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이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브랜드 노트

by 엘렌

"김수연"


초등학교 개학 첫날, 선생님이 출석을 부릅니다. "네!" 하고 대답을 했는데, 옆자리 아이도 함께 대답합니다.

한 반에 김수연이 두 명. 그날부터 저는 '김수연A'가 되었고, 친구들은 '까만수연'으로 불렀습니다. 제 얼굴이 조금 까무잡잡했거든요. 대학교까지, 아니 회사를 다니면서도 나와 같은 이름이 늘 2명 이상이 있었고, 레스토랑 웨이팅 리스트에도,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때도 늘 그곳에는 내가 아닌 누군가 '김수연'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그게 싫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이름. 누구에게나 불려지는 그 이름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름 외에 나만의 차별화를 두고 싶었습니다. '전교회장 김수연' '제일 먼저 등교하는 김수연'. 어떤 형태로든 이름에 나만의 이야기를 추가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저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름'에 유독 관심이 많습니다. '이름'에 조금은 특별한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이름이 그렇듯, 브랜드의 이름에도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은 브랜드가 건네는 첫인사입니다.

사람들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공간을 이름으로 기억합니다.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감정이 모두 담긴 브랜드의 이름은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이기도 합니다.


잘 만든 브랜드 네임은 마치 시와 같다. 두어 개의 단어만으로 회사와 상품과 아이디어의 핵심을 짚어내고, 단순한 문구에 무수히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
- 제레미 밀러 <<스타트업 브랜드 네이밍>> p.34


그럼, 좋은 이름. 즉 브랜드 이름은 무엇일까요? 쉽게 읽고 기억하기 좋아야 한다 등등의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아래 3가지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이야기를 품은 브랜드 이름


동네에 '하삼동'이라는 커피숍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 보는 브랜드라 호기심에 갔고, 이름의 의미를 찾아 매장을 살펴보았습니다. 반전이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시작한 커피 브랜드라고 해서, 저는 당연히 부산의 어느 커피를 사랑하는 동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뜻은 너무나 다르네요. 간판 옆에 빨간 한자가 보입니다.


하삼동 嚇三同 [웃을 하, 석삼, 한 가지 동]

- 세 번 웃는 동네. 고객과 가맹점, 우리 모두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함께 어울리는 곳


브랜딩 1.jpg
브랜드 네이밍.jpg

그 이름을 본 이후, 저는 하삼동 커피를 즐겨가는 단골 고객이 되었습니다. 커피를 기다리며 세 번 웃는 나의 모습이 하삼동 커피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생각납니다.


이름 속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볼 때마다 그 이야기가 기억에 남고 브랜드의 분위기와 바로 상상이 되어 감정적으로 연결됩니다. 브랜드의 감정(Emotional Code)을 담는 좋은 형태입니다.


이와 같이 암시적 네임(Suggestive Names)은 브랜드의 감정, 태도, 세계관을 은유와 상징으로 전달합니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양파처럼 겹겹이 쌓이는 시간 '어니언 (Onion) 카페',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29CM' 등이 이름에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2. 정직한 브랜드 이름


'감자밭'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건? 바로 '감자'입니다. 네, 맞습니다. 춘천의 감자빵을 파는 브랜드이자, 농촌과 도시를 연결한다는 브랜드 목표 아래 다양한 농업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로고 디자인도 감자입니다. 이름만 봐도 고객은 브랜드가 무엇을 하는지 즉시 이해합니다. 브랜드의 목적을 빠르게 전달하고, 그래서 오해도 없고 이해도 쉬운 '정직한 이름'입니다.

감자밭.jpg 출처: 감자밭 인스타그램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는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네이밍입니다. '슈퍼말차'는 말차를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컬러와 로고도 모두 직관적으로 말차의 그린 컬러를 사용했습니다.


이렇듯 서술적 네임 (Descriptive Name)으로 네이밍된 이름은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이 보다 적고, 검색엔진에도 유리합니다.


3. 기억되는 브랜드 이름


애플(Apple) 나이키(Nike)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사과와 컴퓨터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애플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는 아이폰을 생각하며 혁신, 디자인, 프리미엄 등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나이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의 승리의 여신보다는 운동화와 스포츠, 도전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죠. 추상적 네임 (Abstract Name)은 네이밍 단계에서는 '빈 그릇'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쌓아 올린 경험과 철학이 그 그릇을 채워 나랍니다. 브랜드 이야기를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소비자 마음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춥니다.


정리하자면, 브랜드 네이밍은 크게 '느끼게 하는 이름(암시적), 이해시키는 이름(서술적), 기억되는 이름(추상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암시적 네임은 이야기를 품고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서술적 네임은 바로 이해가 되어 조금은 안전하고, 추상적 네임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만들고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강력합니다.


저는 카페를 가거나 백화점에서 브랜드를 볼 때, 습관처럼 이름을 천천히 읽어봅니다.

" 이 이름은 어떤 유형일까?"

" 이 이름이 전하려는 경험은 무엇일까?"

" 이 이름 뒤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렇게 이름을 읽다 보면, 브랜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이름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 이름은 느껴지는 이름인가요? 이해되는 이름일까요? 아니면 기억되는 이름일까요?

그 이름 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그 이름이 어떤 감정을 남기고, 무엇을 설명하고, 어떤 이야기를 열어주는지 찬찬히 살펴보세요.

브랜드를 읽는 첫 번째 방법은 이름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름을 읽으면 브랜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 뒤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브랜드가 조용히 말을 걸고 있습니다.


*브랜드 이름 사례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