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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Emilia Moment Aug 10. 2024

모하비 사막의 비


모하비 사막을 지나던 중 비가 내린다는 말에 창밖을 바라본다. 후드득 세차게 떨어지는 비는 아니다. 촉촉이 젖은 땅을 보고서야 비가 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연간 강수량이 평균 50mm 미만이라는 이곳에 귀한 생명의 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막의 식물들이 오늘따라 더욱 푸릇하게 느껴진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모래 속으로 더욱 깊이, 바위를 뚫고 더 단단히 뿌리내리고 살아남은 식물들의 초록빛 함성이 들리는 듯도 하다. ​​


거친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바꾸는 진화의 과정을 거듭하며 살아남은 이곳의 식물, 동물, 인간 심지어 지구까지(이곳에 오니 지구도 살아있는 생명체임 더욱 절감한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귀함을 증명하는 듯하다.



힘들고 괴로울 때면 모두 버리고 떠날 생각부터 했다. 영영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곤 했다. 도망친 그곳에 낙원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얼추 적응하면 또다시 떠날 고민을 하고...



깊이 뿌리내린 내 삶의 터전이란 건 영영 신기루 같은 것이라 느끼곤 했다. 내 터전이랄 거 없는 이방인 같은 삶의 연속. 정착하지 못해 마음은 늘 불안하고 그렇게 매일 짐을 싸고 풀며 떠도는 피곤한 삶의 반복. 언제쯤이면 내 몽과 마음 모두 내 터전이라 말할 수 있는 곳에 정착할 수 있을까. 그런 곳이 있기는 할까?



이제라도 저 사막의 나무처럼, 들풀처럼 내가 두 발을 딛고 서있는 환경 속에 정착해 깊고 단단히 뿌리내려야겠다 생각한다. 몇 방울의 빗줄기에도 감사할 줄 알고, 선인장처럼 그 몇 방울을 잘 품다 요긴하게 활용하며 내 척박한 터전을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내 보자고 여행의 끝에 이르러서야 다짐한다. 그래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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