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표를 끊었을 때부터 2주도 남지 않았던 여행.
여행은 금세 현실로 다가왔다.
아침 10시 비행기였기에 새벽 4시 반부터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한창 공항 파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라 더 빠르게 나왔는데, 도착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7시도 되기 전 이미 출입장 안에 있었다.
평소의 나는 여행 전 공항에서 비싼 가격의 음식을 사 먹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랑 여행을 가니 엄마가 출발 전 한식을 먹자고 했다.
평소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에 각자 짬뽕과 미역국을 시켜 먹었다.
연휴를 맞아 공항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많은 탓인지 비행기가 계속 연착됐고, 결국 원래 시간보다 거의 2시간이나 늦은 11시 40분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유럽행 티웨이엔 스크린이 없어서 나는 내 아이패드에, 엄마는 동생 아이패드를 빌려서 영화를 가득 담아왔다.
12시간이 넘는 유럽 직항은 고문 같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원래 일정이었다면 공항에서 5시 반쯤 나왔어야 했는데 연착 후 입국 심사와 짐까지 찾고 나오니 벌써 저녁 7시 반이 되어있었다.
원래 첫날 프랑크푸르트 야경을 보는 게 목표였는데 공항열차를 타고 중앙역에 갔더니 이미 8시가 넘어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좋지 않은 치안으로 악명이 높다.
2023년 출장으로 프랑크푸르트를 갔을 때 직전 해에 다녀온 사람들이 그 근처엔 낮에도 가지 말라고 엄청나게 경고를 했었다.
치안이 안 좋은 걸 알지만, 다음날 아침 이른 시간에 프라하행 기차를 타야 했기에 숙소가 중앙역 근처였다.
도보 4분 거리였는데 길 여기저기는 공사 중이고, 큰길로 돌아가려는데 그 길엔 또 모여서 대마초를 피고 있는 무리가 있었다.
여기저기가 위험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 와중에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있는 동양인 여자 둘은 너무 나약해 보였다.
최대한 무섭지 않은 척 캐리어를 끌고 호텔에 도착했다.
조금 늦었지만 뢰머 광장에 야경을 보러 갈까 했던 생각은 중앙역에서 숙소까지 오는 길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저녁은 먹어야 했기에 숙소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슈퍼 REWE에 갔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도 도로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나마 캐리어를 끌고 있지 않다는 점, 앞에 중국인 남자들이 있었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슈퍼에서 빵과 과일을 조금 사 다시 숙소까지 도망치듯 돌아왔다.
나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이 얼마나 위험하다는지 알고 있었지만 엄마는 그 정도로 악명 높은 역이라는 건 모르고 있었다. 단지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보고 겁먹었을 뿐.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와중에 다음 날 프라하로 가는 기차가 취소됐다는 메일이 왔다.
새로운 일정을 체크해 두고 나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역시나 유럽 여행은 쉬운 게 없고 나는 여행의 이 점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