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프라하 첫날밤 즐기기

by 정한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프라하.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15분여 정도 걸리던 호텔로 먼저 가 짐을 풀었다.

언니가 엄마랑 밥을 사 먹으라며 돈을 보내와서 기념차 첫 식사는 체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원래 시내에 있는 유명 맛집을 가려다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사람을 피하기 위해 숙소 근처 평은 좋은 U Houdku라는 식당에 갔다.

시티 중심가에 있는 식당이 아니어서 영어만 하는 관광객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을까 긴장했는데, 긴장이 무색하게 따듯하고 친절한 사장님이 있는 곳이었다.


프라하의 유명한 음식은 꼴레뇨와 폭립이다.

물론 이 식당에도 있었지만 대표 메뉴는 시내의 유명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그땐 그랬었다) 치킨 스테이크와 돼지고기 목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여기에 추운 속을 데우기 위한 오늘의 수프까지.


재미있게도 (?) 수프에선 돼지 수육을 삶은 국물 맛이 났다.

치킨 스테이크와 목살 스테이크는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 입맛엔 짠 동유럽의 맛이었다.

앞으로 꼴레뇨와 폭립도 먹자는 계획은 이 음식을 먹고 자체적으로 막을 내렸다.

맛없는 게 아니라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입맛의 소유자들에겐 무리였다.


밥을 먹고 나와서는 노을을 보며 시내로 나갔다.

중심부까진 걸어서 40분이 넘게 걸렸지만 이런 하늘을 보자니 트램을 타고 싶지가 않았다.


시내에 가니 온 세상이 굴뚝빵이었다.

상점 한 개 걸러 한 개가 굴뚝빵 가게였다.

배는 별로 안 고팠지만 여기까지 와서 굴뚝빵을 안 먹고 갈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그냥 그런 빵 맛이었다.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었다.

그냥 프라하 거리를 거닐며 프라하의 대표 간식을 먹는 것이 즐거웠다.

엄마도 굴뚝빵이 맛있다기보다 그냥 이 상황이 즐거워 보였다.

구시가지 광장에선 체코의 젊은 사람들이 강남스타일을 틀어놓고 광란의 댄스파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한류의 위상을 느껴버렸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까를교 야경을 보러 갔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인, 밤에도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그중에서 '딸과 자유여행으로 프라하에 온' 우리 엄마가 제일 행복해 보였다.

엄마는 유럽에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왔다는 그 사실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원래 야경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인데, 그런 내가 보기에도 블타바 강의 까를교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엄청난 이동 끝에 피곤한 도시 투어였지만 돌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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