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프라하, 클래식이 흐르는 밤

by 정한결

체코 여행 얼마 뒤가 엄마의 환갑이었다.

그때 엄마한테 선물로 받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는데 엄마가 생각지도 못하게 공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엄마가 클래식을 많이 듣거나 공연을 즐겨 갔으면 예상을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기에 그런 곳에 로망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클래식이 유명한 체코 프라하에서 클래식 공연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5월 전 세계 클래식 팬이 모이는 '프라하의 봄' 행사가 있을 만큼, 체코 프라하는 클래식 팬들에겐 유명한 곳이다.

그 행사의 본거지인 프라하 최고의 클래식 공연장 '루돌피눔' 공연을 예매하고자 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여행을 예약했다 보니 남은 표가 없었다.

대체로 '스메타나'에서 하는 클래식 공연을 예약했는데, 이후에 운 좋게 루돌피눔 공연 취소표가 떴다.

여행 며칠 전 극적으로 예약을 마치고 엄마에겐 이 사실을 비밀로 부친 후 프라하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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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당일 날이 돼서야 엄마에게 공연 얘길 했다.

아침부터 바로 벼락치기가 시작됐다.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로 이루어진 피아노 3중주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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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을 마치고 노을까지 본 뒤, 마지막으로 루돌피눔으로 향했다.

공연장 앞 체코의 국민 작곡가 드보르작의 동상이 있는, 클래식의 성지였다.


엄마는 치마를 입을까 끝까지 고민하다가 추운 날씨에 마지막에 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화려하게 차려입고 온 사람들을 보니 살짝 후회하는 듯했다.

아무렴 어때! 우리가 이렇게 루돌피넘에 왔는걸?


사람들이 입장하기 전 미리 들어가서 엄마 사진을 여러 장 찍어줬다.

클래식 공연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설레는 곳이다.

여기저기 고풍스러운 느낌으로 가득한 루돌피눔은 더더욱 그랬다.


공연장은 곧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프라하의 봄 시기이면 다르겠지만 9월 말의 루돌피눔엔 거의 현지인들밖에 없었다.

엄마는 그 자체가 행복한 듯했다.

"이 중에 우리가 동양인 홍일점이야" 하며 설레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3번째 보는 큰 규모의 클래식 공연이었다.

첫 번째는 베를린 필하모닉, 두 번째는 룩셈부르크에서 첼리스트 요요마를 포함한 피아노 삼중주, 그리고 이번 프라하에서의 피아노 삼중주였다.

친한 미국인 친구가 첼로를 전공했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첼리스트가 요요마였다.

그 공연도 그 친구의 추천으로 간 것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요요마에게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달랐다.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가 서로 달리기 경주를 하듯 연주 차력쇼를 펼쳤다.

땀을 흠뻑 흘리며 바이올린과 첼로를 썰듯 연주를 했다.

클래식의 ㅋ 자도 모르지만 황홀했다.


첫 곡이었던 Rosowsky의 Fantastic Dance는 크게 유명한 곡이 아니어서 유튜브에 쳐도 자료가 잘 나오지 않는 곡이다.

그런데 나는 이 곡이 가슴 깊이 박혔다.


40분의 연주가 끝난 후 인터미션 때 엄마는 너무 좋지만 졸리다고 했다.

평상시 9시면 잠에 드는 엄마의 수면 시간이 이미 지나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2부 차이코프스키 곡 공연에선 꾸벅꾸벅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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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선 자꾸 졸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하나도 기분 나쁘지도, 서운하지도 않았다.

그 곡은 실제로 자장가같이 평화로운 곡이었다.

그건 둘째치고 공연 전부터 설레했던 엄마의 모습이 나에겐 더 중요했다.

그 모습을 보려 간 공연이었고, 별거 아니었던 깜짝 이벤트는 성공이었다.


아직까지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루돌피눔 공연장에서 내가 찍어 준 사진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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