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원래 여행이란 건 갑자기

by 정한결

1년 2개월여 만에 한국에 돌아왔고, 오자마자 프리랜서 외주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두 달을 보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9월이었다.

재취업을 준비하던 차에 엄마에게 추석 전 주 휴가가 생겼다.

이럴 바엔 그냥 엄마랑 여행하고 제대로 취업 준비를 해 볼까 싶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였기 때문에 무조건 유럽에 가자고 했다. 비교적 가기 쉬운 아시아권 나라들은 언제든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준비성이 (매우) 떨어져서일까,

추석 전 주라 비행기표가 쌀 거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추석 전 주, 추석 주, 추석 다음 주까지 빠짐없이 평소의 2배 가격이었다.

“무조건 유럽 가야지!” 하던 마음이 조금씩 사그라들던 찰나, 대학생 이후로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던 ‘땡처리닷컴’이 생각났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들어가 본 그 사이트에서 85만 원짜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왕복 직항 표를 발견했다.


계획보다 조금 짧은 일정인 데다가 독일은 후보에도 없던 나라였지만 85만 원짜리 왕복표는 너무 달콤한 옵션이었다.

별 고민 없이 그 표 2장을 끊었다.

여행 시작이 2주도 안 남은 시점이었다.


표를 먼저 끊고 어디를 갈지 생각했다.

도착 후 이동 경로나 금액 등을 빠르게 따져 기차로 체코 프라하와 뮌헨을 가기로 했다.


프라하 숙소까지 마치고 뮌헨 가는 표와 숙소를 예약하려고 보니 이상할 정도로 숙소 금액이 높았다.

찾아보니 하필이면 그때가 옥토버페스트 기간이었다.

독일 여행 간다는 대부분의 사람은 놀라겠지만, 엄마와 나는 술을 좋아하지도, 마시지도 않기에 비싼 뮌헨 대신 다른 곳을 가기로 했다.

베를린, 쾰른 등이 후보로 나왔지만 최종 선택지는 드레스덴이었다.

이렇게 얼레벌레지만 하여튼 계획의 윤곽이 보이고 있었다.


숙소와 이동은 내가 책임질 테니 엄마는 가고 싶은 곳만 정하라고 했다.


평생 모범생으로 산 엄마는 도서관에서 드레스덴, 프라하 책을 잔뜩 빌려 와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책 두 개를 한 번에 읽으며 귀로는 체코 음악가 드보르작의 음악을 듣는 속성 여행 예습 코스를 거쳤다.


세계테마기행 체코 편을 보며 참여하지도 않을 “맥주잔 오래 들고 있기” 시합 준비(?)도 했다.


역마살이 제대로 껴 시간만 나면 유럽을 다니는 딸과, 여행을 사랑하지만 자유여행은 한 번도 안 가본 엄마의 여행이 이렇게 시작됐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