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랜드마크를 모두 돌아보고 클래식 공연까지 즐기고 온 첫날.
그리고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둘째 날은 프라하의 근교(라고 불리는)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날이었다.
근교라고 하긴 하지만 프라하에서 버스로 3시간 여가 걸리는 곳이었다.
한국 여행 오는 외국인들이 근교랍시고 대전에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하도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었다.
여행 첫날, 셋째 날에 클래식 공연이 잡혀있기 때문에 체스키 방문은 자연스럽게 둘째 날이 되었다.
풍경이 예쁘다는 곳들은 날씨가 90% 이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좋은 날씨만을 바랐다.
내내 흐린 날씨가 예보되어 있어서 기대를 접었는데, 당일 아침이 되니 놀랍게도 해가 쨍쨍했다.
프라하 첫날도, 체스키 여행 날도 흐리기로 했던 날씨가 맑게 개어있었다.
나는 여행할 때 날씨 운이 좋은 편은 확실히 아니어서, 엄마가 날씨 요정인 게 분명했다.
조식을 든든히 먹고 체스키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기대감이 배가됐다.
내리자마자 곧바로 체스키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체스키 성으로 향했다.
사람이 가득한 곳으로 가보니 엄청난 뷰가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동화마을'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주황색 지붕과 마을에 흐르는 강이 어우러지는 거짓말 같은 풍경이었다.
유럽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이런 느낌의 예쁜 풍경을 꽤나 여러 번 본 나인데도 감탄이 나왔다.
엄마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했다.
체코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동화 같은 아기자기한 뷰는 소녀 감성을 간직한 엄마들에게 치트키와 같다.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한참 구경하다 동네로 발을 들였다.
동네 이곳저곳을 걷고 있는데 엄마가 '체스키 동화마을은 어디에 있어?'라고 물었다.
한참 구경한 곳, 심지어 감탄하며 걷고 있는 곳이 동화마을인데 엄마는 '동화 마을'이라고 언급해주지 않으니 여기가 거기인 줄 몰랐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엄마의 이런 엉뚱함을 사랑한다.
기념품을 구경하고 엄마와는 생전 사 먹을 일 없는 젤리, 초콜릿까지 사 먹으며 체스키 크룸로프를 열심히 즐겼다.
오후부터는 날씨예보를 따라 날이 흐려졌다.
날이 흐린 풍경마저도 유럽의 가을 감성 그 자체여서 예뻤다.
이렇게 4시간여의 짧은 관광 후 다시 프라하로 돌아왔다.
저녁은 체스키에서 사 온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오고 가는데 6시간, 구경하는데 4시간이지만 이 정도 풍경이면 가치 있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