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를교와 하벨시장, 천문시계탑까지 지극히 관광객스러운 루트로 프라하를 둘러봤다.
그럴 계획이 없었는데 날씨가 좋으니 생각보다 무리해 버렸다.
오후 3시가 넘어가니 하늘에 점점 구름이 꼈고, 그제야 피로가 몰려왔다.
숙소가 시내에서 꽤 먼 곳에 위치했지만 잠깐이라도 쉬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한 시간 반 정도 쉰 후에 마지막 중요한 일정을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첫 목적지는 저녁식사였다.
조식을 배부르게 먹은 후 첫끼였다.
첫째 날 체코 음식을 먹었고, 맛있었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엄마와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몸 안의 한국인 DNA가 한식, 아니면 최소한 국물을 찾았다.
그래서 저녁은 식당이 많고 비교적 싸기까지 한 베트남 식당으로 정해졌다.
식당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동상‘을 발견했다.
작정하고 찾아가려고 했던 곳인데 운이 좋았다.
이 동상은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학구열이 넘치는 엄마는 내가 이런 걸 알려주는 걸 좋아했다.
동상을 거쳐 찾아간 식당은 생각보다 더 허름했다.
홀로 여행이었다면 개의치 않았겠지만 엄마가 안 좋아할까 봐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엄마도 음식만 맛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다.
소고기 쌀국수와 치킨 볶음밥을 시키고,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국물 한 입 먹자마자 둘 다 생기를 찾았다.
서로가 서로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입맛을 공유하는 모녀사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친 후 근처에 있던 카프카 로테이팅 헤드 동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체코의 다양한 관광지들은 정각을 기준으로 새 조형물이 등장하거나, 동상이 도는 등 여러 변화가 생긴다.
이걸 모르고 갔는데 여행 내내 시간 운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이번에도 사람이 왜 이렇게 많나 싶었는데 정각 가까운 시간이었고 우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얼굴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라하,
그리고 난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 노을 덕후이다.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해 지는 시간은 가까워지고, 까를교까지는 거리가 꽤 돼서 정신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천문탑 근처를 지나치는데 지기 직전의 해 덕분에 건물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걷던 중 이런 풍경을 만나면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리 중간중간에 멈추려는 엄마를 끌고 까를교 노을 스팟으로 바쁘게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 코너를 꺾었을 때 보이던 모습은, 가히 예술!
바쁜 발걸음을 보상해 주는 불타는 프라하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한 노을 스팟인지, 우리 말고도 여행 온 모녀가 있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한국인의 정을 나눴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데 이 정도의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었다.
붉은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과, 물에 비치는 타는 듯한 석양까지
'프라하 노을 맛집 맞네' 하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던 비주얼이었다.
이제 관광 첫날의 가장 중요한 일정만이 남아 있었다.
클래식의 도시에서, 클래식을 즐기러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