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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May 15. 2017

프롤로그: Am I ready?

극현실적 셀프 인테리어 체험기 by 김다영 에디터

‘아, 나는 북향에 살고 있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가 언제 졌는지도 알아채지 못한 새 방 안은 어두워져있었다. 사실 북향인지 남향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창을 열면 앞 건물이 숨 막히도록 가까이 있어 볕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 

졸업과 함께 원룸의 계약기간이 끝나 더 이상 학교 앞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다. 얄팍한 벽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로 옆집 새내기가 친구를 몇 명 데려왔는지 셈해볼 수 있던 곳이었다. 한 편으론 또래들과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 같은 곳을 떠난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사회인으로서의 새 출발을 새 집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퇴근 후 여기저기로 매일 집을 보러 다녔다. 에디터는 어눌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혼자 부동산을 찾는 게 썩 현명한 방법이 아니란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2백만 세입자가 모인 네이버 카페,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집들을 탐색했다. 북가좌동에선 약속을 잊고 외출해버린 세입자를 길에서 30분 동안 기다렸고, 사근동에선 미로같이 얽힌 길을 비 맞으며 헤매기도 했다. 


집을 고를 때 채광, 가격, 평수, 소음, 접근성, 수압, 노후화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몇 군데를 돌아본 후 에디터는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깨끗하게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역세권 메리트를 내어주고 넓은 평수를 취한다!

에디터의 깨알 TIP – 집 고르기  


1) 자신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3가지 정도만 정해둔 후 그 기준에 맞는 집들을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모두 충족시키는 집을 찾으려면 끝도 없다. 에디터의 경우 낮은 월세, 평수, 그리고 벌레 유무였다.


2) 바퀴벌레 거주 여부를 확인해보려면 문 뒤, 씽크대 아래 등에 컴*트 같은 부착형 약이 있는지를 볼 것. 대부분 접착력이 강해서 제거 후에도 자국이 남아있다. 


3) 집이 마음에 들어도 집주인에게 너무 티내는 건 불리할 수 있다. 집을 둘러본 후 박수를 짝짝 치며 좋아하던 에디터를 바라보던 부동산 아저씨는 나지막히 말씀하셨다. “밀고 당기는 기술을 적절히 사용해서 세입자로서 받아낼 수 있는(?) 것들은 다 받아내야 한다”고… 


4) 오래된 주택이라면 꼭대기 층은 덥고 추우며, 1층은 소음·습기·방범 등에 취약하다. 되도록 중간에 끼어있는 샌드위치 층을 고르는 게 좋다. 


5) 주인과 협의 후 도배·장판 값을 받고 그 돈으로 본인이 원하는 컬러와 소재로 집을 시공할 수 있다. 다만 현금으로 직접 받는 것이다 보니, 시세보다 적을 수 있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두 달간의 춥고 외로운 여정 끝에 결정한 집은 산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주택이었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집이지만, 방이 두 개나 있는데다 채광도 좋았다.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본 조건이 맘에 들었다기보다는 그냥 집을 보고 돌아온 후에도 자꾸 생각나서 골랐다.


사실 꼼꼼한 체크리스트는 필요 없을지도.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


마음씨 좋은 집주인과의 협상을 통해 50만원을 받고 도배와 장판을 스스로 해결하기로 한 에디터. 자비를 보태 전문가의 손에 맡길 수도 있었지만, 요즘 한창 유행인 셀프인테리어라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손재주가 없는 편이란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소위 말하는 ‘똥손’), 눈 또한 예민하지 않으니 살면서 크게 불편하진 않을 것 같다는…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산꼭대기라 공기가 좋다. 참새도 많고…


계약금을 걸고 입주가 확정되자 갑자기 넓은 공간이 주어진 것 같아 부담스러워졌다. 원래 살던 방의 2배 이상 되는 넓이로, 가져온 짐들을 모두 넣어도 방 하나가 통째로 남을 거다.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되지? 


가장 먼저 할 일은 치수 재기. 지금껏 여러 번의 이사를 다녀봤지만 항상 가구배치를 눈대중으로만 해왔기에 방 크기를 재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벽지와 장판을 주문하려면 우선 정확한 치수를 알아야한다.



 에디터의 깨알 TIP – 공간 시뮬레이션 

에디터가 구한 16평 정도의 투룸

방의 치수를 알았다면 플로어플래너(http://floorplanner.com) 사이트를 이용해보자.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손쉽게 공간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가상 벽지·장판 시공은 물론, 가구 배치도 가능하다. 2D와 3D 모두 지원한다.



치수를 재고 다시 한 번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이전에는 퇴근 후 방문했기에 낮에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음… 집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낡았었구나. 햇빛이 잘 들어 사진 상으로는 상태가 제법 괜찮아 보이는 게 아쉽다(?).

 

현관과 큰 방. 그냥 하얀 벽지인데 왠지 모르게 얼룩덜룩하다.
상태가 말이 아닌 작은방 벽지
큰 방에는 본드로 붙인, 말 그대로 ‘벽시계’가 달려있다. 흉물스러웠다.
바닥은 조각난 장판들이 얼기설기 얹혀있는 형태다. 마감은 되어있지 않았다.


집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왠지 기대감이 생긴다. 새로 꾸미면 얼마나 예뻐질까 하고서. SNS와 블로그에서 본 셀프 인테리어 사진들이 공간에 아른아른 겹쳐 보인다. 하지만 에디터는 듣지 못했다. 미래의 본인이 ‘직접 할 생각은 접고 전문가를 부르라’며 소리치는 것을…


몸살을 부르는 일정


이사 전에 도배와 장판을 끝마쳐야 하는데 일이 조금 틀어졌다. 원래는 금요일 오전에 재료들을 주문해서 주말동안 시공하려했는데, 일을 미루다보니 배송을 화요일에 받게 생긴 거다.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의 퇴근 후 저녁 뿐! 그 안에 결판을 내야 했다. 아니면 시멘트 바닥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게 될 테지… 


손재주 없고 지나치게 천하태평한 에디터는 과연 셀프 인테리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전체 시리즈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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