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갓바위

1365개의 계단을 오르면 생기는 일

by 엘렌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영험한 곳이 있습니다. 기도발이 좋은 곳으로 소문난, 대구 팔공산 갓바위입니다. 불상의 머리 위에 있는 넓은 바위가 '갓'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으로 소원을 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합니다. 특히, 수험생, 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처음 갓바위에 올라갔습니다. 물론 저도 마음속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 하나를 품었습니다. 갓바위를 만나기 위해서는 관암사부터 시작되는 1365개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가파른 경사에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며 마치 수행을 하듯 소원을 간절하게 되새기며 올라가는 길이구나.


한 계단 씩 천천히 올라갑니다. 끊임없이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며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온몸은 땀이 차오릅니다. 한참을 올라간 것 같은데, 아직 400 계단입니다. 계단에 다리를 올릴 때마다 허벅지 근육들이 꿈틀거립니다. 호흡을 하며 쌕쌕거리던 소리가 헉헉거리기 시작합니다.


계단 중간쯤에서 지팡이 하나를 짚으며 홀로 올라가시는 하얀 머리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올라가시는 할머니 옆으로 앞서 갑니다. 그리고 앞을 보며 앞에 가는 분들을 따라갑니다. 중간쯤 호흡과 근육이 소리 지르며 멈추라고 합니다. 그래서 잠시 쉬고, 또 올라가다가 한번 더 쉽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서 있는데, 아까 내가 앞질렀던 그 할머니가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쉬지고 않고 조용히 나를 추월해 올라갑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계단을 하나씩 오르시는 할머님의 뒤를 함께 따라가며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전구 하나가 반짝 켜졌습니다.


나만의 속도

내 발을 보며,

내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만의 속도로 멈추지 않고 계속 꾸준히 가는 것.


빠르게 올라가도, 천천히 올라가도

꾸준히 한 발씩 한 계단씩 올라가면

결국 정상에는 도착하게 된다는 것.


중요한 건 나만의 속도로 멈추지 않는 것.


공자는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고민과 불안이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멋진 모습에 조바심도 났습니다.

아직 성과가 없는 내 모습에 자신감도 떨어졌습니다.

갓바위에서 만난 할머니 덕분에 알게 됩니다.

지금 뒤처진다고, 잠시 쉬고 있어서 불안해도 괜찮다고.

나만의 속도로 나에게 집중하는 에너지로

정상을 향해 가보라고.


이러면 안 된다. 이렇게 해야 한다.

다양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내 마음을 다잡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 보려 합니다.


앞으로 놓인 계단이 몇 개가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나만의 속도로 한 계단씩 올라가면

결국 정상에 도착할 거라는 믿음과 마음.


My Way, 갓바위


그래서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날 계단에서 얻은 깨달음은, 어쩌면 내가 빌었던 소원보다 더 확실하게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큰 깨달음을 얻은 갓바위. 한 가지 소원도 꼭!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