먼저 갖췄다는 사실이다. 이 모델로 찍은 사진에 실패가 있을 수 있을까?
출시: 1954 / 브랜드: Leica 라이카 / 국가: Germany / 방식: RF, 렌즈교환식
라이카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전설의 모델 M3는 1954년에 처음 등장했다. 이전의 카메라들은 다른 화각의 렌즈를 교체해야 했는데, M3는 파인더 내의 프레임이 자동으로 변하도록 설계되었다. 여타 브랜드의 카메라와는 달리 다루기 불편한 사항들이 꽤 많지만 지금까지도 유저들에게 칭송받으며 사용되고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도 M3만 고집했다고 하는데 세상에 내가 M3를 추천 리스트에 올리다니.. (빨간 딱지에 매료되지 마세요. 마세요. 되세요.)
출시: 1966 / 브랜드: Rollei 롤라이 / 국가: Germany / 방식: RF, 렌즈고정식
클래식하면서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많은 유저들의 위시리스트에 항상 랭킹되는 모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롤라이 35S 골드 모델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더욱 인기를 얻었다. RF 방식이지만 눈대중으로 초점 거리를 어림잡아 촬영해야 하는 목측식 카메라여서 초보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도 예뻐서 추천하는 모델.
출시: 1984 / 브랜드: Lomo 로모 / 국가: USSR / 방식: RF, 렌즈 고정식
롤라이35와 마찬가지로 목측식 카메라이다. 작고 가벼워 유럽 여행자들 손에 많이 들렸다고 한다. 로모는 재밌는 스토리가 좀 있다. 1984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처음 생산되었을 때 로고는 ЛOMO였다. 이는 Ленинградское Oптико-Mеханическое Oбъединение(레닌그라드 광학-기계 협동조합)의 줄임말이었다.
80년대 후반 소련이 몰락하면서 RUSSIA에서 생산하며 LOMO로 로고가 바뀌었다. 90년대 초 오스트리아 청년들에 의해 ‘로모그래피’라는 문화가 형성되어 다시 한번 인기를 끌게 되면서, 2005년까지는 러시아에서 LC-A가 생산되었다. 지금은 LC-A+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새 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초기 모델은 USSR, 다음은 RUSSIA, 지금은 CHINA에서 생산되고 있으니 중고 구매 시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이외에도 Olympus Pen, Nikon 28ti, Contax G2, Contax T3, Leica Minilux, Pentax Me Super, Konica Pop 등 멋진 카메라가 많다.
위에 제시한 카메라가 부담스럽다면, 토이카메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로모 피쉬아이라던가, 코닥이나 야시카에서 새롭게 출시하고 있는 팬시한 토이카메라들, 브랜드의 굿즈 개념으로 디자인을 입은 일회용, 다회용 카메라들까지 2~4만 원 선에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토이카메라에 필름 2통을 시험 삼아 진지하게 사용해보고 위의 추천 카메라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이번 연재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구매처에 대한 이야기다. 단종된 중고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안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어려운 부분이기에 오히려 간단명료한 제시안이 도움이 될 것 같다.
the35mm.com을 방문하면 꽤 다양한 카메라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사이트에서 구하고 싶은 모델을 발견했다 해도 보통 재고가 없거나 문의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꽤나 방대한 종류의 카메라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구매가 아닌 구경함에 있어서는 손에 꼽는 사이트이다. 또한 엘리카메라 는 빈티지 카메라를 취급하고 있어서 선택에 있어 취향의 스펙트럼을 조금 더 넓혀줄 수 있는 곳이다.
중고상품이 제일 많이 거래되는 평화로운 중고나라 카페에서 의외로 필름 카메라들도 많이 거래가 된다. 혹은 slrclub.com의 마켓 섹션에서 검색해봐도 좋다. 직구에 익숙하다면 이베이나 라쿠텐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필름 카메라 라고 검색을 하면 감각 있는 셀러들의 계정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원하는 모델을 정하는 게 어렵지 그 모델을 찾는 건 사실 어렵지 않다.
남대문에서 충무로까지 대로변, 상가, 골목까지 합치면 카메라 상점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듯 깔끔하게 정비된 필름 카메라들을 반짝이는 쇼윈도를 통해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문을 열고 해당 모델이 있는지 물어보는 수고만 할 수 있다면 단연코 원하는 모델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단적인 예로 필자가 연사를 가능하게 하는 Nikon FM2의 모터 드라이브 MD-12를 2~3주간 걸쳐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구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매물을 찾을 수 없어 결국 해외 직구로 마음을 먹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대문으로 향했고 2번째 상점의 방문과 동시에 바로 구할 수 있었다. 비록 가격은 중고거래가 보다 살짝 높았으나 못 참겠으면 이렇게 할 수 있구나 생각을 했다. 요즘엔 그쪽 상가에서도 중고 매물을 온라인으로 등록해 쇼핑 검색을 통해서도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필름 카메라는 사용하다 보면 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도 내부 청소라던가 정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수리업체로 택배를 보내고 수리받을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되었지만, 단골 수리점을 만들어 옆에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듣는 카메라 이야기가 필자의 이야기보다 100배는 더 재밌을 거다. 언택트 시대에 맞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필름 카메라의 번거로움을 즐긴다면 이 모든 과정까지 음미해보면 어떨까?
불편함을 감수할 사람들에게만 열려있는 과거와 현재의 터널 같은 몇 가지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는 턴테이블과 필름 카메라도 그 일부라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재조명과 관심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 열풍에 휩쓸려 뒤늦게 관심을 갖는 게 아닌 과거에서 열어놓은 문화적 터널을 이제야 발견한 거다. 의식의 흐름같이 이어져 왔을지언정 유산과 같은 터널을 발견한 건 스스로에게 큰 기쁨이어야 한다. 유레카!
그럼 개의치 말고, 다음 편에는 필름의 선택과 요즘 인화의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