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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Apr 04. 2017

계절 따라 애호박

자취를 시작하고 한 반 년 정도는 애호박만치 구하기 만만하고, 먹기에도 편한 채소는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하나면 두 세 끼니 반찬은 너끈한데, 가격은 단돈 천 원을 밑도는데다가 달달함 밑에 신선한 풋내가 살짝 서려 맛있기까지 하니 그만한 야채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날이 슬슬 추워지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한 개에  천 원은 웬걸, 이천 원도 넘는 가격으로 마트 진열대에 누워있는 애호박은 함부로 손을 대기에는 부담스러운 귀한 채소가 되어있었다. 살림을 꾸린지 첫 해, 계절따라 달라지는 장바구니 물가라는 것을 처음 배운 때의 이야기다.



애호박 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갖은 채소들이 비싸졌고, 먹을만한 채소가 별달리 없어보였다. 기술의 발달로 계절 상관 없이 모든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배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하지만 마트를 한 바퀴 돌면서 이 편이 더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겨울에 애호박을 찾아먹고, 여름에 시금치를 찾아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여우의 신포도 이야기 같지만, 분명 겨울 애호박은 맛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트 코너를 돌다가 그 날은 결국 시금치를 한 단 사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 올해의 여름, 그 간 먹지 못한 애호박에 분풀이라도 하듯 냉장고를 애호박으로 가득채웠다. 호박 먹을 날은 짧지만 또 길다.




혼자먹기, 애호박


애호박은 비닐로 포장되어 재배된 것과 제 모양대로 큰 것이 있다. 관리나 모양내기가 편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시장에서 그냥 파는 애호박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더 저렴하기도 하다.
TIP 호박전을 할 것이라면 확실히 포장된 쪽이 낫다. 칼질이 훨씬 수월하다.

모든 채소가 그렇지만, 애호박은 특히나 단면으로 수분이 많이 날라가는 편이다. 보관을 위해 썰린 단면이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닐에 밀착하여 싸도록 하자.


애호박을 불 위에서 익힐 때에는 약간은 설익은듯, 사각거리는 감이 있을 때 까지 익힌다.
TIP 남은 열로 호박이 익으면서 더 물러진다. 불 위에서 너무 익히면 곤죽이 되기 쉽다.



애호박 레시피 : 애호박 볶음



재료             

애호박 반 개

양파 한 개

고춧가루 한 티스푼

다진 마늘 한 큰 술

명란젓 한 큰 술 반



레시피

애호박은 반달모양으로 얇게 썰고, 양파는 얇게 채썬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마늘이 지글거리기 시작하면 양파를 넣고, 소금을 한 꼬집 정도 뿌려준뒤 볶는다.

마늘이 지글거리기 시작하면 양파를 넣고, 소금을 한 꼬집 정도 뿌려준뒤 볶는다.

양파가 살짝 숨이 죽으면 애호박을 넣고 볶는다.

애호박이 살짝 숨이 죽으면 고춧가루와 명란젓을 넣고 두루 볶아준다.

애호박을 먹어보았을 때 아주 약하게 단단한 감이 있을 때 불을 꺼준다.

파스타에 볶아 내거나, 밥반찬으로 내면 좋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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