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한국인에겐 국물이 필요하다

by 정한결

까를교와 하벨시장, 천문시계탑까지 지극히 관광객스러운 루트로 프라하를 둘러봤다.

그럴 계획이 없었는데 날씨가 좋으니 생각보다 무리해 버렸다.

오후 3시가 넘어가니 하늘에 점점 구름이 꼈고, 그제야 피로가 몰려왔다.


숙소가 시내에서 꽤 먼 곳에 위치했지만 잠깐이라도 쉬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한 시간 반 정도 쉰 후에 마지막 중요한 일정을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첫 목적지는 저녁식사였다.

조식을 배부르게 먹은 후 첫끼였다.

첫째 날 체코 음식을 먹었고, 맛있었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엄마와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몸 안의 한국인 DNA가 한식, 아니면 최소한 국물을 찾았다.

그래서 저녁은 식당이 많고 비교적 싸기까지 한 베트남 식당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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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동상‘을 발견했다.

작정하고 찾아가려고 했던 곳인데 운이 좋았다.

이 동상은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학구열이 넘치는 엄마는 내가 이런 걸 알려주는 걸 좋아했다.


동상을 거쳐 찾아간 식당은 생각보다 더 허름했다.

홀로 여행이었다면 개의치 않았겠지만 엄마가 안 좋아할까 봐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엄마도 음식만 맛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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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쌀국수와 치킨 볶음밥을 시키고,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국물 한 입 먹자마자 둘 다 생기를 찾았다.


서로가 서로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입맛을 공유하는 모녀사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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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친 후 근처에 있던 카프카 로테이팅 헤드 동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체코의 다양한 관광지들은 정각을 기준으로 새 조형물이 등장하거나, 동상이 도는 등 여러 변화가 생긴다.

이걸 모르고 갔는데 여행 내내 시간 운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이번에도 사람이 왜 이렇게 많나 싶었는데 정각 가까운 시간이었고 우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얼굴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라하,

그리고 난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 노을 덕후이다.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해 지는 시간은 가까워지고, 까를교까지는 거리가 꽤 돼서 정신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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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탑 근처를 지나치는데 지기 직전의 해 덕분에 건물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걷던 중 이런 풍경을 만나면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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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중간중간에 멈추려는 엄마를 끌고 까를교 노을 스팟으로 바쁘게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 코너를 꺾었을 때 보이던 모습은, 가히 예술!

바쁜 발걸음을 보상해 주는 불타는 프라하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한 노을 스팟인지, 우리 말고도 여행 온 모녀가 있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한국인의 정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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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름이 가득한데 이 정도의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었다.

붉은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과, 물에 비치는 타는 듯한 석양까지

'프라하 노을 맛집 맞네' 하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던 비주얼이었다.


이제 관광 첫날의 가장 중요한 일정만이 남아 있었다.

클래식의 도시에서, 클래식을 즐기러 가 보자!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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