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의 만족이 전부는 아니다.

by Inho Noh

브랜드 컨설팅에서 ‘클라이언트가 만족하면 된다"는 논리는 단순명쾌해 보이지만, 그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상당히 피상적인 접근이다. 클라이언트의 만족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들이 매우 많아진다.


클라이언트는 모든 문제를 알지 못한다


브랜드 컨설팅은 단순한 대행 서비스가 아니라, 전략적 판단과 창의적 해법을 통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과정이다. 그러나 클라이언트는 종종 자신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거나, 단기적이고 피상적인 해결책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브랜드의 로고를 바꿔달라"는 요청은 단기적으로는 만족을 줄 수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과 장기적 방향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컨설턴트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요청 이면에 숨겨진 본질적 문제를 찾아내고, 필요하다면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여 더 나은 길로 이끄는 것이다. 단순히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서 멈춘다면, 컨설턴트는 스스로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결과물의 객관적 성과가 중요하다


브랜드 컨설팅의 결과물은 클라이언트 내부의 만족감을 넘어, 시장에서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시장은 냉정하다. 설령 클라이언트가 내부적으로 만족한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다면 이는 실패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클라이언트의 주관적 취향에 치우친 캠페인이나 디자인은 실제 소비자와의 연결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컨설팅의 목표는 클라이언트의 만족과 시장 성공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책임 회피의 여지


'클라이언트가 만족했으니, 그걸로 되었다.'는 논리는 때로 책임 회피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프로젝트 결과가 실패로 판명될 경우, "클라이언트가 원한 대로 했을 뿐이다"라는 변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컨설팅의 본질을 망각한 태도다. 자고로 '전문가'라면 결과물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시장 양쪽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진정한 전문가라면 클라이언트를 단순히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몰랐던 가능성과 더 나은 방향성을 깨닫게 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클라이언트의 단기적인 기대를 거슬러야 하며, 그 과정에서 설득과 신뢰 구축이라는 긴 여정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야말로 컨설턴트로서의 권위와 가치를 확립하는 데 필수적이다.



만족 이상의 목표를 향해


브랜드 컨설팅은 단순히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아니다. 컨설팅이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클라이언트의 단기적 만족에만 집착하다 보면, 장기적인 성과와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잃을 위험이 크다.


때로는 클라이언트의 기대와 부딪히는 일이 있더라도, 냉철한 판단과 설득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클라이언트를 진정으로 만족시키는 길이며, 동시에 시장에서도 검증받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는다면, 그 땐 뭐... 어쩔 수 없다.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 노인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업계 관찰 & 인사이트 공유 칼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