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Bye 이제 안녕 *지극히 사적인 폐경의 기록
매월 정확히 찾아오는 빨간 날.
그 한 달의 한 번의 약속은 지난 38년 동안 참 꾸준했다.
기록할 필요도 없이 기억했고 매번 정확했다.
8개월 전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덜컥 한 달이 그냥 지나갔다.
이상했지만. 걱정되지는 않았다.
피곤하니까,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지.
그리고 처음으로 두 달 만에 빨간 날을 만났다.
또 두 달 뒤, 그다음 달도 건너 띄고 격월이 되었다.
그러더니 어느 달에는 20일 만에 시작되었다.
적잖이 당황을 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 나도 이제 때가 되었나 봐. 폐경을 하겠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역시 두 달 만에 만난 빨간 날.
5일 동안 지속되는 그 선명한 빨간색 물감 같은 생리가 아니다.
검붉은 갈색.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생경한 컬러의 아주 조금의 흔적.
그러고는 3일이 안되어 남은 것이 더 없다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순간. 인사를 했다.
38년 함께 한 빨간 날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구나.
안녕. 나의 난자야. 수고했어 나의 자궁아.
무엇보다 건강한 두 아들을 잘 품어주어 고마워.
그렇게 혼자만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떠나보낸 상실감이 찾아왔다.
나를 떠나간 건 난자인데.
내가 떠나보낸 건
나의 여성성인 것 같다.
나의 젊음인 것도 같다.
나의 아름다운 나날도 함께.
폐경으로 인한 상실감.
무덤덤하게 지나갈 꺼라 생각했는데.
아직 나는 내가 충분히 여성스럽고 젊고 아름답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머리는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알 수 없는 우울함이 찾아온다.
이렇게. 갱년기가 시작되나 보다.
갱년기야 조금만 기다려주면 좋겠다.
아들의 사춘기에 강력한 무기가 되어야 하니,
아직은 조금 더 있다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