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이 쌓여 시차 적응이고 뭐고 11시도 되기 전에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기차 스케줄이 바뀌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30분 정도 일찍 길을 나섰다.
다행히 이른 아침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도 고요했다.
전날 슈퍼에서 산 프레첼을 먹으며 기차를 기다렸다.
슈퍼에서 산, 아무 소스도 없는 빵이 왜 이렇게 맛있는 건가 싶었다.
기차는 총 3번을 타야 했다.
처음 루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뉘른베르크까지 2시간 반의 여정.
기차가 채 출발하기도 전에 전날 슈퍼에서 산 빵과 치즈, 햄으로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바깥 풍경을 보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갔다.
출발할 때만 해도 흐렸던 하늘이 쨍쨍해졌다.
믹스커피가 먹고 싶다는 엄마 말에 뉘른베르크 역에선 차(tea) 값 2.5유로를 내고 뜨거운 물을 샀다.
밖을 보며 믹스커피를 홀짝이는 엄마 뒷모습이 신나 보였다.
이번 여행 때는 무조건, 언제나 엄마가 창가자리였다.
그냥 유럽의 시골 모습인데 엄마는 계속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두 번째 여정이었던 뉘른베르크에서 슈반도르프.
근데 중간 공사 때문에 기차는 암베르크까지밖에 운행하지 않았다.
검표원이 ‘너네 기차 암베르크까지만 운행하는 거 아니?’ 하며 중간에 버스를 타야 한다고 설명해 줬다.
영어를 이해하는 거랑 별개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암베르크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는데 기차역에서 어떤 식으로 갈아타는 건지도 상상이 안 갔다.
암베르크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들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 캐리어를 끌고 미친 듯이 달렸다.
알고 보니 하필 암베르크-슈반도르프까지 구간 공사중일 때여서, 그 한 정거장은 버스로 운행하는 거였다.
나는 통제성향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심한 통제성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여행 계획을 세세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나의 통제형 자아는 여행 중 교통수단에서 빛을 발하는데, 이렇게 생각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자 통제형 자아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엄마는 상황을 잘 모른 채 그저 나만 따라오고 있었다.
둘 중 한 명만 제대로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버스를 타고 슈반도르프에 간신히 도착했고, 원래 탔어야 할 기차는 20분 전 이미 떠난 상태였다.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는 2시간에 한번 운행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1시간 반의 시간이 생겨버렸다.
엄마가 동네를 구경하고 싶어 해서 캐리어를 들들들 끌고, 짧은 슈반도르프 여행을 떠났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동네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버스 타고 오면서 봤던, 물가 근처까지 갔다.
닫은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아침에 먹다 남은 빵과 치즈, 햄도 마저 먹었다.
바닥에 떨어진 밤 같은 열매를 보며 엄마는 엄청나게 즐거워했다.
기차를 놓쳐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 같지 않았다.
엄마가 이렇게 즐거워하니 프라하에 좀 늦게 도착해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라탄 마지막 기차.
한 칸에 6명이 마주 앉을 수 있는 특이한 구조의 기차였다.
내 대각선 앞에 앉은 체코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다가 동전을 흘리셨길래 알려드렸는데, 너무 고마워하시며 체코 동전에 앞면과 뒷면에 어떤 무늬가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러더니 2유로 값어치의 그 동전을 체코 웰컴 선물이라며 건네셨다.
사소한 친절은 이렇게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로 돌아온다.
결국 계획보다 30분 일찍 나왔지만 2시간 늦게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했다.
독일 기차의 악명을 생생히 느꼈다.
앞으로 유럽에서 기차 탈 일이 있다면, 특히 부모님과 함께 여행 중이라면, 최대 2번 환승을 넘기지 말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