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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Mar 09. 2017

아티스트를 위한 아티스트, tKAA 최재혁

[아이돌을 만드는 사람들] 제 7화 by 박희아

# 사운드 엔지니어


프로듀서 최재혁

최재혁은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에이앤알 겸 매니저로 시작하며 케이팝을 몸소 배우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그룹 투하트, 브라운아이드걸스, 뉴이스트, 씨스타 등과 함께 작업했으며, 현재는 오마이걸 음악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 에이전시 tKAA 대표로 있다.


엔지니어를 시작한 건,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박희아: 학교에서는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그 전공을 택했던 이유가 있으셨나요? 바로 작곡과에 가실 수도 있었을 텐데요. 


최재혁: 제가 엔지니어를 시작한 건, 궁극적으로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당시에는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뭔지도 잘 몰랐어요. 쭉 꿈이 가수였으니 그런 쪽에 대해서는 영 몰랐던 거죠. 그리고 그때 저는 대학을 안 가기로 결정한 상태였어요. 


박희아: 전문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싶으셨던 거군요. 


최재혁: 사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지원했다가 기적적으로 합격통지서까지 받았어요. 부모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셨죠. 그런데 전 무조건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아예 그쪽에 응답을 안 했어요. 그 일로 아버지와 반년 정도 얼굴을 안 보고 살았어요. 하지만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고, 마침 녹음실 기계를 많이 다룰 줄 알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죠. 그게 MI(Musicians Institute‧미국 LA에 위치한 실용음악대학)에 입학하게 된 계기였어요. 


# 보아와 손담비


플레디스 한성수 대표님께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박희아: 처음에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에서 일하셨잖아요. 지금의 형태도 아니고, 완전 초창기 때요. 


최재혁: 당시에도 다른 기획사들이 불러주시긴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영웅심리가 있어서 큰 회사에서 오라는 건 귀 기울여 듣지 않았어요. 회사와 제가 함께 노력해서 성공하고 싶었어요. 막 손담비 데뷔 앨범을 냈을 때였는데, 그즈음에 함께 하게 됐죠. 


박희아: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성장 가능성이라던가, 좋은 오너가 있다거나 하는 나름의 선택 기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최재혁: 맞아요. 어느 날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담비의 <Cry Eye>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거예요. 보자마자 ‘와, 저건 대박이다. 진짜 괜찮다.’ 싶더라고요. 제가 서태지 이후로 나온 아이돌 가수 중에서는 특별히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유일하게 보아를 좋아했어요. 사실 보아 씨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전체적인 기획과 프로덕션을 좋아했던 건데, 손담비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오, 저거 잘 만들었다.’ 싶었던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2주 뒤쯤에 플레디스 식구들이 미국에 온 거예요. 


손담비 - Cry Eye

박희아: 그러면 한성수 대표님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계기는 뭔가요? 


최재혁: 아는 형이 좀 도와달라고 하셨고, 그때 저희 집을 숙소 삼아서 플레디스 전 직원이 묵었어요. 하하. 한 달 정도 계셨는데 담비가 거기서 안무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죠. 그런데 저희 집에 [History Of BoA]라고, 보아 씨 DVD가 하나 있었어요. 한 대표님이 저희 집에서 그걸 보시고는 “이거 내가 만들었어.” 하시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아, 담비와 보아를 보면서 내가 프로덕션이 좋다고 느낀 이유가 이건가?’ 싶더라고요. 같은 분 손을 거쳤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았어요. 당연히 한 대표님께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 비하인드 아티스트


무대 뒤에서 뛰는 아티스트들은 빛나기 쉽지 않거든요.



박희아: 지금은 오마이걸 총괄 음악 프로듀서이자 tKAA 대표직을 겸하고 계시잖아요. 


최재혁: 누군가 제가 하는 일을 정리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정리가 잘 안 돼요. 


박희아: 그러면 일단 에이전시 이야기부터 해보는 게 좋겠어요. 아티스트 에이전시를 차리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프로듀서 일을 하는 것과는 굉장히 차이가 컸을 텐데요. 


최재혁: 계기는… 사실 빌 게이츠 얘기를 듣고. 하하. 빌 게이츠가 한 유명한 말 있잖아요. 곧 전 세계 가정마다 PC를 소유하게 될 거라고, 그게 1980년대였는데, 당시엔 초대형 컴퓨터를 쓰던 시절이었죠. 사람들이 안 믿을 만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결국 지금 현실화가 되었잖아요. 아티스트 에이전시 개념도 언젠가 익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인거죠. 


저는 아티스트를 온 스테이지(on-stage) 아티스트와 비하인드(behind) 아티스트로 나눠요. 서 있는 곳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모든 아티스트들이 소속사를 가져야 한다.’ 이게 제 바람이고 목표예요. 그런데 지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게 뭐야? 무슨 소리지?’ 싶을 수 있죠. 워낙 낯선 얘기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 있어요. 


수많은 백스테이지 뮤지션 또는 아티스트들이 공감을 하는 부분일 텐데… 무대 위의 아티스트들은 빛나지만, 무대 뒤에서 뛰는 아티스트들은 빛나기 쉽지 않거든요. 온 스테이지 아티스트들만큼 자기 재능을 탈탈 쏟아붓는데도 그렇죠. 똑같은 아티스트보다는 온 스테이지를 위한 하나의 툴(tool)로 취급당하는 경우가 워낙 많고요. 


박희아: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이네요. 사실 여러 사람들의 법적 대리인이 된다는 게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일이잖아요. 


최재혁: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시스템 문제든 의식의 문제든 간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일단은 소속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어요. 비하인드 아티스트들도 온 스테이지 아티스트들처럼 소속사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봤죠. 소속사가 있음으로써 불이익을 당할 확률 자체를 줄이는 거죠. 


# 오마이걸 프로듀서


대중과의 선을 잘 지켜야 하죠. 어쨌든 대중가수니까요.


박희아: 오마이걸 같은 경우에는 음악 평론가들이나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무척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그룹 중 하나예요. 전체적인 콘셉트도 그렇고, 음악적인 지향점이 다른 그룹과 좀 다르다고들 평가받고 있어요. 기획부터 참여하신 건가요? 


최재혁: 네. 그런데 전체적인 콘셉트는 일단 회사에서 주신 거고, 저는 이후에 들어갔죠. 또 이 친구들 안무가 좋은 평가를 받았잖아요. 그 안무를 만든 이솔미 씨 같은 경우에는 담비 안무실에서 처음 만나서 쭉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당시에 WM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여기저기 안무가를 물색하고 계셨는데, 제가 진짜 괜찮은 친구가 있으니 한번 만나보지 않으시겠냐고 제안했죠. 오마이걸 안무 시안을 보여드렸는데 회사에서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대중에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이 좋아요. 


박희아: 오마이걸은 곡이나 안무, 스타일링 등 전체 프로덕션에서 아트적인 요소를 고려하고 있고,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걸 그룹의 전형적인 느낌도 함께 갖고 있는 팀이죠. 


최재혁: 대중과의 선을 잘 지켜야 하죠. 어쨌든 대중가수니까요. (중략)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사실 그들이 원하는 걸 하는 게 맞죠. 대신 오마이걸은 대중가수이면서도 나의 감각을 지킬 수 있는 선이 저와 맞았던 것 같아요. 사람마다 그 선이 좀 다르긴 하지만.


오마이걸-Liar Liar


박희아: WM엔터테인먼트 이원민 대표님도 오마이걸을 만들 때 그걸 중요하게 여기셨던 거고요. 

최재혁: 그렇죠. 그 부분이 중요했어요. 또 오마이걸이란 팀이 자기 정체성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었고요. 


박희아: 물론 오마이걸 멤버들 모두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이잖아요. 그중에서도 ‘이 친구는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멤버가 있지 않을까…. 


최재혁: 멤버를 꼭 한 명 선택해야 하나요? 곤란한데. 하하. 아무래도 제가 오마이걸 음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승희를 꼽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팀에서 승희가 노래를 가장 잘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승희에게는 제가 가진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바라는 게 많죠. 덕분에 초반에는 저한테 가장 많이 혼났어요. 그걸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잘하는 친구에게 바라는 게 많은 건 당연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박희아: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자기가 지키고 싶은 가치라는 게 흔들리기 마련이잖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 평소에 항상 되새기는 말이 있으신가요? 


최재혁: ‘I am nobody who know somebody.’ 이 말이요. ‘누군가를 알고 있는 나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저는 실제로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somebody’들을 연결해주는 사람이라고 여기죠. 아마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싶었다면 에이전시를 꾸리거나 프로듀싱을 맡는 대신 제 스스로가 플레이어가 되길 바랐겠죠. 


저는 그래요. 이런 일을 선택한 것 자체가 제가 지닌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인프라를 마련해주는 게 제가 잘할 수 있는 일 같아요. 술자리에서 ‘삼국지’ 유비나 ‘반지의 제왕’ 프로도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저는 관우, 장비와 조자룡이 필요한 사람이고, 프로도처럼 반지를 용암에 떨어뜨리는 임무를 위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것뿐이에요.  



/사진:이택우



아이돌 뒤에는 누가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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